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보다 ‘왜?’ 그것이 알고 싶다
이름값보다 역량 보고 선임해야
차기 한국 남자축구대표팀을 이끌 감독이 조만간 선임된다. 지금까지 ‘흘러나온’ 이야기를 종합하면 아래와 같다.
후보군은 3~4명이다. 추측하건대 모두 외국인인 것 같다. 마요르카를 이끄는 하비에르 아기레 감독(65·멕시코), 잘츠부르크와 리즈 유나이티드를 지휘한 경험이 있는 제시 마시 감독(51·미국), 벤피카와 울버햄프턴 사령탑 출신 브루노 라즈 감독(48·포르투갈) 등이 후보군에 포함됐다는 국내외 보도가 나왔다.
한국이 국가대표 감독을 선임할 때 가장 먼저 거론되는 것은 국내인이냐, 외국인이냐다. 국내 감독과 외국인 감독을, 특별한 기간 구분은 없지만, 대충 번갈아 선임하는 게 일종의 관례처럼 돼 있다. 외국인이 잘하면 외국으로 다시 가자, 못하면 국내인으로 바꿔보자는 초보적인 발상이다. 외국인이든, 국내인이든 중요하지 않다. 정말 중요한 것은 그가 한국 축구가 추구하는 축구 철학에 부합하는 지도 역량을 갖췄는지, 그가 대표팀 감독으로서 임무를 얼마나 철저하고 확실하게 수행할 수 있는지 여부다.
카타르월드컵 직후 대표 선수들은 대통령 만찬에 초대됐다. 당시 아래와 같은 이야기가 흘러나왔다.
“차기 국가대표팀 감독을 누구를 뽑으면 좋겠나요?”
“외국인 감독이 좋을 것 같습니다.”
윤석열 대통령이 물었고 선수들은 대체로 외국인 감독을 선호한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자리에 초대받지 못해 당황한 정몽규 대한축구협회장도 이를 추후 전해 들었다.
한국 국가대표 선수들은 외국인 감독을 국내 감독보다 좋아한다. 유럽파일수록, 더 큰 리그에서 뛰는 선수들일수록 대체로 그러하다. 외국인 지도자들이 지도, 전술 능력이 뛰어나서 일수도 있지만 그보다는 크게 잔소리를 하지 않고 자신들을 붙박이 주전으로 여기고 편안하게 대해주기 때문이다. 파울로 벤투 감독도 선수들을 편안하게 해주는 스타일이었다. 후임을 찾아야 하는 대한축구협회는 해외파 선수들의 의견, 정부의 입김, 수익 극대화를 위해 빅네임이 필요한 협회 사정 등을 고려해 위르겐 클린스만을 선임했다. 여론의 걱정과 반대를 무릅쓴 결정이었다. 슈퍼스타 출신의 자율형 감독은 빵점짜리였다.
대한축구협회는 조만간 최종 낙점자를 발표한다. 그가 한국 선수가 뛰는 팀에서 지휘봉을 잡아봤든, 그가 한국 선수들과 생활한 경험이 있든, 그가 얼마나 많은 우승컵을 들어봤든, 그가 얼마나 다양한 팀에서 지도를 해봤든, 그건 별로 중요하지 않다. 그가 왜 지금 한국 축구가 처한 상황에서 꼭 영입해야 하는 지도자인가, 그가 한국 축구가 추구하는 축구 철학과 미래 비전에 어떻게 얼마나 부합하느냐, 그것만 중요할 뿐이다. 그것만이 팬들이 듣고 싶은 설명이다.
김세훈 기자 shk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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