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 잡혀갈 수 있다는데"… 갈 길 먼 `亞 비즈니스 허브`

장우진 2024. 5. 1. 18: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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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韓선호하나 규제개혁 전제돼야"
파견제한 등 노동 경직성 심각
중대재해·조세제도 불확실성도

글로벌 기업들이 새로운 아시아·태평양(아태)지역본부로 한국을 눈여겨보고 있지만, 경쟁국에 비해 과도한 기업 규제가 발목을 잡는다는 지적이 나온다. 몇 년 전만해도 카허 카젬 전 한국GM 사장이 노동법 위반으로 수차례 출국금지를 당하는 등 최고경영자(CEO) 리스크는 외투기업 유치를 저해하는 요인으로 꼽힌다.

업계에서는 규제 개선은 물론, 해외-국내기업간 파트너십 구축 등 다양한 방안을 고민해 아시아 지역의 경제 허브로 발돋움할 수 있는 기회로 삼아야 한다는 주장이 힘을 받고 있다.

이와 관련, 제프리 존스 주한미국상공회의소(암참) 이사는 지난달 23일 서울 한남동 하얏트호텔 서울에서 열린 '2024 국내 기업환경 세미나'에서 "암참 비즈니스 설문에 따르면 한국은 아시아 지역 비즈니스 본부로서 가장 선호하는 두 번째 국가"라면서도 "40% 이상 응답자가 전례없는 규제 개혁이 우선순위라고 밝혔다"고 말했다.

그는 아태지역본부 유치를 고민하게 만드는 요소로 노동유연성, 세금 집행의 예측불확실성, CEO 리스크 등을 꼽았다. 노동규제의 경우 한국 특유의 정치적 민감성이 있지만 이를 해소해야 한다는 주장과 함께, CEO에 대한 과도한 책임을 부과하는데 대한 해소 방안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한 대표적인 예가 카젬 전 사장이다. 그는 불법파견 혐의로 2019년 11월 이후 세 차례나 출국금지를 당했고, 검찰 수사를 받기도 했다. 그는 결국 2022년 6월1일 부로 중국 상하이자동차(SAIC)-GM 총괄 부사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현재 독일·일본 등 제조 경쟁국들은 직접생산 공정을 포함해 최소한의 업종만 파견근무를 제한하고 있지만, 한국은 32개 업종만 허용된다. 카젬 전 사장은 이러한 파견·도급 부분에서 불법으로 판단돼 수사를 받았는데, 이는 외투기업 유치를 저해하는 요인으로 꼽힌다.

외국계 기업들의 이 같은 지적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김연희 주한유럽상공회의소 부회장은 2년 전 열렸던 한국산업연합포럼 주최 포럼에서 "노동 규제와 관련해 형사처벌 등의 우려가 확대되면 해외기업들은 한국 지사를 기피하고, 다른 나라에 지사를 둬 컨트롤만 하는 파생적 운영 방식을 택하게 될 것"이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중대재해처벌법도 규제 개선이 필요한 핵심안으로 거론된다. 이는 경영책임자에게 소속 직원뿐 아니라 하청근로자·노무제공자에 대해 안전보건확보책임을 부과하고, 이를 이행하지 않는 상황에서 사망 등 중대재해가 발생할 경우 1년 이상의 징역형에 처할 수 있도록 하고 있어 'CEO 리스크'의 대표적인 예로 꼽힌다.

세제혜택과 함께 예측가능한 조세제도의 필요성도 제기된다. 일부 외국인투자지구가 지정돼 있지만,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력이 있는지 짚어볼 필요가 있다는 얘기다.

보고서에 따르면 아태지역 국가별 조세환경 예측 가능성에서 한국은 '매우 높음'이 9%에 불과해 싱가포르(31%), 홍콩(20%)에 비해 크게 뒤쳐졌다. '매우낮다'(23%)·'없다'(5%)는 28%로 싱가포르(12%), 홍콩(17%) 대비 역시 큰 차이를 보였다.

또 단순히 명시된 '법인세 00% 인하'가 아닌 대규모 투자에 대해서는 추가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등의 방안도 강구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현대차그룹이 대대적인 투자에 나선 조지아주의 경우 대규모 인센티브 제공은 물론, 2월 26일을 '현대의 날'로 지정한 만큼 이를 참고할 필요성이 있다는 것이다.

이런 가운데 최근 퀄컴, 델타항공, 디즈니, 노블리스, 인스파이어, 뉴욕타임스 등이 한국에 아태지역본부를 설치한 사례는 향후 다국적 법인을 국내에 유인할 수 있는 좋은 사례로 꼽힌다. 미 델타항공은 대한항공과 손잡고 일본에 두고 있던 아태지역본부를 한국으로 옮겼다. 규제당국에 대응하는 차원에서 이러한 파트너십이 효과적이라는 판단이 있었다는 후문이다.

델타항공은 대한항공과의 파트너십을 기반으로 국토교통부, 미 당국 등과 효율성 증대를 위한 규제 완화에도 참여하고 있다. 한 예로 한국에서 미국으로 갈때 경유하는 경우 보안상 다시 체크인 해야 하지만, 현재 양국 당국 등은 이를 간소화하는 방안을 추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제프 무마우 델타항공 아태지역 부사장은 "해외에 본부를 세울 때는 수익을 내고, 시설을 구축하고, 규제에 부딪혔을 때 도와줄 수 있는 파트너가 중요하다"며 "대한항공과 파트너십으로 규제당국과 협업하는 부분에서 도움이 되고 있다. 인천은 미국과 동남아를 이어주는 훌륭한 허브로 여러 측면에서 한국을 권할 수 있다"고 밝혔다.

장우진기자 jwj17@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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