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윤의 축구생각] 비전과 희망 간절한 한국축구...정몽규 회장이 사용할 카드 단 두 장만 남았다
[스포탈코리아] 2024 아시아축구연맹(AFC) 카타르 U-23세 이하 아시안컵 겸 2024 파리 올림픽 아시아 지역 최종 예선 8강 탈락의 후폭풍이 거세다. 그도 그럴것이 1984년 로스안젤레스 올림픽 이후 이어져온 10회 연속 본선 진출이 40년 만에 좌절됐기 때문이다. 이는 한국 축구에 씻을 수 없는 오점으로 팀을 이끌었던 황선홍(56) 감독에게도 지도자 생활의 최대 위기로 간주된다. 그렇다면 이런 리스크를 떠안게 된 한국 축구의 탈출구는 과연 없는 것일까?
이에 대하여 국민과 축구 팬들이 한결같이 요망하고 있는 사항이 있다. 그것은 바로 황선홍 감독 개인의 지도 능력 이전에, 한국 축구를 책임지고 있는 대한축구협회(KFA) 수장인 정몽규(62) 회장의 거취 여부 문제다. 정몽규 회장은 2013년 실시된 KFA 회장 선거에 당선되어 현재 3회 연임을 하며 한국 축구를 이끌어 오고 있다. 이는 제47~50대까지 연임한 전 정몽준(73) 회장에 이어 현대가 독점이다.
이는 스포츠 단체로서는 그 유례를 찾아볼 수 없는 장기 집권으로 한국 축구 체제 변화로 인한 제2 도약을 위한 시급한 과제가 아닐 수 없다. 물론 전 정몽준 회장 체제에서의 2002 국제축구연맹(FIFA) 한.일 월드컵 개최와, 4강 성취로 인한 발전의 전환점 마련 및 FIFA 부회장 등극 등에 따른 국제 외교력 확장은 한국 축구 발전에 큰 영향을 미친 공적으로 간주된다.
이에 전 정몽준 회장은 명예 회장으로 추대되며 명예의 전당 공헌자 부문에 거스 히딩크(78.네덜란드) 전 A대표팀 감독, 고 김화집 전 OB축구연맹 명예회장과 함께 이름을 올리고 있다. 반면 정몽규 회장은 이와는 대조적으로 집권 11년 동안 한국 축구 발전을 위한 업적 보다는 KFA 정책과 행정의 난맥상은 물론 독단적인 권한 행사 등으로 한국 축구는 벼랑 끝에 몰려있다.
그 대표적인 예는 2017년 발생한 고위 임직원 11명의 골프, 유흥주점, 노래방, 피부미용실 등 법인카드 불법 사용으로 인한 법적 조치다. 이는 KFA 고위 임직원의 도덕적 해이와 사적 '호의호식'을 위한 책임감 실종이 아닐 수 없다. 그럼에도 정몽규 회장은 그 중 특정 인물에 무한 신뢰를 보내며 현재 상근 고위직 직책을 부여한 채 자신을 보좌하는저널리스트로 기용하고 있다.
이에 KFA 내 고위 임직원으로 살아 남으려면 정몽규회장 보다 돋보이는 스페셜리스트가 되어서는 안 된다는 현실적인 이야기가 축구계에 공공연히 회자되고 있다. 이런 상태의 조직은 정상적인 조직이라고 보기 힘들다. 때문에 정몽규 회장 체제에서 급기야 2023년 승부조작을 비롯 징계 받았던 100인 기습사면 단행과 철회의 어처구니 없는 사태까지 촉발시키고 말았다.
국민과 축구 팬들은 이 사태의 핵심이 과연 무엇이었는지 아직까지도 의구심을 품고 있다. 하지만 분명한 사실은 프로축구(K리그) 승부조작 사건이 엄청난 충격을 안겨주며 K리그 근본까지도 위태롭게 했다는 사실이다. 이를 직시한다면 사면 대상 100인 명단에 정몽규 회장에게 충성할, 저널리스트가 존재하지 않았을까 하는 추측은 얼마든지 가능한 부분이다.
그럼에도 정몽규 회장은 전 정몽준 회장과는 달리 때로는 고개를 숙이면서도 여전히 KFA 회장 고수에 대한 집착을 버리지 않고 있다. 사실 전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 독단적 선임에 의한 2023 카타르 AFC 아시안컵 참패와 선수 탁구 게이트 등은 정몽규 회장에게 최대 위기였다. 이는 비전과 희망을 염두에 두지 않는 일방적인 '나홀로 마이웨이' 영향과 무관치 않다.
따라서 고개를 숙이는 정몽규 회장에 대한 진실성에 믿음은 이미 사라진지 오래다. 단순한 사고력에 의한 정책 추진으로는 조직의 발전을 기대할 수 없다. KFA는 2013년 창립 80주년 기념 비전선포식을 통하여 'Vision Hat-Trick 2033'의 3대 비전과 5대 추진목표' 10대 정책분야와 30대 실천과제를 발표했다. 그 중 ①월드컵 4강 기록을 넘어서는 결과' 그리고 월드컵에서 우승하는 꿈
②2033년까지 FIFA랭킹 10위 진입' 세계 주요 대회 파이널 진출 ③세계 최고 수준의 경기력을 위해 중.장기적인 안목으로 지원 시스템 구축 ④국내 지도자 및 축구 인적자원의 해외진출 지원 ⑤KFA 축구 아카데미 설립 및 운영 ⑥축구인을 위한 복지 시스템 정립 등의 세부 사항이 큰 관심을 불러 모았다. 그렇다면 현재 이의 실행 여부는 과연 어떨까. 두 말할 나위도 없이 공허한 메아리에 불과한 듣기좋은 공약으로 만 실체하고 있다.
한 마디로 정몽규 회장 체제의 한국축구 11년은 2019 FIFA 폴란드 U-20세이하 월드컵 준우승과, 2022 FIFA 카타르 월드컵 원정 16강 진출 성과 외에 내세울 만한 것이 없고, 오직 잇단 정책과 행정의 난맥상으로 2023 AFC 카타르 아시안컵 굴욕과 더불어 올림픽 본선 진출 좌절 및 여자 축구 몰락 그리고, 연령별 FIFA 여자 월드컵은 물론 AFC 아시안컵 유치까지도 실패하며 한국 축구는 그야말로 비전과 희망을 잃은 상태다.
정몽규 회장은 이같은 연이은 실패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한편으로 FIFA와 AFC 수뇌부 입성의 사욕을 버리지 않는 행보를 계속하고 있다. 이는 지난달 25일 셰이크 살만 빈 에브라힘 알 칼리파(바레인) AFC 회장 초청과 10월말 'AFC 시상식 및 컨퍼런스' 개최 계획에서 엿 볼 수 있다. 이는 직면해 있는 사퇴 압박을 모면하기 위한 정몽규 회장의 또 다른 꼼수 일환으로도 읽힌다.
그렇다고 정몽규 회장이 KFA 수장으로서 그동안 한국 축구에 미친. 폐해는 회복 될 수 없고 또한 명예적인 위상도 재정립 될 수 없다. 그렇다면 정몽규 회장이 마지막으로 뽑을 수 있는 카드는 단 두 장에 불과하다. 그것은 먼저 이번달 초.중으로 예정되어 있는 A대표팀 감독 선임에 현명함을 발휘하고, 이어 여자 축구를 나락으로 떨어뜨린 콜린 벨 여자축구대표팀 감독인 콜린 벨(63.영국) 감독, 그리고 전 위르겐 클린스만(60.독일) 감독과 동색인 마이클 뮐러(59.독일) 전 축구국가대표팀 전력강화위원장의 경질 카드다.
이는 굳이 벨 감독과 마이클 전 위원장 능력을 논하기 이전에, 이들이 한국 축구 정서와 명분상 이에 에 부합할 수 없는 부적절한 언행을 일삼았기 때문이다. 지금 정몽규 회장에게 이 두 장의 카드 사용에 이목이 쏠린다. 이런 상황에서 이 카드 사용 마져도 국민과 축구 팬들에게 믿음과 신뢰를 전제로 한, 공감대를 형성하지 못한다면 그야말로 정몽규 회장이 의도하고 있는 KFA 4연임 수장은, “더 이상 대한민국 축구에 관여하지 말고, 이쯤에서 인연의 고리를 끊자” “정몽규 대한축구협회장, 남은 임기 마친 뒤 물러나세요”라는 바램이 현실화 되어 수포로 돌아 갈는지 모른다.
김병윤(전 한국축구지도자협의회 사무차장)
사진=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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