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화영이 유죄면 이재명도 유죄다[김세동의 시론]

2024. 5. 1. 11: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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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세동 논설위원
1년7개월 재판 중 한번 안 나온
황당한 ‘검찰 술자리 회유’ 주장
100% 사실이라는 이재명 대표
한 달 전 ‘李지사 보고’ 진술받은
검찰, 뭣 하러 무리한 조작 시도?
‘보고 안 했다’가 거짓말 아닌가

쌍방울 대북송금 사건에 연루된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가 결심(結審)공판을 나흘 앞둔 마지막 재판에서 “수원지검에서 연어회를 안주로 술을 마시며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에게 보고했다’는 진술 조작을 회유 받았다”고 주장했다. 내용이 충격적인 만큼 ‘이재명 경기지사 방북 비용과 경기도의 대북사업 비용 800만 달러 쌍방울그룹 대납’ 혐의 등으로 징역 15년을 구형받은 이 전 부지사의 ‘이판사판식 사법 시스템 공격 아닐까’라고 의심하고, 사실 여부를 꼼꼼히 따져보는 게 상식적일 텐데 이 대표는 곧바로 ‘국기 문란 사건’으로 규정하고 대대적인 공세에 나섰다.

이 전 부지사는 1년 7개월 재판받는 동안 500회 가까운 변호인 접견 등을 하면서도 ‘술자리 회유’를 한 번도 주장한 적이 없다. 따라서 사실이 아닐 가능성이 더 크고, 내용이 앞뒤가 잘 안 맞는데도 이 대표는 4월 15일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구속 수감자들이 검찰청에 불려와서 다 한방에 모여서 술 파티를 하고 연어 파티를 하고 모여서 작전회의를 했다는 게 검사 승인 없이 가능하겠느냐”며 “이게 나라냐”고 힐난했다. “동네건달도 하지 않을 짓을 한다”고도 했다. 영화에서나 나올 듯한 황당한 주장이지만, 이 대표는 한치의 의구심도 없이 확신하는 듯했다. 하루 뒤엔 “이화영의 진술은 100% 사실로 보인다”고 단정했다.

압도적 국회 제1당 대표의 정치적 무게감을 생각하면 가볍기 그지없는 처신인데, 민주당의 전매특허인 음모론적 관점에서 보면 다급한 처지에서 짜고 친 냄새가 난다. 이후 검찰의 구치소 출정 기록, 계호 교도관 근무 일지·진술 등 제시로 사실이 아닌 것으로 반박되자 술을 마셨다는 장소와 일자가 계속 바뀌고, 심지어 음주 여부까지 뒤집히면서 ‘공갈포’로 끝나는 모양새다. 음주 장소가 1313호 검사실 바로 앞 ‘창고(1315호)’에서 검사실 내 ‘영상녹화실’ ‘검사휴게실’로 계속 바뀌었고, 일자도 2023년 ‘6월 30일 직후’에서 ‘6월 28일, 7월 3일, 5일 중 3일이 제일 유력’으로 달라졌다가 나중엔 아예 날짜 특정을 포기했다. 압권은 ‘술을 마셔 얼굴이 벌게져 진정될 때까지 한참 있다가 구치소로 돌아갔다’고 한 진술을 뒤집어 ‘입에 대보니 소주여서 마시지 않았다’고 바꾼 것. 100번 양보해 날짜와 장소는 그럴 수 있다고 쳐도 만취할 정도로 마셨는지, 아예 입에 대지도 않았는지가 헷갈릴 수도 있나.

이 전 부지사의 ‘회유 술자리’ 진술은 4월 4일 나왔는데, 이 대표와 민주당의 ‘이재명을 엮기 위한 검찰의 조작’ 주장은 11일 뒤에 제기됐다. 4·10 총선 전엔 역풍을 우려해 조심했지만, 압승 뒤엔 자신감이 붙은 것이고 사법 리스크에 정치생명이 걸린 상황을 타개하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기 때문일 것이다. ‘이화영이 유죄면 이재명도 유죄다’. 공범 관계이기 때문이다. 오는 6월 7일 선고 공판에서 이 전 부지사가 유죄가 되면 이 대표 기소도 피할 수 없다. 이미 대장동·백현동·성남FC, 위증교사, 허위사실 공표 등 3개 법원의 재판을 받는 이 대표로선 추가 기소는 어떻게든 막아야 한다.

아무리 다급하더라도 이 대표가 이 전 부지사의 수준 떨어지는 ‘소설’을 덥석 문 건 패착이다. 무엇보다 시점부터 일치하지 않는다. 이 전 부지사는 진술 조작 회유 술자리가 6월 30일 또는 7월 3일이라고 했는데, 이 전 부지사는 이미 지난해 6월 9일 검찰에서 “이 지사에게 ‘북한에서 방북 의전 비용을 요구하는데, 김성태 회장이 처리할 것’이라고 보고했다”고 변호인 입회하에 진술했다. 이미 한 달 가까이 전에 ‘이재명 보고’ 진술을 받아놨는데, 뭣 때문에 위험한 조작 진술을 시도한단 말인가.

민주당은 ‘검찰이 없는 죄를 만든다’고 했는데, 진술을 조작한 건 검찰이 아니라 이 대표와 민주당 측으로 보는 게 합리적이다. 대통령을 노렸던 이재명 경기지사의 정치 생명이 걸려 있고 형사처벌도 받을 수 있는 위험한 사업을 추진하면서 과연 부지사가 보고조차 하지 않았을까. 보고하고 지시받는 게 상식적이다. 이 전 부지사의 진술이 알려지자 이 대표 측이 이 전 부지사와 그의 아내를 접촉했고, 이후 아내는 법정에서 남편의 ‘이재명 보고’ 진술을 만류하고 혼냈다. 진술조작은 어느 쪽에서 한 것일까.

김세동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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