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들리는 용산, 위기의 與…‘유승민의 시간’은 올까

박성의 기자 2024. 5. 1. 19:04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尹心’ 탓 지선 경선 패배한 劉…은퇴 접고 전대 출마 고심
유승민 “전당대회 출마 고민…‘당원 100% 룰’에 당 망가져”

(시사저널=박성의 기자)

"권력의 뒤끝이 대단하네요. 공정도, 상식도 아닌 경선이었습니다."

2022년 4월22일, 유승민 전 의원은 경기도지사 경선에서 당시 초선이었던 김은혜 의원에게 패하자 SNS를 통해 이같이 밝혔다. 비윤(非윤석열)계인 자신을 겨냥해 친윤(親윤석열)계가 노골적인 '낙선 운동'을 폈다고 의심한 것이다. 유 전 의원은 "권력의 칼춤은 결국 자신에게 돌아간다. 여기가 멈출 곳"이라며 정계 은퇴를 암시했다.

이후 잠행하던 유 전 의원의 이름이 다시금 여의도에서 거론되는 모습이다. 차기 전당대회에서 유 전 의원의 등판설이 거론되면서다. 총선 패배 후 여권 내 '윤심'(윤 대통령 의중) 영향력이 크게 약화된 가운데, 유 전 의원의 재기 가능성을 두고 정치권 내 전망이 분분한 모습이다.

유승민 전 국민의힘 의원이 2022년 4월6일 여의도 한 카페에서 시사저널과 인터뷰하고 있다. ⓒ시사저널 이종현

유승민 "전대 출마 고민"…관건은 '당심 100% 룰'?

유 전 의원은 1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국민의힘 전당대회 출마 가능성을 두고 "고민을 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유 전 의원은 "저는 늘 정말 이 나라를 위해 제대로 된 일을 하고 싶다"며 "보수가 국회에서 소수가 되는 데 너무 익숙해진 것 아닌가 (싶다). 첫째는 나라를 위해서, 둘째는 우리 당을 위해서 당이 바뀌어야 된다는 데 저는 굉장히 문제의식을 갖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그런 점에서 제가 할 일이 뭔지 고민을 하는 게 당연하다"고 덧붙였다.

다만 유 전 의원은 출마 전제 조건을 붙였다. '당원 100%'로 뽑는 기존 전당대회 규칙을, '민심'을 더 많이 대변할 수 있게끔 수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정진석 대통령실 비서실장이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때 전당대회 규칙을 일반 국민 여론조사 없이 '당원 투표 100%'로 바꾼 것을 비판했다.

유 전 의원은 "전당대회가 어떻게 굴러갈지 모르겠다. 룰(규칙)이 진짜 엿장수 마음대로였다"며 "우리 당이 절체절명의, 소멸의 위기에 빠졌을 때는 늘 민심을 찾았다. 2004년 3월 노무현 전 대통령 탄핵 이후 박근혜 대표가 처음 될 때 민심 50%를 (반영)했고, 오세훈 서울시장 (후보) 경선할 때는 민심 100%였다"고 했다. 이어 "그런데 불과 1년 반 전에 윤석열 대통령이 직접 지시를 해서 지금 비서실장 간 그 분이 한 건데, 당원 100%를 하면서 당이 아주 망가졌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그는 "제가 그때 민심에서 압도적으로 1위가 나왔으니 저를 (전당대회에서) 배제하려고 그랬는지 (몰라도), 그런 부분은 당이 얼마나 정신을 차렸냐, 그런 하나의 변화의 표시로 (이번 전당대회에서 적용할 규칙을) 어떻게 하는지 봐야 한다"고 말했다.

국민의힘 유승민 전 의원(오른쪽)이 2일 인천시 미추홀구 용현시장 인근에서 인천 동·미추홀을에 출마한 윤상현 후보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연합뉴스

약화된 '尹心'…유승민, 재기 가능할까

유 전 의원의 재기 가능성을 두고 정치권 내 전망은 분분하다. 우선 자천타천 당권 주자로 거론되는 나경원 서울 동작을 당선인, 안철수 의원 등과 비교해 세(勢)와 '당심'에선 유 전 의원이 약세라는 평가가 대부분이다. 특히 나 당선인과 안 의원 모두 이번 총선에서 당선됐으나, 유 전 의원의 경우 여전히 '야인' 신분이라는 점도 숙제로 지목된다. '당심 100%' 룰이 유지된다면, 유 전 의원은 '언더독'(약세 후보)의 입장에서 고군분투할 가능성이 큰 셈이다.

경기도지사 경선 당시 유승민 캠프에서 일했던 여권 한 관계자는 "'유승민 다운' 모습을 유지하는 것은 유 전 의원 본인에겐 굉장한 딜레마일 것"이라며 "유 전 의원의 소신대로라면 친윤계나 용산과 타협하지 말아야 할텐데, 이렇게 되면 지난 선거(경기도지사 경선)과 같은 처지에 놓일 수 있다"고 우려했다.

다만 과거와 상황이 달라졌다는 시각도 있다. 총선 패배로 불거진 윤 대통령의 '레임덕' 위기와 달라진 친윤계의 위세 등이 유 전 의원에겐 기회가 될 수 있다는 분석도 있다. 변화를 약속한 여당이 전당대회 룰을 변경한다면, 유 전 의원의 재기 가능성도 그만큼 높아질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박상병 정치평론가는 "유승민의 철학, 계획, 또 합리성을 선보일 수 있는 최고의 무대가 바로 당권 도전이다. 안 할 이유가 없는 것"이라며 "승리하면 금상첨화지만 설사 지더라도 국민을 향해 메시지를 전할 수 있다"고 했다. 이준한 인천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결국 '시대'가 유승민을 원해야 한다. 총선에서 당이 좋은 성적을 거두지 못했기에 유 전 의원에게도 기회가 올 것"이라고 내다봤다.

Copyright © 시사저널.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