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지대] 키오스크

이선호 기자 2024. 5. 2. 0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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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선호 지역사회부 부국장

외국인의 눈에 한국인은 친인척이 많았다. 단골 식당과 술집 사장을 이모와 삼촌이라는 애칭으로 불렀기 때문이다. 연세 지긋한 사장은 어머님, 아버님이다. 호칭이 정겹다. 처음 한국에 온 외국인의 눈에는 이 같은 문화가 신기하고 인상 깊게 느껴지는 것도 이상한 일이 아니다.

식당과 술집의 수많은 이모와 삼촌들은 자영업자다. 단골손님 너스레에 서비스 반찬과 안주를 내어 준다. 일종의 영업이다. 서비스 계란프라이와 쥐포튀김, 음료수에 또 방문하게 되고 이런 맛에 자연스레 손님들로 붐비는 나름 동네에서 입소문 난 가게가 있었다.

코로나19가 창궐하던 시기로 기억된다. 대형 프랜차이즈 패스트푸드점 앞에 성인 남자 덩치만 한 전자기기가 설치됐다. 종전에 직원에게 햄버거, 콜라, 감자튀김까지 주문하던 것을 커다란 전자기기 앞에서 주문하라고 안내한다. 이른바 ‘키오스크’다. 전자기기에 익숙지 않은 아저씨, 아줌마, 할아버지, 할머니들이 키오스크 주문에 진땀을 흘려야 했다.

이어 얼마 지나지 않아 술집과 식당 테이블마다 작은 태블릿PC 같은 소형 키오스크가 등장했다. 만남을 억제하고 통제하던 시간. 만남 자체가 죄인시되는 분위기. 식당과 술집도 비대면 주문이라는 대세에 따르게 됐다. 코로나19는 잦아들었지만 키오스크는 이후 어딜 가도 당연하게 받아들이는 주문 수단으로 보편화됐다.

키오스크는 ‘신문, 음료 등을 파는 매점’을 뜻하는 영어 단어에서 유래했다고 한다. 지금은 식당 등에서 메뉴를 주문하는 기기로 통용된다. 키오스크는 식당, 주점 사장들 입장에서 비용 절감의 수단이다. 인건비가 상승하면서 어려움을 겪게 된 식당 사장들이 직원을 줄이는 대신 키오스크 설치를 늘려갔다.

키오스크 등장으로 이제 식당과 술집에서 이모, 삼촌 소리를 들을 수 없는 시대가 머지않아 보인다. 급변하는 사회를 막을 수는 없다. 그러나 그 과정에서 소외받는 이들을 위한 사회적 배려도 생각해야 한다. 지금도 노인, 장애인 등 전자기기에 서툰 소외계층은 키오스크 앞에서 씁쓸해하고 있다.

이선호 기자 lshgo@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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