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타워] 위기 마주한 기업 그리고 정부·국회

이진경 2024. 5. 1. 23: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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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들은 경영에 있어 위기가 아닌 적이 없다고 말하곤 한다.

최근 SK수펙스추구협의회 회의에서 SK 2인자인 최창원 의장은 "환경 변화를 미리 읽고 계획을 정비하는 것은 일상적 경영 활동으로 당연한 일인데 그렇지 못한 영역도 있다"며 반성문을 내놓기도 했다.

미국이나 일본, 중국 등은 정부가 과감하게 현금 및 세제 혜택 등을 기업에 제공하고 있다.

기업이 잘하겠거니 하며 소극적으로 있다가는 그간의 노력으로 우위를 차지한 경쟁력을 잃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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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산업 패권 무한경쟁 시대 맞춤 정책 마련 시급

기업들은 경영에 있어 위기가 아닌 적이 없다고 말하곤 한다. 계획과 다른 변수가 있기에 항상 경계하고, 시장 흐름에 촉각을 곤두세우며 위험요소를 제거하려면 가져야 하는 태도일 것이다.

그런데 최근에는 ‘진짜 위기’라는 긴장감이 느껴진다. 인공지능(AI)과 반도체, 전기차, 탄소중립 기술 등 많은 산업 분야가 한꺼번에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이럴 때 자칫 발을 잘못 디디면 추락해 크게 뒤처질 수 있다는 걸 아는 기업들은 더 많은 시간과 노력을 들여 신중하게 행동하고 있다.
이진경 산업부 차장
당장 최고경영자(CEO)들이 직접 나서고 있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은 최근 독일에서 광학업체 자이스와 네덜란드 ASML CEO와 만나 협력을 논의했다. 첨단 반도체 경쟁력을 강화하겠다는 대외적 메시지다.

최태원 SK그룹 회장도 미국 실리콘밸리로 날아가 AI 반도체 선두주자인 엔비디아의 젠슨 황 CEO를 만났다. SK하이닉스는 엔비디아에 고대역폭메모리(HBM)를 공급하고 있다. 역시 엔비디아에 HBM 공급을 추진 중인 삼성전자를 견제하면서 양사 협력을 공고히 하기 위한 행보다.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도 우주·로봇, 이차전지 소재·전기차 충전 등 그룹 신사업 현장을 잇달아 찾아 미래 먹을거리를 챙겼다. 정용진 신세계그룹 회장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활동을 중단하고 그룹 전열을 가다듬고 있다.

이 같은 긴장감은 그룹 전반으로 번지고 있다. 삼성그룹에서는 계열사 임원들의 주 6일 근무가 ‘권고’되면서 많은 임원이 주말 출근을 하고 있다. SK그룹도 올해 그룹 주요 경영진이 참석한 토요일 회의를 부활시켰다. 최근 SK수펙스추구협의회 회의에서 SK 2인자인 최창원 의장은 “환경 변화를 미리 읽고 계획을 정비하는 것은 일상적 경영 활동으로 당연한 일인데 그렇지 못한 영역도 있다”며 반성문을 내놓기도 했다.

LG그룹은 이사보수 한도를 줄였고, 롯데와 이마트 등은 임직원들에게 회사 돈을 사용한 골프 자제령을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기업들은 몸도 마음도 분주한데 주변은 강 건너 상황을 보는 듯하다. 정부도 나름 여러 대책을 고민하고 있다. 공장 건설 기간 단축 지원과 인재 양성, 연구개발(R&D)을 통한 기술 확보 등 필요한 일을 하고 있다. 그러나 현금 지원이나 규제 완화 등 당장의 가시적인 대책들은 눈에 띄지 않는다.

국회는 특히 더 한가해 보인다. 경영 환경 개선에 도움이 되는 법 개정안이 쌓여 있지만 큰 관심이 없다. 21대 국회가 마무리되고, 이달 말 출발하는 22대 국회가 얼마나 적극적으로 행동할지 지켜볼 일이다. 정부·여당과 기업들이 요구하는 내용이 절대다수를 차지한 야당의 생각과는 결이 달라 우려가 되긴 한다.

지금의 상황은 기업의 비상한 노력만으로 극복하기 부족하다. 미국이나 일본, 중국 등은 정부가 과감하게 현금 및 세제 혜택 등을 기업에 제공하고 있다. 기업을 앞세워 신산업 패권을 쥐기 위한 국가 간 전쟁이다. 기업이 잘하겠거니 하며 소극적으로 있다가는 그간의 노력으로 우위를 차지한 경쟁력을 잃을 수 있다. 이는 경제안보와 직결되는 문제다.

정부와 여야가 머리를 맞대고 살아남기 위한 치밀한 전략과 정책을 마련해야 한다. 그리고 좌고우면하지 않고 신속하게 실행하는 것이 최선책이다.

이진경 산업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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