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의 용기와 유머, 지혜를 전한다…‘우리의 활보는 사치가 아니야’ 外
책은 다른 이들이 사는 세상을 알 수 있는 귀중한 통로가 된다. 장애인의 생활 역시 책을 통해 접할 수 있다. 남들과 조금 다르지만 매일 도전하는 삶의 모습으로 장애의 지평을 넓히는 이들이 있다. 장애인의 용기와 유머, 지혜를 전하는 책 두 권을 모아봤다.
■ ‘우리의 활보는 사치가 아니야’ (휴머니스트 刊)
산문집 ‘하고 싶은 말이 많고요, 구릅니다’로 “어리고 장애가 있는 여자들의 이야기가 많아지면 좋겠다”는 바람을 전한 유튜버 ‘구르님’이 2년 만에 인터뷰집으로 돌아왔다. 20대 여성 뇌병변 장애인인 김지우 작가는 이 책을 통해 장애의 미래를 본다. 책은 젊은 여성 장애인인 저자가 10~60대 여성 뇌병변 장애인 6명을 인터뷰하며 발견한 뇌병변 장애인의 삶을 담았다.
저자는 엄마, 여동생이 있지만 그들은 장애인이 아니기에 삶의 경로에서 저자와 ‘같은’ 고민을 공유하기 힘들 때마다 아쉬워하곤 했다. 이에 저자는 ‘장애와 함께 살아가는 언니들’에 집착하기 시작했다고 말한다. 자칭 ‘언니 수집가’인 저자는 여섯 명의 언니를 만나 이야기를 들었고, 이들은 여성 장애인 공통의 경험을 솔직하게 이야기한다. 유지민, 주성희, 홍서윤, 박다온의 이야기에 이어 그동안 공개하지 않았던 전윤선, 김효선의 이야기를 더했다.
책은 10대에서 60대까지, 소녀에서 할머니에 이르는 장애 여성들의 용기와 활력이 녹아있다. 이들의 이야기를 통해 비슷한 장애가 있더라도 그들의 삶이 비슷하지 않다는 것을 보여주며 장애의 지평을 넓힌다.
■ ‘들리지 않는 어머니에게 물어보러 가다’ (사계절 刊)
이 책은 청각장애인 부모님을 둔 작가 이가라시 다이가 자신의 어머니의 삶에 관해 쓴 에세이다. ‘나도 듣지 못했다면 부모님의 고요한 언어를 알아들을 수 있었을까.’ 저자는 오랜 시간 자신의 깊은 외로움 때문에 살피지 못했던 어머니의 삶으로 눈을 돌린다. 난생 처음 수어를 제대로 배워 어머니와 대화하며 발견한 농인의 삶을 책에 담았다.
저자의 어머니는 1950년대에 청각장애인으로 태어나 농학교에서 만난 아버지 고지와 결혼했다. 주변의 우려 속에서 저자를 낳기까지 30여 년에 걸친 시간을 여러 인물의 인터뷰와 당대 ‘농사회’의 현실을 엮어 복원했다.
저자는 책을 쓰는 과정에서 고립됐던 어머니의 어린 시절과 속 깊은 대화를 부모와 나누지 못했던 자신의 어린 시절을 포개어보며, 또 다른 언어를 가진 존재와 함께 살아가기 위해 가족, 이웃, 사회가 각자의 자리에서 했던 노력들을 알아간다.
그때 작가는 부모를, 세상을 받아들이지 못했던 과거와 화해한다. 책은 ‘차이’를 넘어서는 첫걸음은 ‘물어보는 것’이라는 것을 알려준다.
김보람 기자 kbr13@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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