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명 정원에 41명 태워도 몰라… 세월호 참사 10년 '안전불감증' 여전

이환직 2024. 5. 2. 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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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월 17일 새벽 4시 20분쯤 전남 완도군 청산면 여서도 남서쪽 5.5㎞ 해상에서 화물선 A호(5,901톤)와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 B호(9,370톤)가 충돌했다.

화물선인 A호에는 선원 외에 최대 12명의 여객과 가축이나 살아 있는 수산물, 위험물을 운반하는 화물차 기사의 임시 승선이 허용된다.

이번 사고를 통해 10년 전 세월호 참사를 겪고도 '바다 위 안전불감증'이 여전할 뿐 아니라 연안선(내항선) 관리 감독에 빈틈이 많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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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 완도 해상 화물선과 LNG 운반선 충돌
사고 원인 조사 과정서 상습 법 위반 적발
안전관리관 숫자 늘리고 감시망 강화 필요
지난 2월 17일 새벽 4시 20분쯤 전남 완도군 청산면 여서도 남서쪽 5.5㎞ 해상에서 LNG 운반선(왼쪽)과 충돌한 화물선의 모습. 해양경찰청 제공

지난 2월 17일 새벽 4시 20분쯤 전남 완도군 청산면 여서도 남서쪽 5.5㎞ 해상에서 화물선 A호(5,901톤)와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 B호(9,370톤)가 충돌했다. 다행히 사망자는 없었지만 A호 승객 1명이 얼굴 골절상을 입는 등 4명이 다치고 A호 뱃머리(선수)와 B호 선체 오른쪽 등이 크게 부서졌다. 2개월간 이어진 해양경찰 수사 결과 사고 원인은 ‘운항 부주의’였다. A호 선장은 자동 조타 중 졸음 운항을 했고 입항대기 중이던 B호 이항사는 A호가 알아서 피해 갈 것으로 예측해 아무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그러나 더 심각한 문제는 따로 있었다. 수사 과정에서 A호의 상습적인 선박안전법 위반이 드러난 것이다.


초과 승선에 고박 지침 위반까지

화물선인 A호에는 선원 외에 최대 12명의 여객과 가축이나 살아 있는 수산물, 위험물을 운반하는 화물차 기사의 임시 승선이 허용된다. 그러나 사고 당일 A호 여객은 규정을 29명이나 초과한 41명이었다. 이날만 그런 게 아니었다. 수사 결과, 지난해 12월 25일부터 사고 당일까지 총 과승 인원이 3,416명에 이르는 것으로 파악됐다. 이들 대부분이 임시 승선 대상이 아닌데도 배에 탄 화물차 기사로 추정된다. 검문·검색 시엔 미신고 승선자들을 선장실에 숨기는 수법으로 단속을 피했다. 또 차량 5대를 배에 제대로 고정하지 않는 등 고박 지침 위반도 적발됐다.

이 같은 위법 행위가 만연한 건 선사와 화물차 기사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지지 때문이다. 기사들은 여객선이나 항공기로 따로 이동해야 하지만 번거롭고 돈이 든다는 이유로 무단 승선하고, 선사는 눈감아주는 관행이 이어져 온 것이다. 제주지역 한 화물차 기사는 “불법인지 알지만 무단 승선하는 일이 많다”고 털어놨다.

해경은 최근 A호 선장과 B호 이항사뿐 아니라 A호의 선사 대표와 화물 담당자, 안전관리대행업체 대표 등을 업무상 과실치상과 선박안전법 위반 등 혐의로 형사 입건해 검찰에 송치했다.


160명이 5200척 담당

전남 완도군 청산면 여서도 남서쪽 5.5㎞ 해상에서 화객선과 충돌해 파손된 LNG 운반선 모습. 해양경찰청 제공

이번 사고를 통해 10년 전 세월호 참사를 겪고도 ‘바다 위 안전불감증’이 여전할 뿐 아니라 연안선(내항선) 관리 감독에 빈틈이 많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현재 연안선 가운데 화물선과 어선 등은 해양수산부 소속 해사안전감독관이, 여객선은 한국해양교통안전공단(옛 선박안전기술공단)의 선박운항관리자가 각각 관리한다. 해수부는 세월호 참사 직후 선사 이익단체인 해운조합 소속이었던 운항관리자를 공단 소속으로 이관시키고 숫자도 늘리는 한편 안전감독관을 신규 채용해 현장에 배치하고 여객 신분과 화물 과적 확인 절차를 강화했다.

그러나 화물선 등 5,100척을 관리하는 안전감독관은 40명으로 숫자가 턱없이 부족하다. 102개 항로 여객선 150척을 담당하는 운항관리자는 126명으로 사정이 좀 낫지만 규모가 작은 항구나 섬에 상주하지 않는 경우가 허다해 감시망이 허술하긴 마찬가지다.

안전감독관과 운항관리자의 숫자를 현실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또 아무리 작은 섬이어도 해경 파출소나 출장소는 있다는 점을 활용할 수 있도록 일부 관리감독 권한을 해경에 부여하는 방안도 거론된다. 고명석 부경대 해양생산시스템관리학부 교수는 “안전감독관 등을 증원하는 동시에 해경 파출소 업무에 안전 관리를 추가하거나 여객선에 한해 경찰관 의무 승선제를 도입하는 방안 등을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환직 기자 slamhj@hankookilbo.com
완도= 김진영 기자 wlsdud4512@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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