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패스트볼로 고공행진, 토종 공룡선발

심진용 기자 2024. 5. 2. 0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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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C 투수 이재학, 신민혁, 김시훈(왼쪽부터). NC 다이노스 제공


시즌 초 최대약점으로 꼽혔던 선발
선두 KIA 밀어내고 평균자책 1위 대반전


이재학·신민혁·김시훈, 하이코스 공략에 적극적
ABS 도입 후 새로운 활로로…피홈런은 신경써야할 과제


시즌 전만 해도 NC를 5강 후보로 꼽는 이는 많지 않았다. 가장 큰 이유는 선발진이 너무 약하다는 것이었다. 그럴 만도 했다. 지난 시즌 리그 에이스로 군림했던 에릭 페디가 미국으로 돌아가면서 외국인 투수 2명이 모두 교체됐다. 더 큰 문제는 국내 선발이었다. 좌완 구창모가 상무 입대하면서 ‘건강한 구창모’를 상상해볼 여지조차 사라졌다. 신민혁을 제외하고 남은 두 자리를 누구로 채울지 불명확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선발 전환을 준비하던 김영규가 전지훈련 중 부상으로 이탈하면서 그의 선발 복귀 또한 없던 일이 됐다. 결국 신민혁·이재학·김시훈으로 국내 선발진을 꾸리기는 했지만, 최근 성적을 볼 때 높은 점수를 매기기는 어려웠다.

개막 한 달이 지났다. 대반전이다. 하위권으로 평가받던 NC 선발진은 4월까지 31경기에서 도합 170.1이닝을 소화하며 평균자책 3.17을 기록했다. 2위 KIA(3.97)를 멀찍이 제치며 평균자책 1위를 달렸다. 리그 평균 4.82와 비교하면 1.5 이상 낮다.

새로 영입한 대니얼 카스타노와 카일 하트가 호투 중이다. 더 눈에 띄는 건 국내 선발 세 명이다. 평균자책 기준 1일 현재 신민혁이 3.22로 리그 5위, 이재학이 3.98로 9위다. 5선발 김시훈은 이들보다 더 좋은 2.79를 기록 중이지만 규정이닝(31이닝)에서 2이닝이 모자라 순위에서 빠졌다.

기대 이상 호투 중인 세 사람의 공통점이 보인다. 높은 쪽 공략에 적극적이라는 점이다. 신민혁이 가장 두드러진다. 지난해 신민혁은 스트라이크 존 높은 쪽 세 코스(몸쪽·가운데·바깥쪽)로 들어간 공이 전체 투구 중 12.1%였다. 존 바깥까지 합하면 전체 투구 중 높은 쪽 투구가 30.4%였다. 올해는 존 안 높은 쪽이 15%, 벗어난 높은 쪽까지 합하면 37.8%까지 올랐다. 1경기 공 100개를 던진다고 치면, 높은 쪽 공이 8개 정도 더 늘었다는 얘기다. 김시훈도 높은 쪽 전체 투구가 지난해 28.3%에서 33.4%로 올랐다.

이재학은 올 시즌 하이코스 비율이 지난해보다 소폭 줄었지만, 여전히 전체 투구 중 33%로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고비마다 높은 쪽을 공략하는 데 주저하지 않는다. 전날 LG전 5회초 무사 1·2루 위기가 대표적인 장면이다. 오지환을 상대로 높은 쪽 체인지업으로 투 스트라이크째를 잡으며 타자 시선을 흐트러뜨린 뒤 5구째 아주 낮은 체인지업으로 헛스윙을 유도했다. 뒷타자 박동원을 상대로는 높은 쪽 공만 세 개를 던져 3구 삼진을 잡았다. 1구 커터, 2구 직구, 3구 체인지업이 모두 높은 쪽으로 향했다.

자동투구판정시스템(ABS)이 도입된 2024시즌, 높은 쪽 공은 리그의 화두다. ‘칠 수 없는 공’이 스트라이크로 잡힌다는 타자들의 불만이 적지 않다. 달리 말하면, 투수 입장에선 높은 쪽이 새로운 활로로 떠오르고 있다는 얘기다. 물론 높은 쪽 승부가 일방적으로 투수에게만 유리한 건 아니다. 밋밋하게 들어간 높은 공은 언제든 장타로 연결될 수 있다.

현재까지 NC 국내 선발 3인방의 높은 쪽 공략은 성공적인 것으로 보인다. 다만 피홈런 억제는 시즌 마지막까지 신경 써야 할 과제가 될 수 있다. 시즌 초 타고투저 바람 속에 세 사람 모두 지난해에 비해 피홈런 비율이 늘었다. 높은 쪽 공략으로 이득을 얻는 만큼 치러야 하는 비용도 없지 않은 셈이다.



심진용 기자 s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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