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브 방시혁, 1000억 ‘로또고발’···“‘뉴진스 맘’ 민희진 헐값에 숙청”[스경X이슈]

하이브 1000억 절감 위한 민희진 고발
민희진 “난 배임 아닌 배민” 반박

하이브 방시혁 의장(오른쪽)과 어도어 민희진 대표. 사진 이준헌·이선명 기자

연예기획사 하이브와 ‘맞다이’를 신청한 어도어 민희진 대표간의 분쟁이 폭로전에 이어 법정공방으로 가며 격화될 전망이다. 하이브가 민희진 대표를 고발한 배경 또한 여러 해석이 나오고 있다.

하이브가 민희진 대표를 해임하기 위해 법원에 요청한 임시 주주종회 소집 허가 신청에 대해 법원은 심문을 개시했다. 어도어 측은 “오는 10일 이사회가 열리고 5월 말 주총이 열릴 것”이라고 했고 하이브는 측은 “(어도어가)그렇게 할지 지켜봐야 한다. 법원에서 그렇게 말했으니 거짓말은 아닐 것”이라며 관망의 자세를 내놓았다.

민희진 대표 해임의 관건은 경영권 탈취 및 업무상 배임 행위이고 하이브는 이러한 근거를 내세워 지난달 25일 민희진 대표를 업무상 배임 혐의로 고발 조치했다.

당시 하이브는 “민희진 대표 주도로 경영권 탈취 계획, 외부 투자자 접촉 사실이 담긴 정보자산을 증거로 확보하고 하이브 공격용 문건을 작성한 사실도 확인했다”고 했다. 고발장을 접수한 서울 용산경찰서는 “고발장 검토 후 수사 진행 방향에 대해 정할 예정”이라고 했다.

하이브 방시혁 의장이 어도어 민희진 대표를 업무상 배임 혐의로 고발한 배경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경향신문 자료사진

반면 민희진 대표는 지난달 25일 열린 기자회견에서 “(하이브가 공개한 문건 등은)사적인 대화이고 나는 일을 잘한 죄밖에 없다. 계열사 사장인 나를 찍어내려는 하이브가 배임을 저지른 것”이라며 “내 법인카드를 보면 야근과 배민(배달의민족, 식대)밖에 없다”고 했다.

법조계에서는 하이브가 현재까지 공개한 내용만으로는 민희진 대표의 업무상 배임 혐의가 성립되지 않는다는 의견이 지배적인 상황에서 하이브가 이번 고발을 진행한 근본적인 배경이 알려지기도 했다.

한국경제에 따르면 어도어 주주간계약에는 ‘민희진 대표가 계약을 위반할 경우 하이브는 직접 또는 하이브가 지정한 제3자를 통해 민희진 대표 등이 보유한 주식 전부를 매수할 수 있는 권리(콜옵션)를 가진다’ ‘이 때 콜옵션 대상주식에 대한 1주당 매매대금은 1주당 액면가와 공정가치의 70%에 해당하는 금액 중 더 적은 금액으로 한다’고 정하고 있다.

민희진 대표는 자신이 보유한 어도어 주식의 18%의 권리에 대해 ‘풋옵션’을 행사할 수 있어 이에 따라 하이브는 해당 주식을 약 1000억원 가량으로 평가되는 금액으로 매수해야 했다.

하지만 민희진 대표의 업무상 배임죄가 성립될 경우 하이브는 ‘주주간 계약 위반’을 주장할 수 있고 액면가 수준인 약 32억원(하이브 투자금 161억원)으로 민희진 대표의 어도어 지분을 매수할 권리가 발생하는 것이다.

하이브의 주가가 걸그룹 뉴진스가 소속된 산하 레이블 어도어 민희진 대표와의 갈등으로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연합뉴스

이러한 판단에 따라 하이브는 민희진 대표에 대한 경영권 탈취 및 기타 여러 정황 등을 모아 고발한 것으로 보인다.

하이브가 민희진 대표에 대해 직접 고소가 아닌 고발을 택한 이유 중 하나도 ‘주주에 대한 배임’ 여부가 성립하지 않는다는 판례에 있다. 하이브는 어도어의 지분 80%를 가지고 있는 대주주다.

민희진 대표가 업무상 배임 혐의가 인정되기가 어렵다는 시각이 지배적이지만, 향후 수사과정에서 추가적인 정황이 입증될 여지는 있다. 하이브는 이번 고발 조치로 손해 없는 ‘베팅’을 한 것이다.

법무법인 존재 노종언 대표 변호사는 “민희진 대표의 업무상 배임 혐의가 인정되기 확률적으로 어려운 부분이지만, 이를 알면서도 업무상 배임으로 고발했다면, 하이브 방시혁 의장 입장에서는 기존 풋옵션가 대비 30배 이상의 비율을 절감하는 ‘로또’에 베팅한 것과 다름없고 ‘뉴진스 엄마’라 불리는 민희진 대표를 헐값에 숙청할 수 있는 일거양득의 효과를 노린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이선명 기자 57km@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