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묘’에 아이브까지 건드려?[스경연예연구소]

이다원 기자 2024. 5. 2. 00:00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그룹 아이브. 사진제공|스타쉽엔터테인먼트



K콘텐츠에 대한 지대한 관심에 대해선 알겠다만, 아무리 부럽다고 해서 자신의 문화라고 우긴다면 그 얼마나 유아기적인 행동일까. 아이도 안 할 행동들을 집단적으로 보여주는데, 오은영 박사에게 상담을 받아도 개선이 안 될 듯 하다.

최근 중국 내 누리꾼들의 자화상이다. 영화 ‘파묘’(감독 장재현)를 조롱할 땐 언제고 불법으로 다운로드해 훔쳐보던 중국 누리꾼들이 이번엔 그룹 아이브(안유진, 장원영, 이서, 리즈, 레이, 가을)의 신곡 ‘해야’ 뮤직비디오에 딴죽을 걸었다. 중국의 문화를 훔쳤단다.

아이브 신곡 ‘해야’ 뮤직비디오 갈무리.



아이브 소속사 스타쉽엔터테인먼트는 지난달 29일 공식 유튜브 채널에 아이브의 두 번째 EP 앨범 ‘아이브 스위치’(IVE SWITCH)의 타이틀곡 ‘해야’ 뮤직비디오를 공개했다.

이번 뮤직비디오에는 무대며 의상까지 우리 고유의 전통 소재들이 콘셉트화되어 배치돼있다. ‘호랑이’라는 전래동화 소재를 차용해 전체 뮤직비디오 콘셉트를 형상화했는가 하면, 곳곳에 부채, 노리개, 가마 등 한국색 짙은 소품들을 감각적으로 활용한다. 여기에 아이브 멤버들은 한국적 분위기가 물씬 풍기는 의상들을 현대적 감각에 맞게 소화해내며 신구 문화의 조화를 이끌어낸다.

완벽한 콘셉트의 음악과 뮤직비디오 결합에 중국 누리꾼들은 배가 아팠던 것일가. 온라인 상에선 ‘중국의 문화를 훔쳤다’는 억지 주장이 터져나왔고, 아이브의 뮤직비디오를 향한 악플도 이어졌다. 또한 뮤직비디오에 참여한 관계자들의 SNS에까지 찾아가 이유없는 분노만 표출하고 있다.

뮤직비디오 속 장원영.



뮤직비디오 2D 원화를 담당한 박지은 작가는 자신의 블로그를 통해 “해야의 공식 콘셉트는 한국의 아름다움과 해를 사랑한 호랑이”라며 “한지 위에 전통 재료로 그린 그림”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긴 가로화면이 이어지는 전통적 두루마리를 활용한 방식, 전통회화의 섹션들이 인물화, 영모화, 산수화 개념으로 그림들을 다채롭게 티저형으로 제시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아는 분은 아시다시피 동아시아 3국 중 한국만이 사용하는 슬픈 용어이고 중국과 일본은 동양화라는 말을 사용하지 않는다. 대학 학부에서도 같은 내용을 다루지만 어느 대학은 동양화과, 어느 대학은 한국화과 혼재되어 사용되는 용어다. 나는 예술고등학교 한국화과를 졸업하고 미술대학 동양학과에 진학했다”며 “개념을 둘러싼 이러한 논란과 역사가 바로 한국적인 특성 그 자체라고 개인적으로 생각하며 작업한다”고 했다. 그럼에도 중국 누리꾼들은 멈추지 않고 “부끄러운 줄 알라” “문화적 열등감 때문에 중국 문화를 훔치지 말라” 등의 댓글을 쏟아내고 있다.

영화 ‘파묘’ 포스터.



중국의 떼쓰기 식 주장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천만 영화 ‘파묘’ 개봉 당시에도 중국 누리꾼들은 배우 김고은, 최민식, 유해진이 극 중 얼굴에 축경(질병과 액을 막고 귀신을 퇴치하는 것)을 새긴 장면에 대해 “중국에서는 얼굴에 글을 쓰거나 새기는 행위를 매우 모욕적이고 굴욕적인 행위로 본다. 한국인들이 얼굴에 잘 알지도 모르는 한자를 쓴 게 참 우스꽝스럽다. 한국인들이 멋있다고 하는 행동을 중국인들이 보면 참 웃기다”고 조롱했다.

그러면서도 작품은 궁금했는지 ‘도둑 시청’을 일삼아 영화에 직접적인 피해를 주기도 했다. 현지 개봉도 안 한 시점에 중국 콘텐츠 리뷰 사이트 ‘더우반’(豆瓣)에 ‘파묘’의 리뷰 화면이 만들어진 것. 심각한 저작권 침해인 ‘불법 다운로드’를 아무렇지 않게 자행하면서 앞에선 욕을 하는 이중적인 면모가 드러난 순간이다. 중국의 답없는 욕심부리기가 앞으로 얼마나 더 갈지, 관심을 갖고 지켜볼 일이다.

이다원 기자 edaone@kyunghyang.com

Copyright © 스포츠경향.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