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포럼] 깨지는 독자 핵무장 금기
무기·안보 지원 축소, 핵 개발이 답
NPT의무 위반·제재 등 난제 수두룩
새 국가전략 짜고 국민 공감 넓혀야
1970년대 초 한국은 심각한 안보위기에 처했다. 리처드 닉슨 미국 대통령이 ‘아시아의 방위는 아시아 국가가 책임져야 한다(닉슨 독트린)’며 주한미군 병력의 약 3분의 1인 7사단(2만명)을 철수했다. 깜짝 놀란 박정희 대통령은 이스라엘 수준의 자주국방을 목표로 비밀리에 핵 개발에 착수했다. 이후 지미 카터 대통령이 주한미군 완전철수를 공언해 박정희와 극심한 갈등을 빚었고 핵무장 움직임도 가속화됐다. 프랑스에서 플루토늄 추출을 위해 재처리 기술 공급계약을 체결했고 캐나다와도 중수로 도입계약을 맺었다. 핵 개발은 성사 직전까지 갔으나 결국 미국의 압력에 좌절되고 말았다.
이 와중에 북한의 핵 폭주는 통제 불능으로 치닫고 있다. 김정은은 2022년 핵 선제 타격 법제화 후 시도 때도 없이 미사일을 쏴댄다. 북핵 통제 고삐도 느슨해지고 있다. 한 달 전 러시아는 유엔안전보장이사회에서 거부권을 행사해 대북제재감시망인 전문가 패널을 해체했다. 러시아 매체에 따르면 최근 중국은 한반도를 겨냥해 16대의 핵 폭격기를 동원해 공습훈련을 감행했다. 산술적으로 64∼96발의 핵폭탄을 투하할 수 있는데 북한까지 가세한다면 수백발의 미사일과 핵탄두가 우리 머리 위에 쏟아질 수 있다. 아무리 촘촘한 방어망을 짠들 거대한 버섯구름의 재앙을 피할 길이 없다.
핵 공격을 억제할 방법은 독자적 핵무장을 빼고는 달리 없다. 미 외교가 대부 헨리 키신저는 “이웃 국가가 핵을 보유할 때 같이 핵을 보유하는 것이야말로 가장 강력한 상호불가침 조약을 맺는 것”이라고 했다. 트럼프 2기는 50년 전 좌절됐던 한국 핵 개발의 호기일 수 있다. 트럼프식 고립주의의 이면에는 쇠락하는 국력의 어두운 그림자가 짙게 드리워져 있다. 이제 미국은 홀로 세계 곳곳에서 터지는 분쟁과 갈등을 감당하기에는 벅차다. 한국과 일본, 호주 등 동맹국들의 역할이 커질 수밖에 없다.
한국이 당장 핵무장에 나서기는 어렵다. 국제사회가 핵확산금지조약(NPT) 의무 위반을 문제 삼아 제재에 들어갈 수 있다. 미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가 한국 외교·안보 전문가를 상대로 진행한 설문조사에서도 응답자 중 53%가 경제 제재 및 국제규범 위반, 한·미동맹 손상 등을 이유로 핵 보유를 반대했다.
이런 난제를 풀기 위해서는 긴 호흡으로 외교·안보와 과학기술, 경제·산업을 아우르는 국가전략을 새로 짜야 한다. 우선 한·미 핵협의그룹과 한·미·일 공조에 치중하면서도 잠재적 핵 역량을 최대한 확보해야 한다. 이스라엘과 인도가 우호적인 대미 관계를 지렛대 삼아 강력한 제재는 피해 가면서 자체 핵무장으로 나간 모델을 참고해야 한다. 필요하다면 일본과 공동 핵 개발을 모색할 수 있다. 국민 공감대를 넓히는 것도 소홀히 해선 안 된다. 국내정치와 여론이 이념과 정파에 따라 사분오열돼서는 산적한 장애물을 넘을 수 없다. 어떤 정파적 이익도 국가 안위와 국민 생명에 우선할 수는 없다. 정쟁은 국경 앞에서 멈춰야 한다.
주춘렬 논설위원
Copyright © 세계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제자와 외도한 아내 ‘사망’…남편 “변명 한마디 없이 떠나”
- 백혈병 아내 떠나보내고 유서 남긴 30대...새내기 경찰이 극적 구조
- "北남녀 고교생, 목욕탕서 집단 성관계" 마약까지...북한 주민들 충격
- “배현진과 약혼한 사이" SNS에 올린 남성, 재판서 혐의 인정
- “영웅아, 꼭 지금 공연해야겠니…호중이 위약금 보태라”
- 미성년 남학생과 술 마시고 성관계한 여교사 되레 ‘무고’
- 술 취해 발가벗고 잠든 여친 동영상 촬영한 군인 [사건수첩]
- “내 친구랑도 했길래” 성폭행 무고한 20대女, ‘녹음파일’ 증거로 덜미
- 사랑 나눈 후 바로 이불 빨래…여친 결벽증 때문에 고민이라는 남성의 사연
- "오피스 남편이 어때서"…男동료와 술·영화 즐긴 아내 '당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