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마진단] '팍스 시니카' 시대는 오는가

2024. 5. 1. 17: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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덩샤오핑 이후 중국 경제가 급성장하고 세계 통상 분야에서 중국의 역할과 비중이 급증하고 있는 상황에서 일부 경제 전문가들이 2035년쯤 되면 중국 경제가 미국을 추월할 것이라고 전망하기도 한다.

이에 비해 향후 10년 내에 중국의 경제력과 군사력이 미국을 압도할 확률은 매우 낮다.

그러나 중국의 경제가 급성장한다고 해서 세계 주요국의 경제 체제가 중국식 공산사회주의에 동조한다는 것은 상상하기 힘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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덩샤오핑 이후 중국 경제가 급성장하고 세계 통상 분야에서 중국의 역할과 비중이 급증하고 있는 상황에서 일부 경제 전문가들이 2035년쯤 되면 중국 경제가 미국을 추월할 것이라고 전망하기도 한다. 즉 '팍스 시니카(중국 주도의 평화)' 시대가 올 것이라는 주장이다. 과연 그럴까?

세계적 패권을 장악하려면 다음 몇 가지 필요조건을 충족시켜야 한다는 것이 세계사에서 얻은 교훈이다. 즉 전반적 국력, 이념 및 체제, 세계 경제에 대한 공헌, 금융 주도권, 통상질서 주도권 그리고 동맹 관계 등이 그것이다. 최근 대외경제정책연구원이 내놓은 보고서에 따르면 1940년대 영국의 패권이 미국으로 넘어갈 때와 요즘의 미·중 관계를 비교하면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보겠다.

먼저 전반적 국력이다. 1945년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나고 미국의 경제력과 군사력은 영국을 압도했다. 이에 비해 향후 10년 내에 중국의 경제력과 군사력이 미국을 압도할 확률은 매우 낮다. GDP 총량에서는 미국을 능가할 수 있을지 모르나 1인당 GDP에서는 어림도 없다(현재는 미국 8만5373달러 대 중국 1만3136달러). 또한 군사력에 있어서도 미국의 첨단 무기, 공군력, 해군력, 소프트파워 등을 감안할 때 10년 내에 중국이 이를 능가할 수는 없을 것이다.

이념 및 체제 면에서도 마찬가지다. 영국의 패권이 미국으로 넘어올 때 두 나라는 민주주의, 자본주의 시장경제 체제가 유사했으므로 패권 이전이 순조로웠다. 그러나 중국의 경제가 급성장한다고 해서 세계 주요국의 경제 체제가 중국식 공산사회주의에 동조한다는 것은 상상하기 힘들다.

세계 경제 전반에 대한 공헌도 마찬가지다. 영국에서 미국으로 패권이 넘어올 때 미국은 이른바 마셜플랜을 발동해 제2차 대전의 폐해로부터 세계 경제를 일으켜 세우는 데 크게 기여했다. 이에 비해 최근 중국의 리더십은 다분히 자국 중심적이다. 일대일로를 추진하다가 많은 개도국들의 반발을 샀고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을 출범시켜놓고 중국 중심으로만 운영한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즉 중국은 결코 고마운 나라의 모습을 보이지 못하고 있다.

금융 주도권 면에 있어서도 영국이 일찍이 금본위주의를 포기하고 미국 달러화를 국제통화로 인정함으로써 세계 금융질서는 미국 달러 주도의 브레턴우즈 체제에서 순항해왔다. 중국의 위안화가 이러한 역할을 담당하기에는 갈 길이 너무 멀다.

국제 통상질서 면에서도 1940년대 후반부터 미국이 주장하는 다자주의 체제에 영국은 물론 주요 통상국가들이 대거 참여함으로써 영국의 주도권이 미국으로 넘어오는 데에 별 지장이 없었다. 이에 비해 미국의 주도권이 중국으로 넘어가기는 극히 어렵다. 오히려 중국은 현 WTO 규범을 자주 위반함으로써 그 운영 자체를 어렵게 만들고 있다.

마지막으로 영국의 패권이 미국으로 넘어올 때 두 나라는 소련이라는 공동의 적이 있었다. 따라서 두 패권국가들은 별 무리 없이 공동의 세계 전략을 구사할 수 있었다. 그러나 중국의 경우 현 패권국가인 미국과의 사이에 공동의 적이 없다. 오히려 두 국가가 계속 서로 대치하는 관계가 될 것이다.

결론적으로 지난 40여 년의 중국 발전 과정을 지켜볼 때 가까운 장래에 중국 경제가 미국을 능가해 패권국(G1)으로 등장할 확률은 높지 않다는 결론에 도달한다.

[유장희 대한민국학술원 회원·본사 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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