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지사각 ‘영케어러’… 나홀로 부양 ‘고통의 나날’ [집중취재]
관련 조례 만든 道 실태 파악도 못해 금전적•심리적 맞춤형 지원 절실
“연구용역 결과로 사업 편성할 것”

#1. 올해 스무살이 된 김상욱씨(가명·남)는 선천성 장애를 가진 12세 남동생과 정신질환을 앓고 있는 어머니와 함께 살고 있다. 친인척도 없는 그가 두 사람의 생계를 짊어지기 시작한 건 고등학교 1학년 때 아버지가 돌아가시면서부터였다. 당장 먹고살 길이 막막해지면서 일을 할 수 없는 어머니 대신 생업 전선에 뛰어들었고, 대학 진학조차 사치가 되면서 교사의 꿈은 버린 지 오래됐다. 정부에서 지원하는 기초생활수급비를 받고는 있지만, 세 식구가 살아가기에는 턱없이 부족하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김씨는 “친구들이 ‘부모님이 이거 사줬다’, ‘부모님이랑 놀러 갔다 왔다’는 말을 할 때마다 내 신세가 화가 나 자리를 피하곤 했다”며 “나에게 가정은 쉴 수 있는 곳이 아닌 무겁고, 책임져야 할 곳”이라고 울먹였다.
#2. 올해 대학교 2학년이 된 김혜윤씨(가명·여)의 평생 소원은 돈 걱정 없이 살아보는 것이다. 3년 전 오빠 2명이 학교와 직장을 이유로 집을 떠나면서 뇌병변 아버지를 책임지는 건 오롯이 그의 몫이 됐기 때문이다. 용인에서 인천까지 대학에 다니면서도 PC방과 편의점 아르바이트를 오가느라 학교 생활에 집중하기도 힘들다고 했다. 그는 “가족이기 때문에 생계를 책임지는 게 당연하게 느껴지기도 하지만, 정부에서 일자리 지원 사업 같은 걸 해주면 조금 더 살기 편해지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호소했다.
5월 가정의 달을 맞아 곳곳에서 다양한 행사를 여는 등 축제 분위기가 이어지고 있지만, 정작 가정을 지키기 위해 어린 나이부터 홀로 부양자가 된 ‘영케어러(Young Carer)’를 위한 지원책은 사실상 전무한 것으로 확인됐다.
1일 경기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영케어러는 가족을 부양하면서 학업과 생계를 짊어진 청년 또는 청소년을 이르는 말이다. 2021년 대구에서 20대 초반 아들이 뇌출혈로 쓰러진 아버지를 돌보다가 극심한 생활고에 치료를 하지 않고 방치해 숨지게 한 사건이 알려지면서 관심을 받기 시작했다.
그러나 경기도에서는 현재 영케어러의 규모조차 파악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지난해 5월 ‘가족돌봄청소년 및 청년 지원에 관한 조례’를 만든 도는 올해 2월에서야 실태조사 연구용역 계약을 했고, 아직 본격적인 조사는 시작조차 하지 못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이렇다 할 지원책도 없다. 흩어져 있는 민간 사회복지단체의 지원이 아니면 사실상 영케어러가 지원받을 길이 없는 셈이다.
정익중 이화여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영케어러의 상황이나 조건이 다양한 만큼 사회복지 기관과 협력해 맞춤형 지원책을 찾는 게 필요하다”며 “금전적 지원에 한정하기보다는 부모 역할을 해줄 수 있는 심리적 지원책도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이에 대해 도 관계자는 “지난해 조례가 생긴 뒤 예산 편성을 하는 데 시간이 걸렸다”면서도 “연구용역 계약을 한 만큼 결과가 나오면 그에 맞는 사업을 편성할 예정”이라고 해명했다.
김경희 기자 gaeng2da@kyeonggi.com
박소민 기자 som@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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