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들 ‘전공 없는 신입생 선발’ 확대…재정 지원 받으려

박고은 기자 2024. 5. 1.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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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학년도 대학 입시부터 전공 없이 학생을 모집하는 대학이 크게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앞서 교육부는 지난 1월 '2024년 대학혁신 지원사업 및 국립대학 육성사업 기본계획'을 발표하면서 대학의 무전공 선발 인원에 따라 재정 지원 인센티브를 주겠다고 밝혔다.

교육부가 내세우는 제도의 취지는 융합형 인재 양성과 학생 선택권 강화지만, 재정난에 시달리는 대학들은 지원금 때문에라도 무전공 선발을 늘릴 수밖에 없는 형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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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균관대·서강대·한양대 등 확정
인기 전공 쏠림·기초학문 고사 우려도
클립아트코리아

2025학년도 대학 입시부터 전공 없이 학생을 모집하는 대학이 크게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교육부가 재정 지원을 내세워 ‘무전공 선발’ 도입·확대 정책을 밀어붙인 데 따른 것이다. 대학가에선 비인기 학문의 고사 등을 이유로 반발의 목소리가 나온다.

1일 한겨레 취재를 종합하면, 성균관대·서강대·한양대 등 서울 주요 대학들은 내년도 입시의 무전공 선발 정원을 확정했다. 무전공 선발은 전공을 정하지 않고 대학에 들어간 뒤 2학년에 올라갈 때 자유롭게 전공을 선택할 수 있게 한 제도다. 성균관대는 무전공 통합계열인 ‘자유전공계열’을 신설하고 280명을 뽑기로 했다. 무전공으로 입학하는 학생들은 의대·약대·사범대·예술대 등을 제외하고 어떤 전공이든 선택할 수 있게 된다. 서강대는 자유전공학부를 3개 계열(인문학·사이언스·인공지능)로 나눠 신설하고 총 150여명을 선발하기로 했다. 한양대도 ‘한양인터칼리지학부’를 만들어 250명을 뽑기로 확정했다. 서울대는 입학정원이 123명인 기존 자유전공학부를 내년 3월 출범 예정인 ‘학부대학’으로 옮기고 신입생 정원을 늘리는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연세대도 무전공 선발 방안을 검토 중이다. 대학별 무전공 선발 인원과 구체적인 전형 방법 등은 한국대학교육협의회의 심사·승인을 거쳐, 각 대학이 이달 안에 누리집에 공개할 예정이다.

앞서 교육부는 지난 1월 ‘2024년 대학혁신 지원사업 및 국립대학 육성사업 기본계획’을 발표하면서 대학의 무전공 선발 인원에 따라 재정 지원 인센티브를 주겠다고 밝혔다. 교육부가 내세우는 제도의 취지는 융합형 인재 양성과 학생 선택권 강화지만, 재정난에 시달리는 대학들은 지원금 때문에라도 무전공 선발을 늘릴 수밖에 없는 형편이다.

무전공 선발이 늘면서 학내 갈등도 곳곳에서 빚어지고 있다. 무전공이 늘어나는 만큼 다른 학과의 정원을 줄여야 하고, 인기 전공 쏠림과 비인기 학문의 고사 현상도 더 뚜렷해질 수 있어서다. 고려대는 지난 3월 내년도 대입부터 300명 규모의 ‘자유전공 학부대학’을 신설한다고 밝혔으나, 반발이 있자 최근 재검토하겠다는 입장으로 돌아섰다. 지난 4월 건국대에선 무전공 선발 확대를 반대하는 학생들이 대학본부 점거 농성을 했다. 건국대는 일부 학과를 통폐합한 정원으로, 308명 규모의 자유전공학부를 신설하고 단과대별 자유전공학부도 새로 만드는 안을 추진 중이다. 성신여대도 예체능 계열 무전공 선발 추진에 음대 교수와 학생들이 “예술의 특수성을 고려하지 않은 비합리적 결정”이라고 대학의 결정을 비판했다.

비수도권 지역의 한 국립대 교수는 “기초학문을 지킬 수 있도록 지원을 해줘도 모자라는 시점에 정부가 사실상 학과 구조조정을 대학에 요구하고 있는 셈”이라며 “무전공 모집이 본격 시행되면 학과별 서열화, 나아가 대학별 서열화 현상도 짙어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박고은 기자 eun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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