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테크+] "초파리에서 '인싸' 유전자 찾았다…사회관계망 구조 조절"

캐나다 연구팀 "매개중심성 유전자 발견…'케빈 베이컨' 유전자로 명명"

(서울=연합뉴스) 이주영 기자 = '6단계만 거치면 전 세계 누구와도 연결된다.' 영화배우 케빈 베이컨 이름을 딴 '케빈 베이컨의 6단계 법칙'이다. 사람들 사이의 관계 형성을 결정하는 요인은 무엇일까?

캐나다 연구진이 초파리에서 개체 간 관계 형성에 영향을 미쳐 사회관계망(social network) 구조를 조절하는 유전자를 발견했다.

서로를 탐색하는 암수 초파리들 [David Rooke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캐나다 토론토대 조엘 러빈 박사팀은 2일 과학 저널 네이처 커뮤니케이션(Nature Communications)에서 특정 초파리 개체가 다른 초파리들과 관계에서 얼마나 중심적 위치를 차지하는지 결정하는 유전자(CG14109)를 발견했다고 밝혔다.

연구팀은 매개 중심성(betweenness centrality)을 결정하는 이 유전자에 케빈 베이컨의 6단계 법칙을 따 '케빈 베이컨 디그리'(dokb : degrees of kebin bacon) 유전자라는 이름을 붙였다.

소셜 네트워크는 개인 간 상호작용의 합으로 인간과 다른 동물 종의 개체와 집단 생존에 중요하다. 또 네트워크 내 개인의 연결성은 비만, 흡연 행동, 행복감, 전염병 등 인간에게 영향을 주는 많은 요소의 확산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연구팀은 소셜 네트워크 내 개인 위치는 얼마나 많은 연결(인맥)을 가졌는지에 따라 결정된다며 많은 종에서 개체 연결 능력과 소셜 네트워크 구조가 유전적 요인의 영향을 받는 것으로 추정돼왔지만 명확히 밝혀지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소셜 네트워크 구조와 매개 중심성 각 원은 소셜 네트워크를 구성하는 개인을 나타내며 화살표 연결은 개인 간 상호작용을, 숫자는 각 개인의 상호작용 수를 나타낸다. 왼쪽 노란색 원들과 오른쪽 원들이 연결되려면 파란색 원을 반드시 거쳐야 하기 때문에 파란색 원의 매개 중심성이 노란색 원들보다 더 높다. [Nature Communications/Joel Levine et al.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소셜 네트워크 형성에는 개인의 매개 중심성이 중요한 역할을 한다. 매개 중심성은 네트워크를 구성하는 노드(개체)가 다른 노드와 얼마나 연결돼 있는지를 나타낸다. SNS '인싸'(insider)인 인플루언서는 매개 중심성이 높은 대표적인 예다.

연구팀은 이 연구에서 초파리에서 발견한 dokb 유전자가 초파리의 사회적 네트워크에서 각 개체의 매개 중심성 수준을 결정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유전자 조작을 통해 dokb 유전자의 발현을 억제하면 초파리들 사이에서 그 개체의 매개 중심성이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dokb 유전자는 중추신경계에서 발현되는 것으로 나타났으며, 서로 다른 종류의 초파리 사이에서 교환될 수 있고 교환된 dokb 유전자가 초파리들의 매개 중심성에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밝혀졌다.

연구팀은 dokb 유전자는 초파리에게서만 조사됐지만, 이 유전자가 관여하는 분자 경로 또는 기능적 세포 회로는 다른 동물 종에서도 보존돼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이어 이 발견은 소셜 네트워크 구조 및 유전자-사회 구조 관계를 유전적으로 연구하기 위한 새 진입점을 찾은 것이라며 dokb 유전자 연구를 통해 다양한 동물 종에 적용되는 사회적 행동의 신경 메커니즘을 밝혀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 출처 : Nature Communications, Joel Levine et al., 'The gene "degrees of kevin bacon" (dokb) regulates a social network behaviour in Drosophila melanogaster', https://www.nature.com/articles/s41467-024-47499-8

scitech@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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