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68년 ‘그날’을 불러오다…美대학 ‘반전시위 상징’ 해밀턴홀 아수라장
최근 전 세계 대학가에서 이스라엘과 하마스 전쟁에 반대하는 목소리가 커지는 가운데, 이 시위의 진원지로 불렸던 컬럼비아대에 결국 공권력이 개입했다. 일단 해밀턴홀 점거는 풀렸지만, 반전 시위가 반정부 시위로 번질 가능성도 적지 않다. 에릭 애덤스 뉴욕시장은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시위할 권리와 학교 및 도시를 안전하게 지킬 권리는 균형을 이뤄야 한다”며 시위 학생들에게 자제를 요청했다.
● 1968년 ‘그날’을 불러오다
이날 경찰이 2층 창문 등을 통해 해밀턴홀 진입을 시도하자 현장은 아수라장이 됐다. 건물 안팎에 밀집해있던 시위대는 경찰을 향해 “부끄러운 줄 알아라(Shame on you)” “학생들을 풀어줘라”고 함성을 질렀다. 컬럼비아대 학보 ‘컬럼비아 스펙테이터’에 따르면 경찰은 진입 약 5분 만에 시위대를 연행하기 시작했다. 경찰 측은 “해밀턴홀에서 약 50명의 학생을 체포했다”고 밝혔다.
마침 이날은 1968년 해밀턴홀에서 베트남 전쟁에 반대하는 시위대가 체포된 지 딱 56년이 된 날이었다. 당시 시위 학생 700여 명이 대거 경찰에 끌려간 광경은 미 사회에 큰 충격을 던졌다.
시위 학생들이 이날 새벽 해밀턴홀을 점거한 의도도 이를 감안했던 것으로 보인다. 세계의 시선이 컬럼비아대로 쏠린 상황에서 학생운동의 ‘전설적 사건’을 불러일으켜 정당성을 확보하려는 것이다. 실제로 전날 밤 몇몇 시위대가 홀에 들어간 뒤 이날 새벽에 문을 열어 학생들이 대거 진입했다고 한다. 1968년 시위에 참여했던 마크 나이슨 포덤대 역사학과 교수는 NBC방송에 “(현재 양상이) 당시 상황과 매우 흡사하다”고 말했다.
지난달 의회 청문회에서 “반유대주의에 강경 대응하겠다”고 답했던 미노슈 샤피크 컬럼비아대 총장은 해밀턴홀이 점거되자 경찰에 진압을 요청하는 긴급 서한을 보냈다. 또한 대학 졸업식(15일) 이후인 17일까지 캠퍼스에 상주해달라고 요청했다. 학교 측은 또 시위에 불참한 학생들에게 “학교 밖 안전한 곳으로 대피하라”는 경고문도 보냈다.
● “정치적 반정부 시위로 커질 수도”
상황이 급박하게 돌아가자 정치권 등에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존 커비 백악관 국가안전보장회의(NSC) 국가안보소통보좌관 등은 이날 “학생들의 건물 점거는 불법 행위로 시위는 평화적으로 진행돼야 한다”고 요구했다. 컬럼비아대의 존 맥워터 언어학 교수도 NYT 기고문에서 “지적인 항의로 시작된 시위가 타협하지 않는 분노와 폭력으로 또 다른 누군가를 향한 학대로 변질되고 있다”고 비판했다.
하지만 대학생을 비롯한 미 청년층은 바이든 행정부에 대한 불만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최근 뉴욕의 팔레스타인 지지 시위 현장에서 만난 파두모 오스만 씨(28)는 동아일보 인터뷰에서 “우리 세금으로 민간인을 죽이는 전쟁을 지원하면서 정작 미국 내 문제는 외면하고 있다”며 “4년 전에 바이든 대통령을 뽑았지만 올해는 모르겠다”고 말했다.
뉴욕=김현수 특파원 kimh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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