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은 왜 아웃도어를 사랑할까? [패션 에티켓]

2024. 5. 1.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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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패션 기획 Merchandizer이자 칼럼니스트 '미키 나영훈'이 제안하는 패션에 대한 에티켓을 전달하는 칼럼입니다. 칼럼의 이야기 하나 하나가 모여 근사한 라이프 스타일과 패션을 만드는데 좋을 팁을 편안하게 전해 드립니다.
아이더 제공

날씨가 좋아진 주말 오후, 화려한 아웃도어를 입은 사람들을 쉽게 볼 수 있습니다. 화려한 컬러와 디자인이 거리 곳곳에 보이는데, 세계 어느 나라를 가도 보기 힘든 한국만의 모습입니다. 연령대는 40대 이상의 중년에게 유독 많이 보이는 아웃도어 차림은 본의 아니게 한국을 대표하는 모습 중 하나입니다. 왜 한국인은 이토록 아웃도어 패션을 사랑하는 것일까요?

여러 가지 이유가 있습니다만 확실한 것은 2가지, 짧은 패션 역사와 기후적 특징입니다. 다만 한국의 지형 특징 중 하나인 '산'이 많다는 것은 이유로 들지 않겠습니다. 한국에 아무리 산이 많다 한들 한국인 모두 등산을 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지형적 특징보다는 한국 패션의 짧은 역사와 기후 특징이 큰 이유입니다.


짧은 패션 역사의 단면적 모습

포멀 웨어 ⓒ게티이미지뱅크

한국이 경제적 안정권에 들어선 것은 얼마 되지 않았습니다. 한강의 기적을 일으키면서 급속도로 경제성장을 이룩했지만, 서민들이 어느 정도의 안정적인 생활을 한 것은 얼마 되지 않은 일입니다. 그리고 짧은 경제 성장은 패션에도 영향을 끼쳤습니다.

한국 사회에서 패션을 제대로 알고 입기 시작한 1990년대부터 캐주얼의 인기는 전 세계적인 흐름이었습니다. 1980년대까지 정장과 블레이저 차림의 포멀 한 스타일이 인기가 많았다면 1990년대부터 화려한 컬러와 독특한 디자인의 캐주얼 웨어의 인기가 전 세계적으로 유행하기 시작했습니다. 한국 또한 1990년대부터 본격적으로 해외 문물을 받아들이면서 이 영향은 크게 작용했습니다.

이런 흐름은 한국의 패션에 포멀 웨어가 깊은 뿌리를 내리지 못한 원인이자, 캐주얼 복장이 대부분이 된 이유입니다. 포멀 웨어는 수준 높은 봉제와 높은 퀄리티의 소재를 베이스로 오랫동안 축적된 역사를 필요로 합니다. 하지만 한국은 포멀 웨어의 역사를 만들기 전에 이미 캐주얼의 흐름을 모두 받아들이게 됩니다. 사회 생활에 필요한 포멀 웨어는 아버지가 아들에게, 또 그 아들이 아들에게 알려주는 역사가 있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짧은 역사가 이 것을 뿌리내리기 어렵게 만든 것입니다. 또한 포멀 웨어가 가지는 특징 중 하나인 생산과 장인의 역사를 받아들이지 못하고 넘어가게 된 것입니다. 결국 다양한 복장 중 하나인 포멀 웨어의 사회적 문화가 뿌리내리기 전에 캐주얼 웨어가 모든 흐름에 중심이 된 것입니다. 그리고 그 캐주얼 웨어는 자연스럽게 한국 기후의 특징으로 인해 '기능성'이라는 면을 강조한 아웃도어 웨어로 집중되게 됩니다.


4계절이라는 쉽지 않은 기후 특징

한국일보 자료사진

한국의 특징 중 하나는 뚜렷한 4계절입니다. 최근 들어 여름과 겨울이 길어지고 봄과 가을이 짧아지고 있지만 1년 내내 덥거나 추운 것이 아닌 기온의 변화를 온몸으로 느낄 수 있는 기후적 특징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 기후는 한국인의 패션을 한정적으로 만드는 데 큰 영향을 줍니다.

패션을 즐기고 옷을 산뜻하게 입기 좋은 계절은 봄과 가을입니다. 너무 덥지도 춥지도 않은 적당한 기온과 아우터 하나만 걸쳐도 충분한 계절입니다. 하지만 한국인에게 봄과 가을은 짧습니다. 패션을 즐기기 어려운 여름과 겨울이 긴, 쉽지 않은 기후입니다.

우선 여름은 덥고 겨울은 춥습니다. 단순히 덥고 추운 게 아닙니다. 여름의 더운 온도는 습한 속성까지 더해지면서 불쾌지수가 높은 날씨가 대부분입니다. 장마도 한몫을 합니다. 겨울은 엄청나게 추워 가끔은 가끔은 시베리아보다 기온이 낮은 날도 있습니다. 외국인들이 한국에 겨울에 놀러 오면 농담 삼아 이야기합니다. 바람이 차다기보다는 아프다.

이런 기후 특성상 사람들은 옷은 선택할 때 '기능성'에 영향을 받게 됩니다. 여름에 입는 티셔츠는 얼마나 촉감이 시원하고 땀이 잘 마를지, 겨울에 입을 다운 점퍼는 얼마나 가벼우면서 열을 낼 수 있는지 말입니다. 등산 같은 야외 활동을 하는 것이 아닌 평일에 출퇴근과 일상생활을 할 때도 기능성이 필요한 겁니다.

바로 옆 나라 일본만 비교해 봐도, 도쿄의 2월 온도는 우리의 4월 온도와 비슷합니다. 때문에 기능성을 따지지 않더라도 블레이저나 카디건을 입고 다녀도 전혀 어색할 것이 없습니다. 서울의 2월은 아직 찬바람이 가득합니다. 다운 점퍼 넣어둘 때가 아니란 말입니다. 물론 일본의 여름도 우리처럼 꽤 더워서 더위를 위한 기능성 옷은 우리 못지않게 출시됩니다. 최근에는 에어컨이 달린 재킷이 출시되었는데, 곧 한국에도 올 것 같은 생각이 듭니다.

패션업을 하면서 만나는 해외 바이어들이 묻습니다. 한국인들은 왜 이렇게까지 아웃도어를 사랑하는지 말입니다. 그럼 위 이야기를 간단하게 해 줍니다. '포멀' 웨어를 포함한 다양한 패션 스타일이 뿌리내리기 어려울 정도로 짧은 패션 역사와, 기능성을 필요로 하는 기후 특성이 만든 것이라고 말입니다.

젊은 세대들은 아웃도어보다는 캐주얼을 입지만 그 캐주얼에 있는 기능성이 대부분의 아웃도어 기술력에서 가져왔다는 것을 알게 된다면 이 특징이 단순히 중년 세대에게 한정된 것이 아닌 전세대적인 한국인의 특징이라 할 수 있겠습니다.

나영훈 남성복 상품기획 MD &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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