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릭스 떠나 ‘뇌종양’을 이겨낼 힘을 줬던 구단으로의 이적, 7년 만의 완투승으로 감동 안긴 야마사키

윤은용 기자 2024. 5. 1.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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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마사키 사치야. 닛폰햄 파이터스 페이스북 캡처



2008년 3월20일. 당시 중학교 3학년이었던 야마사키 사치야(31·닛폰햄 파이터스)는 대수술을 하루 앞두고 닛폰햄과 지바 롯데 마린스의 개막전이 열린 삿포로돔을 찾았다.

야구선수가 되는 것이 꿈이었던 야마사키는 중학교 3학년 때 두통이 심해 병원을 찾았다가 뇌종양이 있다는 청천벽력 같은 소리를 들었다. 수술 후 생존율 10%, 기대수명은 고작 7~8년이라는 절망적인 진단을 받았다. 무엇보다, 수술을 제대로 할 수 있는 의사를 찾기가 힘들었다. 간신히 수소문한 끝에 ‘홋카이도에 대단한 의사가 있다’는 소문을 듣고 그의 어머니는 아들의 손을 끌고 찾아갔다.

수술을 앞두고 야구가 보고 싶었던 야마사키는, 그날 닛폰햄의 선발 투수 다르빗슈 유가 지바 롯데를 상대로 4안타 10탈삼진 1-0 완봉승을 거두는 것을 목격했다. 개막전에서 선발 투수가 두자릿수 탈삼진이 동반된 1-0 완봉승을 따낸 것은 다르빗슈가 최초였다.

당시 삿포로돔을 가득 메운 야구팬들이 뿜어내는 열기, 그리고 다르빗슈의 엄청난 역투를 보며 수술을 잘 받을 수 있다는 힘을 얻었다는 야마사키는 다음날 대수술 끝에 기적처럼 다시 삶을 찾았다.

이상은 지난달 30일 7년 만의 완투승을 거둔 야마사키와 닛폰햄 간의 동화같은 이야기다. 이날 야마사키는 일본 사이타마현 도코로자와시의 베루나돔에서 열린 세이부 라이온스 원정 경기에 선발 등판해 9이닝을 3피안타 5탈삼진 무사사구 1실점으로 틀어막고 완투승을 챙겼다. 투구수는 고작 97개에 불과했다. 닛폰햄 이적 후 처음이자, 오릭스 버펄로스에서 뛰던 2017년 7월17일 이후 햇수로 7년 만에 거둔 완투승이었다. 당시 상대가 공교롭게도 닛폰햄이었다.

5회까지는 퍼펙트게임을 이어가다 6회 선두타자 하세가와 신야에게 내야안타를 내준 뒤 2사 후 가네코 유지에게 적시타를 허용해 실점까지 내줬지만, 이후 9회까지 실점을 더 내주지 않고 경기를 마무리했다. 닛폰햄 타선은 1-1로 맞선 8회초 무사 3루에서 나온 아리엘 마르티네스의 희생플라이로 결승점을 뽑아 2-1로 승리하고 야마사키에게 승리를 안겼다.

2014년 신인드래프트에서 오릭스의 지명을 받아 프로 생활을 시작했지만, 닛폰햄과 야마사키의 인연은 생각 외로 잎다. 야마사키의 아버지인 야마사키 아키히로는 닛폰햄에서 선수와 코치 생활을 한 적이 있다. 당시 아버지를 따라 경기장에 자주 방문했던 그는 모리모토 히초리, 다나케 겐스케 등 당시 아버지와 함께 생활을 했던 선수들과 친하게 지냈다.

2023시즌 후 자유계약선수(FA)가 된 그를 붙잡기 위해 무려 6팀이 참전하는 일이 벌어졌다. 야마사키는 요미우리 자이언츠, 소프트뱅크 호크스 등 자금력이 풍부한 팀들이 야마사키에 관심을 가졌다.

사실 야마사키는 오릭스 시절 그리 주목받는 투수는 아니었다. 야마모토 요시노부, 미야기 히로야 등 젊고 구위가 뛰어난 투수들이 많은 오릭스 선발진에서 그는 늘 선발 로테이션의 하위, 또는 불펜이었다. 규정이닝을 채운 시즌조차 없었다.

하지만 오릭스가 일본시리즈 우승을 차지한 2022년 2차전에서 4이닝 무실점에 적시타까지 치는 대활약을 펼쳤고, 야마모토가 부상을 당해 나설 수 없게 된 6차전 선발로 나서 5이닝 무실점 역투를 펼치며 오릭스가 일본시리즈 우승을 하는데 크게 공헌했다. 이어 지난해에는 규정이닝을 못채우고도 11승을 거둬 오릭스에서 16승의 야마모토 다음으로 많은 승수를 거두는 기염을 토했다.

4년 12억엔에 ‘에이스 넘버’인 47번까지 주겠다는 소프트뱅크의 제안이 가장 매력적이었지만, 야마사키는 4년 8억엔을 제시한 닛폰햄을 선택해 모두를 놀라게 했다. 이에 대해 야마사키는 “‘우리와 함께 성장해 나가자’는 말이 너무 인상깊었다”고 털어놨다. 닛폰햄은 야마사키를 위해 입단식에 그가 중학교 3학년 때 뇌종양 수술을 집도했던 의사를 데려와 감동을 선사하기도 했다.

야마사키는 경기 후 “친척들, 그리고 고등학교 때 감독님까지 찾아와 경기를 지켜봤다. 덕분에 잘할수 있었다”며 “투구수는 적을 수록 좋은 것 아닌가. 시즌이 긴 만큼 앞으로도 최대한 (투구수를) 적게 하고 싶다”고 말했다.

윤은용 기자 plaimston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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