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 대학 시위 추이 촉각… 대선 결정적 변수 되나
1968년 베트남전 땐 대학 시위 진압 후 민주당 패배
경찰이 30일 저녁 반전(反戰) 시위가 벌어지고 있는 뉴욕 컬럼비아대 캠퍼스에 진입한 가운데, 미 전역의 대학 캠퍼스에서 들끓고 있는 이번 시위가 11월 대선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에도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특히 이번 시위 전부터 친(親)이스라엘 일변도 중동 정책이 불만인 지지자들 항의에 직면해온 조 바이든 대통령 측은 사태의 추이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는 모습이다. 시위를 지지하는 목소리와 반유대주의를 비판하는 목소리가 충돌하며 지지층 균열, 민주당 내분에 대한 우려가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공화당은 이번 시위의 불법성과 폭력성에 초점을 맞추며 엄정한 법정 대응을 요구하고 나섰다.
존 커비 백악관 국가안전보장회의(NSC) 국가안보소통보좌관은 30일 브리핑에서 “조 바이든 대통령은 캠퍼스 내 건물을 강제로 점거하는 것은 완전히 잘못된 접근법이라 생각한다”며 “시위는 평화적으로 해야하고, 누구를 다치게 해서는 안 되며 동료 학생들의 학업을 방해해서는 안 된다”고 했다. 앤드루 베이츠 백악관 부대변인도 성명을 통해 “대통령은 최근 며칠 동안 나타난 다른 비극적이고 위험한 증오 발언과 마찬가지로 ‘인티파다(반이스라엘 투쟁)’란 용어의 사용을 비판한다”고 헀다. 이번 시위에 별다른 언급이 없던 척 슈머 민주당 상원 원내대표는 이날 시위대의 건물 점거를 ‘무법(lawlessness)’이라 표현하며 “사소함을 넘어선 행동들은 분명한 결과를 마주하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민주 진영에선 대학가에서 확산하고 있는 시위가 1960년대 베트남전 반전 시위와 닮아있다는 분석도 많다. 가디언은 “베트남전 때와 마찬가지로 대학가 시위가 국가 정치 영역으로 확산하고 있다”고 했다. 민주당은 1968년 당시 경찰이 전쟁에 반대하는 시카고대 대학생들을 무참히 진압하는 모습이 방송을 탄 뒤 대선에서 패배했다. 이는 현재까지도 일종의 ‘트라우마’로 남아있다. 이미 아랍계 유권자들이 미국에서 가장 많이 거주하는 곳이자 대선 경합주인 미시간주 경선에서 10% 이상이 바이든의 정책에 항의하는 취지로 ‘지지후보 없음’ 투표를 던져 본선 경쟁력에 빨간 불이 들어온 상태다. 바이든 입장에선 전통적 지지층인 유대계 불만도 상당하기 때문에 이 사이에서 균형을 잡기가 쉽지 않은 상황인데, 악시오스는 30일 “백악관이 정답이 없는 기말고사에 직면했다”고 했다.
반면 공화당은 이번 사태 관련 비판의 초점을 ‘시위대의 폭력성’에 맞추며 정부 행동을 압박하고 있다. 시위대 농성 이후 컬럼비아대를 직접 방문했던 마이크 존슨 하원의장은 “대학 캠퍼스 내 반유대주의 단속을 위한 하원 차원의 노력을 시작한다”며 “유대인 학생들을 보호하지 못한 대학들에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했다. 존슨은 앞서 네마트 미누슈 샤피 컬럼비아대 총장 사퇴를 요구했고, 필요할 경우 주 방위군 투입 가능성까지 시사했다. 다음달 청문회에서 본인이 “테러리스트의 동조자들”이라 표현한 뉴욕 대학 관계자들을 부르겠다는 계획이다. 공화당 일각에선 시위대의 ‘반유대주의’ 목소리를 최대한 부각시키며 광고 등을 통해 이를 바이든과 최대한 엮으려는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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