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한국전쟁 민간인 희생사건 “각하·불능 과감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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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하 및 불능으로 과감하게 처리."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진실화해위) 조사1국이 사건 처리율을 높이기 위해 '각하', '진실규명 불능' 판정을 적극 활용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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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광동 지시-황인수 작성…신속처리 빌미 부실 규명 우려
“각하 및 불능으로 과감하게 처리.”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진실화해위) 조사1국이 사건 처리율을 높이기 위해 ‘각하’, ‘진실규명 불능’ 판정을 적극 활용하기로 했다. 1년여의 조사 기간을 남겨둔 진실화해위가 ‘신속 처리’라는 명분 아래 부실 조사를 양산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조사1국은 한국전쟁기 희생 사건을 다룬다.
1일 한겨레가 입수한 ‘조사1국 사건처리 계획 이행률 제고 방안’ 보고서를 보면, “규명 가능한 사건에 조사역량을 집중하고 규명 불가능하다고 판단되는 사건은 간소화된 불능 보고서 양식을 통해 신속하게 불능 처리할 것”이 제시되어 있다.
보고서에 따르면, 4월22일 기준 조사1국에 계류 중인 한국전쟁기 민간인 희생 사건 수는 8256건이다. 보고서는 “(진실화해위의 법적 조사기한인) 내년 5월26일까지 73.2%에 해당하는 6043건을 처리할 계획”이라며 “이를 위해서는 월평균 504건을 처리해야 한다”고 밝혔다. 진실화해위의 사건 처리란 과거사 피해자임을 밝히는 ‘진실규명’ 외에도 ‘규명 불능’이나 ‘각하’ 등으로 사건을 종결처리 하는 것 등을 모두 포함한다.
보고서는 김광동 진실화해위원장 지시에 따라 국정원 대공 3급 간부 출신 황인수 조사1국장이 만들었다. 김 위원장은 4월1일 열린 월례회의에서 황 국장에게 “조사1국 조사가 목표 대비 62.5%로 저조하다. 문제점이 무엇인지 점검하고 개선방향을 보고하라”고 주문했다. ‘규명 불가능한 사건은 주저 없이 불능 처리하라’는 말도 했다고 한다.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1분기 한국전쟁기 사건 월평균 처리 실적은 272건이다. 지난해 월평균 처리 실적은 260.8건이었다. 보고서는 ‘월평균 400여건 처리’를 목표로 내세웠다. 사건 처리 속도를 두 배 가까이 높이겠다는 뜻이다.
조사1국의 한 조사관은 “1국의 한국전쟁기 사건은 자료가 워낙 방대하고, 한자 기록, 오래된 손글씨 등으로 된 자료가 많아서 시간이 더 걸린다. 그런데 ‘종결할 건 얼른 종결하라. 진실규명 불능 날 사건은 빨리 불능 내라’는 메시지가 명시적으로 전달되고 있다”며 “불능으로 신속하게 결론 내면 사건 처리율을 높일 수는 있지만 진실규명률은 낮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2기 진실화해위는 1기 진실화해위와 비교하면 진실규명률이 현저히 낮다. 특히 한국전쟁 사건의 경우 지난해 12월 기준 14%로 1기의 82.1%에 턱없이 못 미친다. 여순사건위원회(여수·순천 10·19사건 진상규명 및 희생자 명예회복위원회)로 이송한 1000여건까지 모수에 넣으면 진실규명률은 더 낮아진다.
최근 황인수 조사1국장의 제안으로 가동된 ‘보고서 검증팀’도 변수다. 보고서의 신뢰성 제고를 명분으로 조사관들이 작성해온 진실규명 보고서를 별도로 분석하고 검증하기 위해 만들어진 팀이다. 보고서 검증은 한국전쟁기 사건만을 대상으로 한다. ‘반대 입장’에서 보고서를 살펴본다고 해서 ‘레드 플래그’(red flag)라는 별칭이 붙었다. 표적이 되는 사건이나 조사관의 보고서만을 대상으로 삼아 진실규명의 발목을 잡는 데 악용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내부에서 나온다.
고경태 기자 k21@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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