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물의 여왕’ 박성훈 “악역? 이제 많이 했으니 당분간 넣어놔야죠”[스경X인터뷰]

하경헌 기자 2024. 5. 1. 18:00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tvN 드라마 ‘눈물의 여왕’에서 윤은성 역을 연기한 배우 박성훈. 사진 BH엔터테인먼트



너무나 의외인, 그러나 잘 알려져 있다시피 배우 박성훈의 MBTI는 ‘ISFJ’다. 흔히 ‘용감한 수호자’형으로 불리는 유형으로, 내향적이지만 사회성이 있고 규범과 질서를 준수하며 감성적이면서 현실적이다.

이런 박성훈은 최근 드라마 속 극악무도한 역할로 연이어 조명받고 있다. 시작은 2022년 넷플릭스의 시리즈 ‘더 글로리’였다. 안하무인이면서도 혈육에 대한 강한 열망으로 꿈틀대는 캐릭터는 박성훈에게 새로운 지향점이 됐다. 이후 ‘남남’이나 ‘유괴의 날’ 출연도 있었지만, 또다시 그의 악역사를 다시 쓰는 작품이 등장했다. tvN ‘눈물의 여왕’ 윤은성이다.

그는 지난 28일 막을 내린 드라마에서 선천적으로 사이코패스의 성향을 보이는 재벌 인수합병전문가 윤은성으로 등장했다. 그의 차분하면서도 냉철하고 집요한 캐릭터는 후반부 들어, 홍해인(김지원)에 대한 집착으로 광기로 변하면서 다소 무너지는 모습도 보였지만 ‘전재준’과 또 다른 악역을 형상화 할 수 있었다는 것은 박성훈에게는 큰 성과였다.

tvN 드라마 ‘눈물의 여왕’에서 윤은성 역을 연기한 배우 박성훈. 사진 BH엔터테인먼트



“진지한 악역이었죠. 백홍(백현우-홍해인)커플의 사랑을 방해해서 정말 욕을 많이 먹었어요. SNS(사회관계망서비스) 인스타그램 DM(다이렉트 메일)으로 욕도 확인할 수 없을 정도로 많이 먹었고요. 정말 복잡한 감정 속에서, 그 감정을 쏟아내고 결국 총에 맞아 사망하는 결말이었는데요. 주인공의 행복한 결말을 위해서 은성의 죽음은 어쩔 수 없었다고 생각했어요.”

아직도 ‘전재준’이라는 이름은 그에게 크게 드리워져 있다. 심지어 이번 드라마 촬영장에서도 일부 스태프들이 ‘재준씨’라고 그를 부르기도 했고, 공식석상에 나가도 그러한 말실수를 듣는 것은 일상이다. ‘박재준’이라고 부르는 사람도 있다. 그렇게 큰 악역이었지만 그는 윤은성을 다르게 묘사하려 노력했다. 인터뷰 자리에서는 시연도 했다.

“재준이는 K팝 스타, 랩퍼들의 외모를 많이 참고했어요. 머리를 기르기도 하고 날티 나는 모습을 표현했죠. 은성이는 신사답고 격식을 차리는 느낌이에요. 재준이는 고함을 지르고 강세를 뒤에 두지만, 은성이는 강세를 앞에 두죠. 예를 들면 ‘지금 뭐!(이 순간 동석 기자 여럿이 깜짝 놀랐다) 하는 거야?’ 식으로요.”

tvN 드라마 ‘눈물의 여왕’에서 윤은성 역을 연기한 배우 박성훈 출연장면. 사진 tvN



하지만 태생부터 여렸던 그에게 반복된 악역은 결코 쉽게 담아둘 수 없는 에너지였다. ‘더 글로리’ 때 유명했던 일명 ‘카니발 장면’에서 화를 표출하면서도 머리가 핑 돌고 식은땀이 날 정도의 고갈을 느꼈다면, 이번도 비슷했다. 지독한 은성을 표현하기 위해 박성훈도 진땀을 뺐다.

“결국 엄마인 모슬희(이미숙)에게 가스라이팅을 당하는 인물이잖아요. 저도 해인이가 수술을 받고 난 후 기억을 못 할 때 은성으로서 해인을 가스라이팅하는데요. 실제 과거에 주변 지인에게 그렇게 가스라이팅을 당했던 경험이 있었어요. 가스라이팅의 대사를 장문으로 하는데, 그때 막 가슴이 답답하고 숨도 안 쉬어지는 경험을 했었어요. ‘찍기 싫다’는 느낌이 강하게 드는 순간이었죠.”

하지만 결국 극을 위한 악역은 박성훈에게 적절한 위치였다. 작품은 막바지 25%에 가까운 시청률로 tvN의 역사를 새로 썼다. 모두가 내향적이라 10회 분량을 찍을 때까지 개인번호를 나누지 못했던 김수현과 김지원의 존재 역시 큰 힘이었다. 무엇보다 과거부터 소지섭, 윤계상, 김수현, 양동근, 이병헌 등 존경하는 선배들과 연이어 작품을 하는 경험은 감동의 연속이다.

tvN 드라마 ‘눈물의 여왕’에서 윤은성 역을 연기한 배우 박성훈 출연장면. 사진 tvN



“개인적으로는 범자 고모(김정난)의 캐릭터가 가장 좋았어요. 극에서 가장 인간적이고 솔직하고 사람 냄새나는 캐릭터잖아요. 동성으로 하면 홍수철(곽동연)의 역할도 좋을 것 같아요. 수많은 동료들과 선배를 보면 결국 작품에 임하는 성실한 태도나 진심 이런 부분들이 롱런의 이유가 되는 것 같아요. 연기력도 물론이지만, 저도 이런 마음을 가지며 한 작품씩 임해야겠다 다짐하죠.”

감성적이고 여린 면이 있는 박성훈은 눈 떠 있을 때는 연기, 특히 악역을 할 때는 그 감정에 사로잡혀 힘든 하루를 보낸다. 그러다 작품이 끝날 때는 대본을 내려놓고 모닥불 영상 등을 꺼내 ‘불멍’을 하며 와인 한잔하는 일을 즐긴다. 사우나도 좋다. 그는 ‘눈물의 여왕’을 마치고 제일 하고 싶은 일로 ‘물멍’을 하러 가는 하와이 여행을 꼽았다.

“제가 은성이었다면 절대 남의 여자를 건드리지 않았을 거예요.(웃음) 혼자 마음을 접고 정리하고 아파했겠죠. 지금까지는 악역으로 각인이 됐으니, 당분간 악역은 주머니에 넣어놓고 선하고 생활감 있는 역할 하고 싶어요. 아 코미디 연기도 굉장히 하고 싶습니다.”

tvN 드라마 ‘눈물의 여왕’에서 윤은성 역을 연기한 배우 박성훈. 사진 BH엔터테인먼트



그는 하지만 지금 촬영 중인 영화 ‘열대야’에서 마약상을, 또 ‘눈물의 여왕’과 함께 촬영한 넷플릭스 ‘오징어 게임 2’에서도 인상을 남길 연기를 준비 중이다. 이 여리고 여린 영혼이 언제쯤 악역의 터널을 지나 배역으로 안식을 취할 수 있을까. 언젠가 자신의 진가를 알아주길 바라며 묵묵히 자신의 길을 가는 모습에 마음속에서 절로 응원의 마음이 일어난다.

하경헌 기자 azimae@kyunghyang.com

Copyright © 스포츠경향.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