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판에서 안 오른 건 라면사리뿐…민생은 뒷전인 불편한 만남 속 말없이 허기를 채운다[금주의 B컷]
한수빈 기자 2024. 5. 1. 21:12
윤석열 대통령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첫 회담이 열린 지난달 29일 서울 서대문구 인왕시장을 찾았다. 일부 상인은 뉴스전문채널을 켜놓고 영수회담을 기다리고 있었지만, 대다수 상인들은 TV를 꺼두거나 다른 프로그램을 시청하고 있었다.
이날 회담은 윤 대통령과 이 대표의 모두 발언 이후 비공개로 진행됐다. 공개된 인사 장면과 발언 영상은 잠시 뒤 뉴스 속보로 방송됐다. 뉴스 패널들이 어떤 의제가 논의될 것인지, 영수회담의 의의는 무엇인지 등을 분석하는 장면이 이어졌다.
대통령과 야당 대표가 한 앵글에 잡힌 영상을 찍는 동안 한 상인이 물었다. “도대체 뭘 찍는 거예요?” 지나가던 시민과 주변 상인들도 호기심으로 바라봤다. 그리고 곧 “아~, 그게 오늘이었지. 둘이 만난다고 했어”, “시장에서 (관심있게) 보냐를 알아보려고 왔나 보네”하며 저마다 말을 보탠다.
윤 대통령 취임 720일째인 이날 열린 영수회담은 성과 없이 끝났다. 135분간의 회담이 끝난 뒤 대통령실은 “협치의 첫 발걸음을 내디뎠다”고 평가하고, 민주당은 “(대통령의) 국정기조 전환 의지가 없어 보였다”며 실망감을 드러냈다.
사진을 찍던 식당의 TV에는 회담 관련 뉴스속보가 흘러나왔지만, 손님들은 고개를 숙인 채 묵묵히 하던 식사를 계속했다.
사진·글 한수빈 기자 subinhan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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