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유례없는 지도부 선출에 친명 ‘삼위일체’ 단일대오로

박순봉 기자 2024. 5. 1.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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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난달 29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해 착석하며 의사봉을 보고 있다. 박민규 선임기자

더불어민주당이 당내 선거에서 유례없는 선출 과정을 밟고 있다. 3일 치러지는 원내대표 경선에는 박찬대 의원이 단독 입후보했다. 이재명 대표의 당대표 재출마 가능성도 높아지고 있다. 민주당 몫인 차기 국회의장 경선에선 결선투표제가 도입됐다. 모든 당내 선거의 기준은 ‘명심’(이 대표의 의중)이다. 대표와 원내대표 ‘투톱’은 물론 국회의장까지 ‘삼위일체’ 친명 단일대오가 갖춰지는 수순이다. 명심이 기준이 되면서 친명 외곽조직인 더민주혁신회의가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조직으로 부상하고 있다. 친명 체제 일색과 공식 기구가 아닌 더민주혁신회의의 부상을 두고 당의 경직화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원내대표 경선은 추대 모양새가 됐다. 박 의원이 단독 입후보하면서 경선 후보 토론회도 사라졌다. 찬반 투표를 실시하지만 추대 수순에 가깝다. 민주당 역사상 원내대표가 단독 입후보한 사례는 사실상 처음이다. 2005년 열린우리당 시절 국회의원 재선거 참패 후 당시 정세균 의원이 원내대표에 추대돼 비상대책위원장을 겸임한 적은 있다. 친명계 내에서 박 의원으로 후보 정리가 되면서 단독 입후보까지 이뤄지게 됐다.

이 대표의 유례 없는 당대표 연임 가능성도 높아졌다. 당 핵심 관계자는 1일 통화에서 “이미 연임 쪽으로 결론이 굳어져 가는 상태”라고 말했다. 이 대표의 임기는 오는 8월 28일까지다. 이 대표가 재출마를 확정할 경우 전당대회도 추대 분위기로 흐를 가능성이 있다. 총선 을 거치면서 당내에서 이 대표의 입지는 더욱 강화됐다. 경쟁자가 없는 상태에 가깝다.

민주당 몫 국회의장 경선 역시 유례 없는 결선 투표제가 도입됐다. 우원식·정성호·조정식 의원과 추미애 당선인 등 후보들이 여럿 나오면서 경쟁이 치열해진 결과다. 선거 방식도 전례가 없지만 국회의장 경선에서 모두가 친명을 강조하고 협치가 아닌 민주당의 손을 들어주겠다는 입장을 밝히는 상황도 이색적이다. 조 의원은 직권상정을 적극적으로 사용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총선 이후 이 대표가 완전히 당을 장악하면서 원내대표, 대표, 국회의장 선거가 친명 단일대오로 재편되는 과정을 밟고 있다. 이 과정에서 원외 친명 조직이었던 더민주혁신회의가 ‘권력 기구’로 떠오르고 있다. 지난해 6월 출범한 더민주혁신회의는 50명이 총선에서 공천을 받았고 31명이 당선됐다. 당내 단일 조직으로는 최대 의원을 확보한 셈이다. 이들이 당내 선거에서 사실상 결정권을 쥔 ‘갑’ 기관이 됐다는 평가도 나온다.

실제 지난달 29일 더민주혁신회의가 국회에서 개최한 ‘총선 평가와 조직 전망 간담회’에는 박 의원과 4명의 국회의장 후보가 모두 참석했다. 국회의장 후보들은 더민주혁신회의를 향해 적극적으로 구애했다. 우 의원은 “국회의장 자리는 국회의 사회자가 아니라는 것을 분명히 보여줘야 한다”고 말했고, 정 의원은 “국회의장으로서 당의 입장에서 최대한 관철하려고 노력하겠지만 협의가 안 될 때는 의장의 권한으로 단호하게 나가겠다”고 했다. 조 의원은 “22대 국회 때는 국회의장 동의 없이 압수수색을 강행하는 것을 철저히 몸으로 막고 의장이 되면 나를 밟고 가라고 선언하겠다”고 밝혔다. 추 당선인은 “혁신 의회에는 진작부터 혁신의 기풍을 모아주신 이 자리의 더민주전국혁신회의 분들이 중심이 될 것”이라고 했다.

친명 삼위일체 지도부가 완성되면 국회는 더욱 경색될 걸로 보인다. 박찬대 의원은 이날 SBS 라디오에 출연해 “(원내대표) 출마기자회견을 할 때 책임있는 국회 운영을 위해서 법사위와 운영위는 양보하지 않겠다고 분명하게 천명했다”고 말했다. 또 “다양한 목소리는 존중되나 지금은 단합된 목소리, 그러고 단결된 행동력을 보여야 된다”고 밝혔다. 당내에선 18개 상임위원회 위원장을 모두 가져와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당 핵심 관계자는 기자에게 “상임위원장 18개를 모두 가져와야 한다는 여론이 매우 강하다”고 말했다.

친명 일색 지도부와 비공식기구인 더민주혁신회의의 권력화를 두고 당내에서 우려도 나왔다. 한 민주당 인사는 “왜 윤석열 정부와 국민의힘이 실패했는지 돌아볼 필요가 있다. 모두 단일대오로 갔기 때문이 아닌가”라며 “우리 당이 그 전철을 밟고 있는 것은 아닌지 걱정된다”고 말했다.

박순봉 기자 gabgu@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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