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脫중국 기업`에 외면 당하는 한국

장우진 2024. 5. 1.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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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니스 아·태지역본부 대이동
강도높은 기업 규제 한국행 발목
싱가포르 5000개… 韓은 100개뿐

중국과 홍콩에서 이탈하는 다국적 기업들의 대체지에서 한국이 외면받고 있다. 미·중 패권 경쟁 가열과 중국의 '반간첩법'(2023년 7월), 홍콩의 '국가보안법'(2024년 3월) 시행으로 다국적 기업들이 생산기지는 인도와 베트남 등으로, 비즈니스 아·태지역본부는 싱가포르 등으로 옮기고 있는데, 한국은 각종 규제로 한국행을 가로막고 있는 것이다.

한국은 삼성전자와 현대자동차 등 글로벌 톱 반도체·자동차·배터리 기업과의 협업 기회가 있음에도 글로벌 기업들은 한국에 아시아지역본부(헤드쿼터)를 두는 것을 꺼리고 있다. 고용 경직성과 중대재해기업처벌법 등 전 세계에서 유래를 찾아보기 어려운 각종 기업규제가 한국으로 가는 길을 가로막고 있어서다.

세계 경제의 중심축이 아시아·태평양지역으로 넘어오고 있다는 점에서 주요 기업들은 아태지역 본부를 사실상의 글로벌 헤드쿼터로 삼고 있다. 재계는 최근 미중 무역갈등이 심화하면서 홍콩에 있는 아태지역본부를 이전하려는 글로벌 기업들의 움직임이 가시화 되고 있는 만큼, 이를 기회로 삼아야 한다고 제안한다.

1일 주한미국상공회의소(암참)의 '한국의 아태지역본부' 보고서에 따르면 아태지역본부를 둔 아시아 국가는 싱가포르가 5000여개로 가장 많았고 홍콩(1400여개), 중국 상하이(900여개)가 그 다음이었다. 한국은 100여개 안팎으로 추산됐다.

하지만 최근 미중 무역분쟁 확산과 홍콩H지수 급락 등으로 홍콩과 상하이를 벗어나 새로운 아태지역본부 물색 움직임이 일고 있다. 이 기회를 한국이 잡아야 한다는 제언이 나오는 배경이다.

보고서는 "전통적으로 싱가포르, 홍콩, 상하이와 같은 지역은 비즈니스 용이성, 생활비용, 삶의 질, 세금 혜택과 전반적인 운영 비용과 같은 요소에서 아태지역본부 구축 지역으로 선호됐다"며 "환경이 크게 변화하고 있고 기업들은 진화하는 글로벌 상황을 고려해 아태지역본부 위치를 재평가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아태지역본부 유치는 글로벌 네트워크를 강화할 수 있고, 이와 연계된 R&D나 설비 등 추가 투자로 이어질 수 있어 경제성장에 기여한다.

이민영 산업통상자원부 투자정책과장은 지난달 23일 서울 하얏트호텔에서 열린 '2024 국내 기업환경 세미나'에서 "공급만 재편 과정에서 한국이 보유한 기술력, 제조업 역량, 비즈니스 등의 잠재력을 감안하면 글로벌 본부의 국내 유치는 중요하다"며 "글로벌 기업이 들어오면 전략적 기능이 같이 들어온다. 관리역할 뿐 아니라 연구개발·물류 등이 복합적으로 연계돼 한국의 공급망 강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2000년 이후 몇 차례 글로벌 기업들의 아태지역본부 유치전략을 수립했다. 일부 규제완화 등이 동반되기도 했지만 이렇다 할 결과물은 얻지 못했다는 평가다. 여전히 강도 높은 기업 규제가 발목을 잡았다는 게 주요인으로 꼽힌다.

대표적으로 도급·파견제 제한, 짧은 노사 교섭주기, 중대재해에 대한 형사처벌 등은 최고경영자(CEO) 리스크를 초래하는 요인이다. 또 일부 외국인 투자지구를 지정해 놓기는 했지만, 여전히 법인세 감면 등 획기적인 인센티브가 부족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작년 1월 카허 카젬 전 한국GM 사장이 노동법 위반으로 수차례 출국 정지를 당한 끝에 1심에서 집행유예형을 받은 것 역시 다국적 기업들의 한국행을 주저하게 만드는 요인 중 하나다. 이밖에 통장개설부터 휴대전화 개통, 자녀교육 등 한국에 같이 들어온 가족들을 위한 지원 인프라 구축의 필요성도 제기된다.

제임스 김 암참 회장은 "미국은 한국의 최대 수출국이자 최대 투자국이다. 한국은 2등 자리에 만족해서는 안 된다"며 "한국의 아태지역본부 규모는 싱가포르, 홍콩에 비해 현저히 부족하지만 지금이 큰 기회"라고 밝혔다.

장우진기자 jwj17@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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