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경기 하고 싶었다" 1694일만의 완투승 빚은 대투수의 감격, 그리고 꿈[광주 인터뷰]
[광주=스포츠조선 박상경 기자] "언젠가는 이런 경기를 하고 싶었다."
1694일만에 스스로의 힘으로 만들어낸 완투승, '대투수' 양현종(36·KIA 타이거즈)은 감격을 숨기지 않았다.
양현종은 1일 광주 기아챔피언스필드에서 펼쳐진 KT 위즈전에 선발 등판, 8안타 1볼넷 6탈삼진 1실점 완투승을 기록했다. 양현종이 완투를 기록한 건 2019년 9월 11일 부산 롯데전(9이닝 3안타 무4사구 7탈삼진 무실점) 이후 1694일 만이다.
출발은 불안했다.
양현종은 1회초 선두 타자 천성호에 초구를 뿌렸으나 좌중간 2루타로 연결됐다. 이어진 강백호 타석에서 우전 안타를 내줬고, 그 사이 천성호가 홈을 밟으면서 선취점을 내줬다. 이어진 무사 1루에서 양현종은 로하스를 3루수 병살타 처리하면서 한숨을 돌렸고, 장성우를 뜬공 처리하며 첫 회를 마무리 했다.
KIA가 1회말 공격에서 3득점으로 전세를 뒤집자, 양현종도 빠르게 안정을 찾았다. 2회 2사후 김민혁에 안타를 내줬으나 조용호를 삼진 처리하면서 이닝을 마친 양현종은 3회 이날 첫 삼자 범퇴 이닝을 만들었다. 4회에도 1사후 장성우에 안타를 허용했으나, 박병호를 유격수 병살타 처리하면서 세 타자로 이닝을 막았다. KIA가 9-1로 크게 앞서간 가운데, 양현종은 5회부터 7회까지 3이닝 연속 삼자 범퇴를 만들었다. 불과 71개의 공으로 7회까지 퀄리티스타트 플러스(선발 7이닝 이상, 3자책점 이하) 투구를 완성하면서 완투에 대한 기대감이 조심스럽게 피어 올랐다.
8회말 위기가 찾아왔다. 선두 타자 황재균을 땅볼 처리한 양현종은 김민혁에 좌전 안타를 내준 데 이어, 조용호의 대타로 들어온 신본기에게도 중전 안타를 허용했다. 김성수의 중전 안타까지 이어지면서 만루 위기에 처한 가운데, KIA 정재훈 투수 코치가 마운드에 올라 양현종과 의견을 나눴다. 하지만 양현종은 이닝을 마치겠다는 의지를 드러냈고, 결국 천성호를 2루수 병살타 처리하면서 이닝을 마무리 했다.
운명의 9회. 투구수 87개로 8회까지 마친 양현종은 다시 마운드에 올랐다. 선두 타자 강백호에 중전 안타를 내준 양현종은 로하스를 포수 파울플라이 처리하면서 첫 아웃카운트를 잡았다. 장성우의 대수비로 들어온 조대현에게 볼넷을 내주면서 무4사구 완투승의 기회가 날아가자 양현종은 희미한 미소를 지었다. 그러나 양현종은 박병호를 삼진 처리한 데 이어 황재균의 대타로 투입된 이호연마저 투수 땅볼로 잡으면서 1694일만의 완투승을 확정 지었다. 총 투구수는 102개. 개인 통산 9번째 완투승이다.
양현종이 승리를 확정 짓자 그라운드의 동료들이 모두 마운드에 몰려들어 축하를 전했다. 이날 경기장을 찾은 1만7402명의 관중들도 기립박수로 대투수의 완투승을 축하했다.
경기 후 취재진과 만난 양현종은 "타자들이 공격적으로 나서면서 나도 공격적으로 대응한 게 좋은 결과로 이어졌다. (한)준수의 리드가 너무 좋았다"고 이날 경기를 돌아봤다. 이어 "8회부터는 '운에 맡기자'는 심정으로 던졌다. 구위는 당연히 떨어졌고, 상대도 완투패를 당하고 싶지 않기에 더 적극적으로 칠 것으로 생각했다"며 "만루 이후 아웃카운트와 점수를 바꾸자는 생각을 했는데 병살타로 연결되면서 '운이 좋다'고 생각했다"고 덧붙였다.
양현종은 "1회엔 줄 점수를 주자고 생각했다. 우리 팀 타자들이 점수를 많이 뽑아줄 거라 생각하고 버틴다는 생각으로 던졌다. 야수들 컨디션에 맞춰 최소 투구수로 최다 이닝을 막는다는 생각으로 준비했는데, 1회에 3득점으로 역전하고 이후 빠르게 승부가 되다 보니 좋은 흐름으로 갈 수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6회를 마친 뒤 투구 수가 얼마 되지 않아 '오늘은 기회'라고 생각했다"며 "7회를 마친 뒤 코치님이 '네가 갈 때까지 간다'고 말해주셨다. 8회를 마친 뒤엔 코치님이 '그만하자'고 이야기 하셨는데, 나는 이런 기회가 언제 다시 올 지 모른다는 생각에 '계속 던지겠다'고 했다. 코치님은 아마 나를 걱정해주신 것이겠지만, 나는 해보고 싶었다. 감독님도 믿고 맡겨주셨다"고 밝혔다.
"작년에도 완투, 완봉 기회가 있었는데 중간에 끊겼다. 미련이 없지 않았다"고 돌아본 양현종은 "작년에 국내 투수 중 완투한 투수가 한 명도 없었다. 국내 투수들이 이 부분에서 안 좋은 평가를 받아 아쉬움도 조금 있었다. 시즌 초반이지만 완투를 했다. 나 뿐만 아니라 국내 투수들도 앞으로 이런 기록을 만들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주변에서 '이제 나이가 있어 구위가 떨어지니 몸 관리를 하라'고 이야기 했다. 그런 편견을 깬 것 같은 느낌이 든다. 아직 내 공, 상대와 싸울 자신이 있다. 오늘 경기는 그래서 여러가지 의미가 있는 것 같다"고 평가했다.
올 시즌 양현종은 이닝 소화 뿐만 아니라 투구 수 관리 면에서도 지난해보다 훨씬 나아진 모습으로 좋은 퍼포먼스를 이어가고 있다. 그는 "팀 분위기가 좋다 보니 내가 큰 짐을 짊어지지 않아도 된다는 마음이 크다. 이전엔 책임감도 컸지만, 그것 때문에 오버하는 피칭도 있었다. 지금은 나 뿐만 아니라 모두가 정말 잘 하고 있고, 팀이 상위권에 있어서 부담감이 크지 않다. 부담을 덜고 경기하는 게 이렇게 편할 줄 몰랐다. 지금처럼 부담을 털어내고 경기한다면 팀에 더 보탬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양현종은 "오늘은 내 역할을 한 것 같다. 어제(4대11 패) 같은 경우 추격조 투수들이 많이 나갔다. 때문에 오늘은 필승조가 나서기도 애매하고 추격조는 연투를 하기도 어려운 경기"라며 "앞으로도 이런 기회가 오고, 팀에 여유가 있는 상황이라면 많은 이닝을 가져가는 게 내 임무"라고 강조했다.
광주=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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