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집로드] 못난이 채소로 차린 앞으로의 식탁

다이어리알=김성화 기자 2024. 5. 2. 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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흠마켓의 샌드위치 메뉴. /사진=다이어리알
최근 외식업계에서는 식재료와 관련된 이슈가 뜨겁다. 원재룟값 상승으로 원가 부담이 높아진 외식업체들은 음식값을 올리거나 양을 줄이는 등 극단의 조치를 취할 수밖에 없다고 하소연이다. 기후 변화와 불안한 국제 정세로 수급 환경이 불안정한 것도 한몫한다.

외식업체의 부담은 소비자들에게 전가된다. 대외적 환경 변화에 따른 식량 위기에 최대한 영향을 적게 받도록 하는 식량 안보와 지속 가능한 미래를 위한 노력의 필요성을 보다 통감하는 분위기가 조성되고 있다. 상대적으로 저렴하게 유통되는 '못난이 채소'에 대한 인식 변화가 대표적이다. 잉여 생산물의 낭비를 줄이고 음식물 쓰레기 배출을 감축하여 지속 가능한 식탁의 영위에 보탬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상대적으로 저렴한 가격으로 유통돼 장바구니 물가의 부담을 덜어주는 효자 노릇을 톡톡히 하고 있다.

◆흠마켓(hmm.market)

흠마켓에서 판매하는 식료품. /사진=다이어리알
못난이 채소를 활용한 음식을 경험할 수 있는 의미 있는 외식 공간에 대한 관심도 더불어 높아졌다. 이들 공간은 단순히 원가 부담을 낮추기 위해서만이 아닌 못난이 채소로도 똑같이 맛있고 좋은 음식을 만들 수 있다는 긍정적인 경험을 제공한다. 식생활을 영위하는 당사자들의 궁극적인 인식을 바꾸는 계기를 만들고 다양한 활용법을 제시하며 뿌리, 껍질과 같은 버려지는 부분까지도 훌륭한 식재료로서 가치가 있음을 알고 있는 것.

서울 용산구 해방촌 언덕 한편에 자리한 '흠마켓'은 이름처럼 '흠'이 있는 농산물을 활용해 브런치 메뉴를 선보이는 공간이다. 맛과 영양 면에서 전혀 문제가 없으나 단순히 흠이 조금 났거나 모양이 매끈하지 않다는 이유로 상품 가치를 인정받지 못하고 심지어 버려지는 유통 구조에 문제의식을 제기한다. 천편일률적인 모양새를 유지하기보다 다채로운 각자의 모양과 크기를 인정해주는 인식 변화를 통해 궁극적으로 버려지는 농산물을 줄여나가기 위한 철학과 노력이 공간 전체의 콘셉트에 녹아있다.

이곳의 특별한 점은 식사와 음료를 즐길 수 있는 외식 공간이지만 농산물과 가공품을 직접 구매할 수 있는 식료품 상점 역할을 겸한다는 것이다. 매장 입구에 들어서면 나무 상자와 바구니에 담긴 각종 농산물이 각자의 생김새와 본연의 색채를 뽐내며 방문객을 맞이한다. 알록달록한 과일과 채소의 마중은 계절의 감각도 오롯이 전달하며 이곳에서의 식사 경험에 의미를 더한다.

공간 연출을 본업으로 했던 대표의 손길이 닿아 무심한 듯 감각적으로 진열된 채소와 손 글씨로 쓰인 푯말, 자연의 색채를 담은 소스와 주스병이 줄 선 쇼케이스, 그리고 브랜드의 결이 묻어나는 소품들이 조화를 이룬 모습은 유럽 시골마을의 소박한 식료품점에 방문한 듯 소박하고 이국적인 풍경을 자아낸다. 덕분에 흠마켓의 채소 진열 코너는 방문객들의 인기 포토 스폿이기도 하다.

흠마켓 매장 내부에서 못난이 채소를 판매하고 있다. /사진=다이어리알
여러 채소를 1~3인분 분량으로 담은 바구니 상품도 흥미롭다. 해당 바구니를 구매하면 채소 수프, 채소 커리, 구운채소샐러드 등 그 속에 담긴 채소로 만들 수 있는 요리의 레시피를 함께 제공하는 일종의 '제로 웨이스트 밀키트'다. 포장 쓰레기를 줄이기 위해 레시피를 신문지로 제작한 점도 흠마켓이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에 힘을 보탠다.

대표 메뉴 중 하나인 '흠 브런치 플레이트'는 빵과 버터, 수제 잼과 페스토, 제철 채소와 과일을 다채롭게 담은 한 끼다. 봄날의 꽃밭처럼 화사한 플레이트를 받아 들면 이 음식이 모두 흠이 있는 농산물로 만들어졌다는 사실이 무의미해진다.

'샌드위치 플레이트'는 계절 샌드위치와 함께 오늘의 수프와 샐러드를 함께 즐길 수 있는 메뉴다. 샌드위치에는 수제 소스와 제철 채소, 햄, 치즈가 풍성하게 들어간다. 봄 시즌에는 미나리 페스토와 방풍 나물, 달래 및 각종 나물과 채소를 활용한 봄내음 가득한 시즌 메뉴를 즐길 수 있다. 수제 페스토도 별도로 판매하고 있어 샌드위치를 맛보고 난 뒤 구입해 가는 이들도 상당수다.

흠마켓은 '비건 성지'로도 입소문 나 있다. 비건 음식만을 고집하는 것은 아니지만 만가닥 버섯을 활용한 오일 파스타, 콜리플라워 쿠스쿠스와 채소를 곁들인 볶음밥, 마튀김 등 채소 활용이 높은 요리를 선보이다 보니 자연스럽게 비건 고객들이 즐겨 찾는 곳이 됐단다. 햇살이 비추는 테라스 좌석에는 반려동물을 위한 밥, 물그릇이 비치돼 있어 반려동물을 동반한 고객들에게도 선물 같은 공간으로 자리하고 있다.

◆핀치브런치바

핀치브런치바의 메인 메뉴. /사진=핀치브런치바
서울 강남구 신사동 가로수길에 자리한 브런치 바 겸 와인바. 제철 재료로 만든 시즈널 브런치와 내추럴 와인을 즐길 수 있다. 비건 프렌들리 매장으로 식재료는 우리 땅에서 건강하게 자란 농산물, 못난이 농산물, 친환경 농산물 직거래 등의 지속 가능한 방식으로 구해 선보인다. 테라스가 있는 공간으로 반려견 동반이 가능하며 디너는 내추럴 와인바로 운영돼 주류 주문이 필수.

◆넘은봄

넘은 봄의 인기 메뉴. /사진=넘은봄
제주 지역 농가와 상생하며 팜 투 테이블(Farm to Table), 제로 웨이스트(Zero-waste), 탄소발자국 저감을 실천하며 담아내는 공간. 자연주의 요리를 지향하며 B급 농산물과 사라져가는 토종 식재료를 활용한 조리법을 연구해온 강병욱 셰프가 운영한다. '이노베이티브 한식 비스트로' 콘셉트의 레스토랑으로 김녕 마을과 '청굴물'과 하나가 된 바다를 바라보며 제주의 자연을 느끼고 경험할 수 있는 제주 음식 연구소.

◆레

레의 메인 메뉴. /사진=레
오직 식물성 재료만을 사용해 계절감 있는 채소 요리를 선보이고, 탄소 중립 실천을 위해 지속 가능한 외식 문화를 만들어가는 공간. 미쉐린 2스타 스와니예 출신의 성시우 셰프가 선보이는 새로운 식사 경험을 즐기며 자연스럽게 환경친화적 움직임에 동참할 수 있다. 메뉴는 런치와 디너 모두 채식 코스로 이뤄져 있으며 각 메뉴는 사용된 재료명을 내세웠으며 식기류 및 소품 역시 업사이클링 제품을 사용하여 업장의 아이덴티티를 녹여냈다.

다이어리알=김성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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