완연한 수출 회복세?…중동사태·엔저·美대선까지 '가시밭길'

이승주 기자 2024. 5. 2. 06: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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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 등 수출 증가에…"저조했던 전년 기저효과"
중동사태에 엔저까지…반도체·배터리 경쟁력 우려
[서울=뉴시스] 지난달 수출이 13.8% 늘어나며 수출 플러스를 7개월 연속 이어갔다. 우리 수출 최대 품목인 반도체는 56.1% 증가한 99억6000만 달러(13조8145억원)를 기록했다. 대미 수출은 작년 동월보다 24.3% 증가한 114억 달러로 집계됐다. 역대 최고치이자 대중국 수출 규모를 넘어선 수준이다. (그래픽=안지혜 기자)hokma@newsis.com


[세종=뉴시스]이승주 여동준 기자 = 지난달 수출이 1분기에 이어 두 자릿수 상승률을 기록하며 7개월 째 '플러스(+)'를 이어가자, 올해 회복세에 속도가 붙을 것이란 기대감이 고조되고 있다. 반면 기저효과 일 뿐 코로나19 이전 수준을 회복하려면 시간이 더 필요하다는 관측도 공존한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 중동 사태까지 확전되는 가운데 엔저까지 글로벌 리스크가 확대되고 있다. 미국에서 역대 최고 수출 실적을 거뒀지만 미 대선을 앞둔 만큼 변수를 주시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다.

2일 산업통상자원부가 발표한 '4월 수출입 동향'에 따르면 수출은 1년 전보다 13.8% 증가한 562억6000만 달러(78조326억원)를 기록했다. 수입 증가에도 무역수지는 15억3000만 달러(2조1221억원) 흑자를 기록했다. 11개월 연속 흑자세다.

수출 실적은 지난해 10월 수출이 13개월 만에 증가로 돌아선 이후 7개월째 증가세다. 우리 수출이 본격 회복세에 접어든 가장 큰 배경은 우리 수출 최대품목 반도체와 자동차에 있다.

지난달 반도체 수출은 99억6000만 달러를 기록하며 전년 동기 대비 56.1% 증가했다. 자동차는 10.3% 오른 67억9000만 달러로 역대 최고치를 경신했다.

[세종=뉴시스] 강종민 기자 = 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18일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2024년 상무관 회의에서 상무관들과 수출 7000억 달러 달성을 결의하며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 2024.03.18. ppkjm@newsis.com


대미(對美) 수출도 견인하고 있다. 지역별로 미국에서 전년 대비 24.3% 늘어난 114억 달러 수출고를 올렸는데, 역대 최고치다. 이에 코로나19 이후 고꾸라진 수출 및 무역수지가 올해 회복할 것이란 기대가 나온다.

특히 산업부는 올해 수출이 탄력을 받을 것으로 보고 역대 최고치인 7000만 달러를 목표로 제시한 바 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낙관하기에는 이르다는 분석도 나온다. 올해 수출 실적이 큰폭 성장한 것은 맞지만, 워낙 전년 실적이 저조한 데 따른 기저효과라는 설명이다.

실제로 반도체는 지난달 무려 56% 넘게 올랐지만, 다시 월별 실적은 100달러 밑으로 떨어졌다. 반도체 월별 수출 규모는 지난 2021년 9월 120억 달러, 이듬해 3월에는 130억 달러도 넘어섰다.

하지만 지난해 상반기 60억 달러에서 80달러 대 수준을 오갔던 만큼 코로나19 이전 수준으로 회복하려면 아직 멀었기 때문이다.

[서울=뉴시스] 지난달 수출이 13.8% 늘어나며 수출 플러스를 7개월 연속 이어갔다. 수출 최대 품목인 반도체는 56.1% 증가한 114억 달러를 기록했다. 대미 수출과 대중 수출도 각각 작년 동월보다 24.3%, 9.9% 증가했다. (그래픽=안지혜 기자) hokma@newsis.com


백철우 덕성여대 국제통상학과 교수는 "반도체가 지난해 4분기부터 좋아진 만큼 지난해 4월과 비교하면 크게 증가한 것처럼 느껴질 것"이라며 "(이번 반도체 수출 실적이 크게 늘어난 것에) 기저효과도 강하게 나타난 것 같다"고 분석했다.

서진교 GS&J 인스티튜트 원장은 "지난해 4월 수출은 490억 달러였다. 지난해 평균 수출(약 550억 달러)에 못 미치는 수준"이라며 일부 기저효과도 있다고 인정하면서도 "올해 꾸준한 성장세를 보이는 만큼 여건은 나쁘지 않다"고 봤다.

실제로 지난달 수출은 주력 15개 품목 중 이차전지(-20.1%) 등을 제외한 13개 품목에서 증가했다. 올해 가장 많은 품목이 플러스를 달성한 것이다.

대미 수출이 크게 늘면서 중국을 제치고 1위 시장 지위를 차지했지만, 여전히 중국도 소폭 증가세를 이어가고 있다. 이를 포함 9대 주요 수출지역 중 7개 지역에서 수출이 증가했다.

구기보 숭실대 글로벌통상학과 교수는 "중국 수출시장의 경우 완전히 위기를 벗어났다고 보긴 어렵지만 부동산 시장 위기가 잦아들면서 안정세에 접어드는 과정"이라며 "미국에는 우리 기업들의 투자가 워낙 많다. 두 시장에서 상대적으로 이전보다 호전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텔아비브=AP/뉴시스] 29일(현지시각) 이스라엘 텔아비브에서 가자지구에 억류된 이스라엘 인질의 가족과 지지자들이 인질들의 석방을 촉구하며 시위하고 있다. 2024.04.30.


이 같은 회복세를 올해 이어가려면 글로벌 변수를 주시하며 대비해야 한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 중동 사태가 확전되는 가운데 원달러 환율도 오르면서 중간재를 수입해 해외에 파는 기업들에 리스크가 커진 셈이다.

게다가 엔화가 34년 만에 '슈퍼 엔저'를 기록하면서 일본과 경쟁하는 업권에서 우려도 제기된다.

최우석 산업부 무역투자실장은 "수출 시장에서 우리가 일본 기업과 경합하는 비율이 지난 10년 감소해온 만큼 엔저의 영향은 크지 않을 것"이라면서도 "다만 일본기업들과 여전히 경쟁구도에 놓인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배터리, 조선, 전기전자와 자동차 등 분야에선 경쟁력에 밀리지 않게 모니터링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아울러 미 수출 시장에서 전전하는 만큼 올해 11월5일에 예정된 미 대선도 주시해야 한다. 대미 수출은 전체의 약 17%를 차지하는 만큼 대선 결과로 변수가 생겼을 때 타격이 더 클 수 있기 때문이다.

구기보 숭실대 국제통상학과 교수는 "대선까지 아직 기간이 남은 만큼 당장에 우리 대미 수출에 미치는 영향은 없겠지만 선거 결과에 주목할 필요는 있다"며 "도널드 트럼프가 재선되면 신재생에너지 지원이 축소되고 우리 기업 투자도 줄어들수 있다. 반면 대중(對中) 관세가 확대되는 긍정적 요소도 있다"고 말했다.

이에 산업부는 반도체와 미국 등 쏠림현상을 막기 위해 수출 시장과 품목 다변화에 나선다. 최 실장은 "미국은 물론 인도와 중동 등 다른 지역까지 시장 다변화에 정책적인 노력을 다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 리치먼드( 미 버지니아주)= AP/뉴시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3월 2일 노스캐롤라이나주 유세에 이어 오후에 버지니아주 리치먼드에서 선거연설을 하며 바이든 대통령의 이민정책을 비난하고 있다. 2024. 03. 03.

☞공감언론 뉴시스 joo47@newsis.com, yeodj@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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