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수의마음치유] ‘인사이드 아웃’이 아니라 ‘아웃사이드 인’

2024. 5. 1. 23: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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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때 히트쳤던 애니메이션 영화 덕에 인사이드 아웃(inside out)이라는 말이 대중에게는 친숙할 테다.

그런데 우울증 치료에서는 인사이드 아웃이 아니라 아웃사이드 인(outside in)이 중요하다.

우울증의 행동활성화치료에서는 아웃사이드 인으로 행동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가르친다.

반대로 아웃사이드 인은 외부의 활동규칙에 따라 움직일 때 내면에서 의욕이 솟아나는 현상을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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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고 싶은 맘 생기기 기다리면 무기력 빠져
아주 작은 활동 하다보면 내부에 활기 생겨
한때 히트쳤던 애니메이션 영화 덕에 인사이드 아웃(inside out)이라는 말이 대중에게는 친숙할 테다. 이 영화의 제목은 마음속에 있는 억압된 감정을 밖으로 꺼내 놓으라는 메시지다. 맞다. 정서를 속으로 꾹꾹 눌러두는 건 정신건강에 해롭다.

그런데 우울증 치료에서는 인사이드 아웃이 아니라 아웃사이드 인(outside in)이 중요하다. 우울증의 행동활성화치료에서는 아웃사이드 인으로 행동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가르친다. 이때 인사이드 아웃은 내면에서 활동하고자 하는 동기가 자연스럽게 일어나는 상황을 일컫는다. 움직이고 싶은 의욕이 안에서 꿈틀거리면 그것에 따라 행동하는 게 바로 인사이드 아웃이다.

반대로 아웃사이드 인은 외부의 활동규칙에 따라 움직일 때 내면에서 의욕이 솟아나는 현상을 말한다. 하고 싶은 마음이 저절로 들 때까지 기다리지 말고, 아주 작은 활동을 하다 보면 내부에서 활기가 생긴다는 것이다. 아웃사이드 인 접근이 우울증 치료의 핵심이다.

내면에서 저절로 동기가 생겼을 때 활동하는 건 쉽다. 하지만 이렇게 하는 건 우울증 치료에 효과적이지 않다. 우울할 때는 꼼짝도 하기 싫어지는데 이런 마음 상태를 따라가면 아무것도 하지 않게 되고 변화도 생기지 않기 때문이다.

무기력을 떨치지 못하고 만성화되는 사례들을 관찰하면 우울의 악순환에 빠진 경우가 많다. 환자들은 대부분 이렇게 말한다. “하고 싶은 마음이 안 생기는데 어떻게 움직여요!” 의욕이 없다며 안 움직이고, 움직이지 않으니 무기력은 더 심해진다. 악순환이다. 긍정적 감정을 경험할 수 있는 활동을 하지 않으면 무기력은 고착된다.

의욕은 저절로 얻어지는 것이 아니다. 활동으로 뇌를 자극하지 않으면 활력이 생기지 않는다. 마음 밖의 외부세계에서 주어지는 오감이 내면으로 들어와야 뇌가 활성화된다.

우울증이 생기기 전 자신에게 기쁨과 성취감을 가져다주던 활동을 목표 삼고 그것을 다시 실행하면 된다. 기분에 따라서 움직이는 게 아니라 무기력에서 벗어나는 데 도움이 되는 활동계획에 따라 움직이면 기분이 서서히 변하고 활기도 찾아온다.

평소에 마라톤을 좋아하던 사람이 우울해진 뒤부터 달리기를 하지 않게 되었다면, 처음부터 매일 30분씩 달리라고 제안하기보다는 예전에 입던 운동복을 꺼내 입어 보라고 권한다. 러닝화를 신어 보기만 해도 되고, 새로 출시된 제품이 있는지 검색해 봐도 좋다. 이것도 못하겠다고 하면 러닝 선수들의 사진을 인터넷에서 찾아보라고 한다.

우울증에 걸리면 아무것도 못할 것 같지만, 이런 상태라도 활동을 잘게 쪼개면 무기력한 상태에서도 할 수 있는 무언가가 나온다. 기분이 좋아질 만한 행동을 작은 단위로 나눠서 실행하면 된다. 목표를 작게 쪼개다 보면 기운 없는 상태라도 시도해 볼 수 있을 만한 활동이 반드시 드러난다.

자동차를 뒤에서 밀어 움직이게 할 때 처음에는 무척 힘들지만 차가 서서히 움직이기 시작하면 적은 힘으로도 앞으로 쑥 나간다. 일단 시작해서 밀고 나가면 어느 순간부터 쭉쭉 뻗어나가게 되는 것이다. 집에만 있지 말고 밖으로 나가 10분만 걷기. 우울증 치료를 위해 이 정도의 활동이라도 충분히 괜찮은 시작이다.

김병수 정신건강 전문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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