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정자연의 신선함 담아 … 뉴질랜드, 5년내 와인산업 이끌 것" [김기정 컨슈머전문기자의 와인 이야기]

김기정 전문기자(kim.kijung@mk.co.kr) 2024. 5. 1. 1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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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2 피노 누아·샤르도네의 재발견
대자연 속에서 자란 포도 묘목
해가 갈수록 농축된 맛 선보여
마오리 원주민이 만든 와인 등
신선하고 독창적인 매력 뽐내
샤르도네
노스 캔터베리 그레이스톤
깊은 복합미와 긴 여운 인상적
피노 누아
남섬 센트럴 오타고 펠튼 로드
구조감 좋고 숙성잠재력 높아
펠튼 로드 와이너리의 창업자 나이젤 그리닝 프리터가 센트럴 오타고 와인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레스토랑 와인 어워즈(RWA) 피노 누아 부문에서 뉴질랜드 센트럴 오타고에서 만든 아카루아 더 사이렌(Akarua, The Siren) 2019년 빈티지가 1위를 차지하면서 뉴질랜드 와인에 대한 소비자들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습니다.

최근 뉴질랜드의 주요 와인산지를 방문하고 돌아온 고재윤 한국국제소믈리에협회 회장(경희대 고황명예교수), 박찬준 아시아와인트로피 디렉터, 송해민 소믈리에, 배정환 소믈리에, 이유진 뉴질랜드 무역산업진흥청 상무관으로부터 뉴질랜드 와인 현황과 새로운 추세에 대해 들어봤습니다.

뉴질랜드는 북섬과 남섬에 모두 10개의 주요 와인산지가 있습니다. 북섬에는 오클랜드(노스랜드), 베이 오브 플렌티(와이카토), 기즈번, 호크스베이, 마틴버러(와이라라파) 등 5개 산지가, 남섬에는 넬슨, 말버러, 노스 캔터베리(와이파라), 와이타키 밸리, 센트럴 오타고 등이 유명합니다.

고 회장은 "뉴질랜드 와인은 태초의 자연 생태적 환경에서 자란 포도를 선별해서 만들어 깨끗하고 신선한 맛으로 향후 5년 내 세계 와인산업을 리드할 것으로 본다"면서 "기존 소비뇽 블랑과 함께 피노 누아와 샤르도네의 시대가 열릴 것"이라고 예상했습니다. 또한 "테 파(Te Pa), 코노(Kono) 등 뉴질랜드 원주민 마오리족이 만든 와인들도 매우 인상적이었지만 스토리텔링 작업이 필요하다"고 말했습니다.

국내 와인시장에서 뉴질랜드는 남섬 말버러에서 생산되는 화이트 와인인 '소비뇽 블랑'이 유명합니다. 루이비통모에헤네시(LVMH)가 보유한 클라우디 베이가 대표적인 뉴질랜드 말버러 지역 소비뇽 블랑 생산자입니다. 오이스터 베이, 배비치, 빌라 마리아 등은 자동화시스템을 갖추고 기계수확을 통해 대량생산이 이뤄지고 있습니다. 뉴질랜드 전체 와인의 4분의 3이 말버러에서 생산됩니다. 또한 말버러 생산의 81%가 소비뇽 블랑입니다.

뉴질랜드는 와인 생산의 역사가 짧고 뉴질랜드 와인 생산량은 전 세계 1%에 불과합니다. 이를 고려하면 뉴질랜드 소비뇽 블랑이 국내 와인 소비자에게 잘 알려진 이유는 '선택과 집중'의 결과입니다.

하지만 '소비뇽 블랑'의 대명사였던 뉴질랜드 와인산업이 새로운 전환기를 맞고 있습니다. 이번 뉴질랜드 와인산지 방문을 통해 참가자들은 뉴질랜드 양조자들의 '자신감'과 '독창성'을 확인할 수 있었다고 합니다. 특히 흥미로웠던 점은 피노 누아와 샤르도네의 재발견입니다. 부르고뉴 전통 품종인 피노 누아와 샤르도네가 뉴질랜드에서 다시 주목받는 데는 두 가지 이유가 있습니다.

하나는 부르고뉴 와인의 가격이 천정부지로 치솟으면서 와인 소비자들이 이를 대체할 와인을 찾기 시작했기 때문입니다. 또 다른 이유는 뉴질랜드 양조기술의 발전과 함께 포도 묘목의 나이가 들면서 복합미가 풍부하고 농축된 맛을 지닌 와인 생산이 가능해졌기 때문입니다.

마틴버러에 위치한 아타랑기 와이너리 소유주의 큰딸 바넷사 패튼이 뉴질랜드 피노 누아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골프선수 리디아 고의 결혼식 와인으로 유명한 호크스 베이 테마타 와이너리 관계자는 "25년 전에 포도나무를 심고 숙성된 맛이 나오길 기다렸다"고 말했습니다.

샤르도네는 1960년대 뉴질랜드의 대표 생산자 몬타나가 북섬 기즈번에서 생산을 시도했지만 소비자로부터 외면받았던 포도품종입니다.

박 디렉터는 "우리가 알고 있는 말버러의 전형적인 소비뇽 블랑 말고도 다른 매력적인 와인들이 많았다"면서 "호크스 베이 지역 엘리펀트 힐이 생산하는 살로메 샤르도네가 좋았다"고 말했습니다.

배 소믈리에도 "뉴질랜드 와인은 클라우디 베이, 오이스터 베이처럼 말버러 지역에서 대량생산되는 소비뇽 블랑의 이미지가 강했지만 다녀보니 다양한 품종을 소량생산하는 와이너리의 열정과 창의성이 느껴졌다"고 말했습니다. 그는 "뉴질랜드가 이제는 샤르도네도 잘 만든다"면서 "노스 캔터베리 지역 그레이스톤에서 생산되는 에린스 샤르도네의 깊은 복합미와 긴 여운이 무척 인상적이었다"고 평가했습니다.

참가자들은 뉴질랜드 피노 누아의 가능성에 대해서도 높이 평가했습니다.

송 소믈리에는 특히 마틴버러에 위치한 아타랑기 마스터스 피노 누아 2020년 빈티지가 인상적이었다고 말했습니다. 그는 "아타랑기는 뉴질랜드의 '로마네 콩티'로 불리지만 더 이상 부르고뉴 와인과 비교할 필요가 없을 정도"라며 "뉴질랜드만의 맑고 깨끗한 매력을 잘 보여주는 피노의 정석"이라고 평가했습니다. 이어 "아타랑기는 누구나 즐길 수 있지만, 아무나 만들 수 없는 와인"이라고 덧붙였습니다. 앞서 유명 와인 평론가 제임스 서클링도 매일경제와의 인터뷰에서 자신이 매입한 마틴버러 와이너리에서 피노 누아를 출시할 계획이라고 밝힌 바 있습니다.

'피노 누아'의 새로운 성지로 떠오르고 있는 뉴질랜드 센트럴 오타고도 눈여겨볼 필요가 있습니다.

센트럴 오타고는 30년 전만 해도 불모지와 다름없는 땅이었습니다. 지금은 뉴질랜드의 최고 피노 누아 생산지로 부상하고 있습니다. 센트럴 오타고는 아르헨티나 파타고니아와 함께 전 세계 최남단 와인산지로 지구온난화와 함께 주목받고 있습니다.

이 상무관은 "센트럴 오타고 지역 펠튼 로드에서 생산한 피노 누아 2014년 빈티지를 보면 처음엔 꺼끌꺼끌했던 타닌이 부드러워졌다"면서 "이는 구조감이 좋은 뉴질랜드 피노 누아의 '숙성잠재력'을 잘 보여주는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이어 "창의력과 독창성을 가진 뉴질랜드 양조자들이 뉴질랜드만의 스타일을 만들어 낼 것"이라고 기대했습니다.

뉴질랜드 와인의 가장 큰 장점은 오염되지 않은 땅에서 생산되는 순수함입니다. 와인 생산자의 96%가 지속가능성 프로그램에 가입해 있습니다.

송 소믈리에는 "순수하고 깨끗한 자연에 감춰져 있던 다양한 와인들을 발견할 수 있었다"면서 "단순히 부르고뉴 피노 누아나 샤르도네를 대체하는 것이 아니라, 뉴질랜드 와인만의 캐릭터를 가지고 소비자들에게 어필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피노 누아와 샤르도네 외에도 뉴질랜드 북섬 오클랜드 인근 와이헤케 섬에선 최고급 보르도 블렌딩 와인이 생산됩니다. 와이헤케 섬 데스티니 베이와 스토니리지에서 생산되는 와인은 소매가격이 각각 835뉴질랜드달러(약 70만원), 375뉴질랜드달러(약 30만원)에 달합니다.

다만 뉴질랜드 와인이 한국시장에서 풀어야 할 과제도 남아 있습니다.

뉴질랜드의 프리미엄급 피노 누아, 샤르도네 같은 경우 현지 소매가격이 120~130뉴질랜드달러로, 한국에 들어오면 최소 20만원대가 됩니다. 부르고뉴 와인으로 치면 프리미에 크뤼에서 빌라주급 수준의 가격입니다. 다소 저렴한 가격의 뉴질랜드 소비뇽 블랑을 마시던 한국 소비자들의 '가격 저항'에 부딪힐 수밖에 없습니다.

이 상무관은 "한국 와인시장이 프리미엄과 저가 와인으로 양극화가 진행됨에 따라 뉴질랜드 무역산업진흥청은 프리미엄 뉴질랜드 와인을 알리기 위해 한국국제소믈리에협회와 함께 뉴질랜드 와인 마스터 클래스를 개최하는 등 마케팅과 홍보활동을 강화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김기정 컨슈머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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