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잎클로버 구매기[유희경의 시:선(詩: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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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철역 앞에 자리를 펴고 네잎클로버를 파는 노점상이 있다.
처음엔 네잎클로버를 팔다니 재밌어했다.
다음엔 네잎클로버가 그리 흔한가 의심을 했다.
네잎클로버마저 돈을 받고 팔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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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록인 것들을 말해보자/ 풀에 대해 나무에 대해 바다에 대해/ 지구에 대해// 푸르다고 속삭여보자/ 밝고 선명해지자/ 익지 말고 때를 기다려보자/ 시절 앞에서 당당해지자// 초록이라고 말해보자/ 풀처럼 휘어지자/ 나무처럼 뻗어보자/ 바다처럼 깊어지자/ 지구처럼 둥글어지자’
- 오은 ‘초록을 입자’(시에세이 ‘초록을 입고’)
지하철역 앞에 자리를 펴고 네잎클로버를 파는 노점상이 있다. 처음엔 네잎클로버를 팔다니 재밌어했다. 다음엔 네잎클로버가 그리 흔한가 의심을 했다. 나는 한 번도 찾아낸 적이 없었다. 선물로 받은 적은 있다. 남의 행운을 가져오는 것 같아 영 내키질 않았다. 네잎클로버마저 돈을 받고 팔다니. 심술이 나기도 했다.
호기심의 힘은 세다. 좌판 위 네잎클로버들이 자꾸 눈에 밟혀서 결국, 걸음을 멈췄다. 절박했는지도 모른다. 좋은 일 좀 있었으면 바란다. 속는 셈치고 사보자. 노점상은 말이 없다. 고르는 척하다가 빈손으로 돌아서는 사람이 부지기수겠지. “이걸 다 직접 찾으신 거예요?” 환갑은 훌쩍 넘겼을 노점상은 그저 웃기만 한다. 영업 비밀일까. 시비 거는 사람처럼 느껴졌을까. 그중 마음에 드는 것을 고른다. 담아주는 봉투도 없다. 하기야 이 작은 클로버에 무슨. 그제야 노점상은 입을 연다. 이제 좋은 일이 생기겠네. 기대해도 좋아요. 예언인가. 그는, 노점상을 가장한 전령일지도 몰라. 그렇긴커녕 덤처럼 얹어주는 덕담일 텐데, 그 말을 믿고 싶어 하는 내가 우습다.
하지만 신기하지. 돌아서 몇 걸음 걷지 않았는데 마음이 가볍다. 하늘은 파랗고, 가지마다 가득한 잎새는 모두 청신한 초록. 오가는 사람들 얼굴에 생기가 넘친다. 클로버 하나에 이럴 수 있나. 돌아보니, 노점상은 젊은이 한 쌍을 상대하고 있다. 느낌이 좋아. 좋은 일이 생겼다. 마음이 클로버처럼 초록으로 물들었다.
시인·서점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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