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헬 “김민재, 탐욕스러웠다”…레알 마드리드전 2실점 빌미, 뭘 그렇게 욕심부렸나

박효재 기자 2024. 5. 1. 15: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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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에른 뮌헨의 김민재가 1일 홈에서 열린 레알 마드리드와의 유럽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 준결승 1차전에서 상대 공격수 비니시우스와 볼을 두고 다투고 있다. AP연합뉴스



“그는 두 번이나 너무 욕심을 부렸다.”

레알 마드리드(스페인)와의 유럽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UCL) 준결승 1차전 홈경기에서 2실점에 모두 관여한 김민재(28·바이에른 뮌헨)가 아쉬운 무승부의 원흉으로 지목됐다. 토마스 투헬 뮌헨 감독은 경기 후 기자회견에서 김민재의 수비 실수를 공개적으로 꼬집었다. 과욕이라는 표현까지 들어 빨리 볼을 뺏어내려는 김민재의 도전적인 수비가 문제라고 지적했다.

뮌헨은 1일 독일 뮌헨의 알리안츠 아레나에서 열린 2023~2024 UCL 4강 1차전에서 2-2로 비겼다. 뮌헨은 전반전 비니시우스에게 선제골을 내줬지만, 후반 들어 리로이 사네의 골과 해리 케인의 페널티킥(PK)골로 기세를 탔다. 하지만 후반 38분 비니시우스에게 PK 골을 내주며 승리를 놓쳤다.

두 번의 실점 장면 모두 김민재의 너무 빠른 예측이 문제가 됐다. 첫 번째 골 장면에서는 토니 크로스가 비니시우스에게 주려던 패스를 사전에 차단하려다 오히려 뒷공간을 내주며 실점했다. 김민재는 실점 이후 오른쪽 풀백 요주아 키미히에게 뒷공간을 커버하지 않은 것에 불만을 드러냈다. 하지만 투헬 감독은 김민재가 너무 빨리 수비 진행 방향을 보여주는 바람에 크로스에게 좋은 패스 선택지를 줬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그는 추측하고 너무 공격적이다”고 덧붙였다.

두 번째 실점 장면도 김민재의 성급한 수비가 문제였다. 김민재는 등지고 있던 호드리구가 왼쪽으로 한 번 움직이자 그쪽 길목을 막아섰는데, 호드리구가 반대편으로 돌아서면서 또 역동작에 걸렸다. 돌파를 허용하면 골키퍼와 일대일이 될 수 있는 상황에서 손을 쓸 수밖에 없었고 PK로 이어졌다. 투헬 감독은 “우리 수비 숫자는 다섯, 상대 공격 숫자는 둘로 수적 우위를 점하고 있었다”면서 “에릭 다이어가 그를 돕기 위해 다가서려는 순간 이미 호드리구를 넘어뜨렸다”고 아쉬워했다.

바이에른 뮌헨의 김민재가 1일 홈에서 열린 레알 마드리드와의 유럽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 4강 1차전에서 상대 공격수 호드리구를 수비하다 반칙을 하고 있다. 게티이미지코리아



예측력과 빠른 발을 바탕으로 한 김민재의 수비는 이날 경기에서 결과적으로 양날의 검이 됐다. 투헬 감독은 김민재의 대인 수비 능력을 믿고 최종 수비 라인을 박스 근처보다 앞쪽으로 끌어올렸다. 비니시우스, 페를랑 멘디 등 왼쪽에 발 빠른 공격 자원들을 많이 보유한 레알 마드리드를 상대하기 위해 김민재를 평소와 달리 오른쪽 센터백 자리에 세웠다. 김민재가 이들을 수비하는 한편 앞선 위치에서 볼을 끊어내면 빠르게 역습을 노렸다.

실점 장면만 제외하면 김민재의 활약은 준수했다. 팀의 주포 케인, 사네로 연결되는 패스의 기점 역할을 충실히 하면서도 가로채기 3회, 롱볼 성공 1회, 패스 성공률 97%를 기록했다. 하지만 기다리는 수비가 필요한 때에도 앞으로 튀어 나가면서 거꾸로 상대에게 이용당했다. 실제로 비니시우스는 이날 일부러 뮌헨의 두 줄 수비 사이로 들어가 자신을 수비하는 김민재를 계속 앞으로 끌어당겨 침투할 공간을 만들어냈다.

김민재는 수비의 본고장이라 불리는 이탈리아 세리에A에서도 최고의 수비수로 꼽혔던 선수다. 뮌헨에서처럼 빠른 발과 예측력을 바탕으로 앞선에서부터 상대 패스를 잘라내는 도전적인 수비로 승승장구했다. 나폴리에 33년만의 리그 우승 트로피를 안겼고, 리그 최고 수비수로도 뽑혔다.

다만 이런 결과가 가능했던 건 나폴리가 빅토르 오시멘 등 1선 공격수들부터 강한 압박 수비를 펼치고 좁은 공수 간격을 유지했기 때문이다. 뮌헨은 지난 시즌 나폴리처럼 1·2선에서부터 압박의 강도가 세지 않고 공수 간격도 넓다. 그만큼 김민재가 커버해야할 수비 공간은 넓어지고, 예측해야 할 부분도 많아졌다. 나폴리에서 하던 대로 수비해서는 주전 입지를 다지기 어렵다. 김민재는 기존 주전 센터백 마테이스 더리흐트의 부상으로 이날 선발 출전 기회를 잡았다.

박효재 기자 mann616@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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