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 때문에 취소될 뻔한 MLB경기 구해준 영웅은

강호철 기자 2024. 5. 1. 1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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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리조나·LA 다저스전서 방역 직원 갈채
벌 떼(bee] 습격으로 지연된 경기 재개 공헌
1일 LA다저스와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 경기가 열린 애리조나 피닉스 체이스필드. 경기 개시 직전 홈플레이트 뒤쪽 철망에 벌 떼가 몰려와 경기가 두 시간가량 지연됐다./USA TODAY Sports 연합뉴스

메이저리그 경기가 ‘비’ 때문에 두 시간가량 경기가 늦게 시작됐다. 악천후 때문에 경기가 취소되거나 지연되는 일은 흔히 볼 수 있는 광경. 하지만 1일 미 애리조나 체이스필드에서 치러진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와 LA 다저스 경기를 지연시킨 장본인은 비[雨]가 아니라 벌(bee)이었다.

경기 개시 예정 시간을 5분 앞두고 갑자기 홈 플레이트 뒤쪽 그물 위쪽 철망에 벌 떼가 몰려든 것. 경기 자체를 치르는 것은 문제없어 보였지만 파울볼이 근처에 맞으면 벌들의 ‘심기’를 건드려 팬이나 사람들에게 위협을 줄 수 있었다.

체이스필드에서 벌 떼 난리가 났을 때 피닉스의 한 방역 회사에서 일하는 맷 힐튼은 그곳으로부터 약 37㎞ 떨어진 서프라이즈 스타디움에서 막 시작된 여섯 살 난 아들의 티볼 시즌 마지막 경기를 보고 있었다. 하지만 회사로부터 체이스필드 사정을 전해듣고 곧바로 트럭에 뛰어올라 30분 만에 체이스필드에 도착해 벌 떼를 철망에서 제거했고, 한때 취소 위기에 몰렸던 경기는 예정 시간 1시간 55분 뒤에야 플레이 볼이 선언됐다. 홈팀 다이아몬드백스는 연장 10회 크리스티안 워커의 끝내기 역전 2점 홈런에 힘입어 4대3 승리를 거뒀다.

체이스필드 벌 떼 소동을 '진압'한 방역 회사 직원 맷 힐튼이 경기 시구를 위해 마운드에 올라가고 있다. 팬들은 기립 박수로 그에게 감사를 표시했다. /AP 연합뉴스

이날 워커와 함께 홈 팬들의 기립 박수를 받은 사람은 다름 아닌 벌 떼 해결사 맷 힐튼. 벌 떼 처리를 위해 그가 카트를 통해 그라운드에 들어서자 경기 개시를 기다리던 팬들이 벌떡 일어나 환호성을 질렀다. 스스로 두 팔을 치켜들며 분위기를 끌어올린 그가 침착하게 벌 떼를 해결하자 팬들은 ‘MVP’를 연호했다. 현지 방송에선 “맷 힐튼이 경기가 끝나기도 전에 세이브(Save)를 기록했다”며 호들갑을 떨었다.

이날 시구의 영광까지 얻은 힐튼은 “내가 아들 경기를 보다가 훌쩍 떠나 다들 어안이 벙벙했겠지만, 이 광경을 보면 다 이해해 줄 것”이라고 소감을 밝혔다. 그가 인터뷰를 하는 동안 휴대전화의 메시지 알림 음이 수없이 울렸다.

벌 때문에 체이스필드에서 경기가 지연된 것은 2014년 4월 3일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전 이후 10여 년 만이다. 애리조나주에는 봄철에 벌 떼 소동이 가끔 일어나는데 개폐식 돔인 체이스필드는 이날 지붕을 열어둔 상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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