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는 이미 정치…기후위기 대응 시작은 에너지 전환"

조성은 2024. 5. 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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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릴레이 인터뷰③] 박지혜 더불어민주당 의정부갑 당선인

이번 22대 총선에서 여야의 눈에 띈 공약은 '기후'였다. 여야 모두 기후를 주요 공약으로 내놓았다. 비록 크게 주목받지 못했지만 그동안 국회가 기후위기를 외면했던 것과 비교해 큰 변화다. 기후가 새로운 경제와 산업, 과학기술과 일자리에 관한 문제라는 인식이 퍼진 결과다. 국제사회의 주요 의제로 떠오른 만큼 이제는 외교의 문제이기도 하다. 이번 총선을 앞두고 각 정당은 기후전문가를 인재로 영입했고 이 중 일부는 22대 국회 입성에 성공했다. 이들은 기후위기를 어떻게 바라보고 어떤 대응책을 내놓을까. <더팩트>는 이번 22대 국회에 입성한 여야의 기후인재들을 만나 기후위기의 의제화에 대해 이야기했다. <편집자 주>
박지혜 더불어민주당 경기 의정부갑 당선인이 지난달 30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강변서재에서 <더팩트>와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국회=남용희 기자

[더팩트ㅣ국회=조성은 기자] "지금은 모든 분야에서 기후를 우선순위에 두고 사고해야 하는 상황인데 정치권에서는 여전히 기후를 표면적으로만 다루고 있다."

제1야당의 1호 영입인재. 박지혜 더불어민주당 경기 의정부갑 당선인에게 기후는 이미 정치의제다. 변호사인 그는 정치에 입문하기 전, 석탄화력발전 취소소송부터 헌법소원까지 의미 있는 기후소송을 맡아왔다. 의미가 있었지만 한계가 명확했다. 기존의 법과 제도는 '기후위기'라는 패러다임을 반영하기에 부족했다.

박 당선인은 기후소송에 대해 "굉장히 어려운 소송이지만 한편으로는 캠페인 목적도 있다. 그 이슈를 널리 알리고 싶기 때문이다"라고 설명했다. 그는 "활동을 해보니 기존의 법과 제도의 잘못된 점을 고치는 게 더 근본적인 방법이라 생각했다"며 "정치를 통해 제가 직접 그런 법과 제도를 만들어야겠다고 다짐했다"고 밝혔다.

시민사회에서 기후운동을 해왔지만 기후위기에 대한 접근법은 철저하게 현실적이다. 박 당선인의 최대 관심사는 에너지 전환이다. 시민사회와 정치권이, 여야를 막론하고 기후위기에 대한 인식의 교차 지점에 에너지 전환이기 때문이다. 지난달 30일 국회에서 <더팩트>와 만난 박 당선인은 "기후는 곧 경제"라며 "기후위기 대응의 첫걸음은 에너지 전환"이라고 강조했다.

다음은 박 당선인과의 일문일답이다.

기후경제 전문가인 박 당선인은 윤석열 정부가 기후위기 대응 관련 정책 추진에 대한 의지가 약하다고 지적했다. /국회=남용희 기자

-민주당 1호 인재다. 그만큼 민주당이 기후를 중요한 의제로 생각한다는 뜻일 텐데, 21대 국회에서는 기후와 관련해 특별한 모습을 보여주지 않았다. 현재 기후위기에 대한 민주당의 입장은 어떤가.

민주당은 기후위기를 경제위기이자 국가위기로 보고 있으며, 기후 변화와 에너지 문제는 국민의 삶과 직결되는 중요한 의제로 인식하고 있다. 이번 총선에서 중앙당 차원에서 '기후위기 극복과 RE100 국가 실현을 위한 민주당 10대 공약'을 발표했다. 그중에서도 제가 관심을 두는 분야는 에너지 전환이다. 기후위기 대응에서 가장 첫 단계가 에너지 전환이다.

기후는 점점 중요한 정치의제가 되고 있다. 그중 민주당은 기후경제 의제 관련해서는 가장 의지가 있고, 선도하는 정당이다. 정당에서 주요 의제가 되려면 지지 기반인 당원들이 요구하고 의원들이 받아들이는 과정이 필요한데, 민주당은 이미 21대 임기 대 그런 과정을 거쳤다. 시·도당에 설치하는 필수위원회에 탄소중립위원회를 넣고, 정강 정책이나 조직에도 반영하면서 인지도를 높이는 노력을 해왔다. 또한 기후경제 전문가인 제가 영입인재 1호이기도 하다.

지난 정부에서 탄소중립기본법을 만들며 2050 탄소중립 목표를 만들었다. 정권 초기였다. '그린뉴딜' 등 의제를 발굴하며 의욕을 보였었다. 후반부로 갈수록 정권교체 등으로 지지부진했다. 후속 입법들이 쭉 이뤄졌어야 하는데 그러지 못했다. 정치적으로도 싸워야 하는 시기이기도 했다. 기후는 장기적으로 치부되는 경향이 있다 보니 우선순위 경쟁에서 처진 것 같다. 22대 총선에서 승리한 만큼 다시 한번 고삐를 당겨야 할 것이다.

박 당선인은 기후위기 대응은 한국의 산업경쟁력, 일자리 문제와도 직결되는 핵심 의제라고 강조했다. /국회=남용희 기자

-윤석열 정부는 기후정책과 관련해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 정책을 비판한다.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문재인 정부의 정책은 핵발전소를 당장 모두 폐쇄하는 것이 아니라 새로 짓지 말고, 이미 있는 것을 '페이즈 아웃' 하면서 재생에너지로 채우자는 것이었다. 시민단체들 사이에선 물론 더 급격하게 핵발전을 줄여야 한다는 의견도 있었지만 대체로 문재인 정부의 정책에 동의했다. 국민 참여하에 공론화 절차도 거쳤다.

오히려 현 정부의 원전 확대 정책은 세계적 추세에 반한다. 핵발전소를 증설하면 재생에너지의 증가 속도는 감소할 것이다. 신속한 에너지 전환이 어려울 것으로 우려되는 상황이다. 윤석열 정부는 탄소중립 관련 예산이 전년에 비해 감소하는 등 기후위기 대응관련 정책 추진에 대한 의지가 약하다.

-원전론자들은 오히려 우리나라의 여건을 이유로 원전을 늘려야 한다고 한다.

온실가스 감축을 위해서 원전을 늘려야 된다는 논리다. 그런데 지금은 기후 대응의 속도가 매우 중요한 시점이다. 2030년 감축 목표를 어떻게 달성할 것인가. 원전은 지금 새로 지으면 10~15년 걸린다. 대규모 부지와 비용, 사회적 합의도 필요하다. 안전 규제나 폐기물의 문제도 있다. 반면 재생에너지는 분산형 에너지이기 때문에 소규모로 여기저기서 할 수 있고 원전만큼 시간이 많이 필요한 에너지원이 아니다. 그런 측면에서 재생에너지가 원전보다 우위에 있다.

유엔 산하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PCC) 보고서에 따르면 비용과 효과 등에서 원전은 뒷순위에 있다. 재생에너지는 그동안의 투자와 인프라가 쌓여 생산비용이 감소했다. 세계적으로도 재생에너지가 주력 전원으로 자리 잡고 있다. 원전을 수출한다는 것도 마찬가지다. 지금 원전을 수출할 수 있는 곳은 동유럽 국가와 중동 정도다. 중동도 광활한 사막에 원전을 짓는 것보다 태양광 투자가 유리하고 실제로 태양광이 더 우선시되고 있다.

박 당선인은 "탄소 중립 이행을 위한 미래에너지 산업 육성을 통해 의정부의 경제 성장과 그린 일자리 창출할 필요가 있다"고 언급했다. /국회=남용희 기자

-현재 우리나라의 가장 시급한 기후과제는 무엇인가. 또 이에 대한 해결책은 무엇인가.

'기후가 곧 경제'다. 기후위기 대응은 한국의 산업경쟁력, 일자리 문제와도 직결되는 핵심 의제다. 그런 점들을 감안해 기후위기 대응을 효과적으로 진행하고, 산업 부문에서 새로운 기회를 잡을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그동안 기후 변화 대응 관련해서 오랜 활동을 해오며 깨달은 점은 단순히 에너지 사용을 줄이는 게 아니라 산업의 체질 개선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에너지 전환 산업 이슈를 중점에 두어야 한다. 전 세계적으로 환경문제에 대한 빠른 대응이 국가적으로도 이익인 상황이다. 애플 등 글로벌 기업들은 2030년까지 재생에너지로 생산한 반도체만을 납품받기로 할 정도로 RE100(재생에너지 100%)은 선택이 아닌 필수요건이다.

-우리나라는 왜 RE100에 소극적인가.

정치적인 이해관계가 얽힌 것 같다. 우리나라는 지금 재생에너지 비중이 10%도 안 된다. 이걸 확대하자고 하니 기존 원전 우위론자들의 반감을 산다. 윤석열 대통령은 '태양광 카르텔'이라고 하지만 진정한 카르텔은 원전이다. 원전을 중심으로 공고하게 굳어진 산업적인 이해관계가 있다. 원전을 포기할 수 없는 거다.

재생에너지 확대를 현실 가능성 없는 일로 깎아내리는 측면도 있다. 윤석열 대통령은 대선 때부터 RE100에 매우 미온적으로 반응했다. 한동훈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도 총선 때 'RE100을 모르면 어떻냐'는 식으로 얘기했다. '중요하지 않은 건데 민주당이 고집한다'는 식이다. 그런데 RE100은 바꿔 이야기하면 세계적으로 주력 전원으로 재생에너지를 사용해야 한다는 데 컨센서스가 만들어졌다는 의미다.

-지역구 의원이다. 비례대표처럼 한 분야만을 대표하기는 어려운데 지역구인 경기 의정부갑의 기후 의제는 무엇인가.

기후경제를 통한 균형 발전과 지역격차 해소, 일자리 창출이다. 탄소 중립 이행을 위한 미래에너지 산업 육성을 통해 의정부의 경제 성장과 그린 일자리 창출할 필요가 있다. 의정부시 호원동에 위치했던 주한미군 육군기지 캠프 잭슨이 2018년에 폐쇄됐는데, 캠프 잭슨을 스마트그리드·에너지저장장치 발전 규제로부터 자유로운 특구로 추진할 계획이다. 의정부라는 성공 사례를 만들어 전국적으로 확산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다.

박 당선인은 향후 22대 국회에서 "지속 가능한 미래를 위해 기후정치를 더욱 중심 의제로 만들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국회=남용희 기자

-이번 총선에서 주요 정당 모두 기후공약을 내놓았다. 어떻게 봤나.

이번 총선은 주요 정당이 '기후공약'이라는 이름으로 공약을 낸 첫 선거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이들 기후공약 특징을 보면, 우선 '에너지 전환'이 압도적으로 큰 비중을 차지한다. 대부분의 재생에너지 확대의 구체적인 목표와 수단 등이 자세히 적시됐지만 교통과 건물, 산업 등 나머지 영역으로의 기후대응 계획은 여전히 부족하다는 한계도 있었다. 모든 에너지원의 전기화, 산업공정 탈탄소화, 자연복원계획 등으로 범위를 확대하고 있는 유럽 등에 비하면 여전히 부족하다.

기후경제 의제 관련해서는 민주당이 가장 의지를 가지고 선도해 나가고 있다. 특히 녹색산업 활성화에 초점을 맞춰 '정의로운 전환'이나 '기후재난의 차별적 피해'까지 고려하고 있다. 그런 점에서 좀 더 종합적인 공약이라고 평가할 수 있을 것 같다.

국민의힘은 재생에너지를 확대하겠다고 하면서도 태양광은 쏙 빼놓았다. 태양광은 재생에너지에서도 가장 비중이 크다. 말이 안 되는 공약이다. 조국혁신당의 3080 햇빛 바람 정책 패키지는 인상적이었다. 2050년까지 재생에너지 비율을 80%까지 늘리겠다는 목표를 제안했다. 저희와 같은 선상에 있으면서 좀 더 장기적인 목표를 제시했다. 기후특위를 상설화한다거나 기후위기 대응기금의 규모를 늘리자는 것 등은 국민의힘과 크게 이견이 없는 부분이다. 공통 공약이기 때문에 꼭 이행될 것으로 생각한다.

-22대 국회에서 기후와 관련해 어떤 활동을 할 계획인가.

정치의 역할은 미래에 대한 방향성을 제시하는 것이다. 정치인은 바로 앞을 보기보다 멀리 내다봐야 한다. 다만 지금은 모든 분야에서 기후를 우선순위에 두고 사고해야 하는 상황인데 정치권에서는 여전히 표면적으로만 다루는 경향이 있다. 지속 가능한 미래를 위해서 기후정치를 더욱 중심 의제로 만들어 나갈 예정이다.

아울러 그간 기후 활동을 하면서 단순히 에너지 사용을 줄이는 것보다 산업의 체질을 개선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느꼈다. 제22대 국회에서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산자위) 위원으로 활동하며 에너지 전환 문제를 산업적인 관점에서 다루고 싶다. '한국형 탄소중립산업법(IRA)' 제정, 기업의 RE100 지원 확대, K-탄소중립 생태계 조성 등 산업 전환을 위한 의정 활동을 할 계획이다.

☞ 박지혜 당선인은 누구? 삼척 석탄발전소 취소 소송, 청소년 기후행동의 기후위기 위헌 소송 등 기후소송을 맡아 온 기후변호사. 직전까지 에너지전환포럼 감사를 지냈다. 환경소송 전문기관인 녹색법률센터 상근변호사로 근무했으며 비영리법인 기후솔루션의 이사를 역임했다. 기후 싱크탱크인 플랜1.5의 창립멤버로서 배출권거래제 등 온실가스 감출 정책을 비롯해 태양광·풍력 등 재생에너지 확대를 위한 정책 제안 활동을 해왔다. 1978년 경기 연천군 출생으로 서울대 조선해양공학·경영학 학사, 스웨덴 룬드대 환경경영·정책학 석사,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을 졸업했다.

pi@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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