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리는 시늉만 했네”… 1분기 만에 ‘예탁금 이용료율’ 슬금슬금 내리는 증권사들

소가윤 기자 2024. 5. 2. 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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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K·DB금투, 이달 이용료율 인하
국내 주요 증권사 10곳 이용료율 1.07%
0%대보단 올랐지만… 기준금리 상승률에 못 미쳐
증권사 예탁금 운용 수익률은 3% 수

증권사가 예탁금 수익으로 이자 장사를 한다는 비판에 금융당국이 관련 제도를 정비하면서 올해 투자자 예탁금 이용료율이 인상됐지만, 불과 1분기 만에 다시 이용료율을 슬금슬금 내리는 증권사가 등장하고 있다. 최근 KB증권을 시작으로 DB금융투자와 SK증권이 이용료율을 인하했고, 오는 6월에는 신한투자증권이 이용료율을 내리겠다고 공시했다.

예탁금 이용료는 증권사가 투자자 예탁금을 운용한 뒤 발생한 수익 중 일부를 투자자에게 돌려주는 것이다. 예탁금 이용료율은 증권사의 인상 조치 후에도 대부분 1%대에 머물러 3%대 중반대인 은행 금리에 못 미친다는 불만이 많았다. 그런 상황에서 증권사들이 이용료율을 다시 내리자 “당국 눈치 보느라 이용료율을 올리는 척만 한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서울 여의도 63빌딩에서 바라본 여의도 전경. 주요 증권사 빌딩이 보인다. / 뉴스1

2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신한투자증권은 오는 6월 3일 예탁금 이용료율을 평균 잔액 50만원 미만의 경우 기존 0.85%에서 0.10%로, 50만원 이상의 경우 1.05%에서 1%로 변경한다. 앞서 4월에는 KB증권과 DB금융투자, SK증권이 예탁금 이용료율을 인하했다.

KB증권은 지난달 1일 평균 잔액 100만원 이상의 예탁금 이용료율을 기존 1.06%에서 1.02%로 낮췄다. 100만원 미만은 그대로 0.05%의 이용료율을 유지한다. DB금융투자는 기존 50만원 미만 2.0%, 50만원 이상 0.6%에서 100만원 이하 1.5%, 100만원 초과 0.55%로 이용료율을 내렸다. SK증권도 기존 1.02%에서 0.98%로 인하했다. 이들 증권사는 올해 1월 예탁금 이용료율을 인상했다가 3개월 만에 다시 낮췄다.

투자자 예탁금은 투자자가 주식 거래를 위해 증권 계좌에 넣어둔 돈이다. 증권사는 이 예탁금을 한국증권금융에 맡기고, 증권금융은 자금을 운용해 얻은 이익을 증권사에 돌려준다. 증권사가 이 수익 중 일부를 투자자에게 돌려주는 게 예탁금 이용료다.

그동안 시장에서는 “예탁금 이용료율이 증권사 수익에 비해 지나치게 낮다”는 비판이 끊임없이 제기됐다. 투자자 불만이 커지자 금융감독원과 금융투자협회는 작년 10월 투자자 예탁금 이용료율 산정 모범규준을 마련했다.

금투협에 따르면 이용료율이 1%대 이상인 국내 증권사는 작년 11월 기준 3곳에서 올해 4월 말 기준 30곳으로 대폭 늘었다. 현재 이용료율이 2%가 넘는 증권사도 미래에셋증권(2%), 현대차증권(2%), 하이투자증권(2%), 카카오페이증권(2.5%) 등 4곳이다. 물론 NH투자증권, IBK투자증권, 이베스트투자증권, 한양증권, DS투자증권 등 이용료율 0%대를 유지하고 있는 증권사도 여전히 존재한다.

일러스트=정다운

시장에서는 이용료율을 올렸어도 기준금리가 오른 것과 비교하면 상승률이 낮다는 지적도 나온다. 기준금리는 2년 전인 2021년 8월 0.75%에서 현재는 3.5%로 2.75%포인트(p) 올랐다. 같은 기간 국내 주요 증권사 10곳의 평균 이용료율은 0.13%에서 1.07%로 0.64%p 상승하는 데 그쳤다.

최근 이용료율 인하에 나선 증권사들은 향후 시장 금리가 더 떨어질 것에 대비해 이용료율을 낮춘다는 입장이다. 오는 6월부터 인하된 이용료율을 적용하는 신한투자증권 측은 “시장 금리가 하락하면서 발생한 비용들을 고려해 이용료율을 낮춘 것”이라며 “다른 증권사도 비슷한 분위기로 흘러갈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DB금융투자 관계자는 ”분기 단위로 이용료율을 산정하는 만큼 협회의 가이드라인에 맞춰서 전체 시장 금리와 기타 비용을 고려해 범위를 조정한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증권사들이 증권금융으로부터 받는 예탁금 운용 수익률이 보통 연 3% 수준인 점을 고려하면, 고객에게 돌려주는 몫이 적다는 지적이 나온다. 투자자들이 받는 수익은 연 1%대로, 증권사가 2%가량을 그대로 가져가는 셈이다. 국내 증권사 10곳 중 이자를 가장 많이 남기는 증권사는 NH투자증권이었다. NH투자증권의 경우 운용 수익률에서 이용료율을 뺀 수치가 2.88%로 나타났다. 한국투자증권(2.75%)과 신한투자증권(2.70%), KB증권(2.61%), 키움증권(2.58%) 등이 뒤를 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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