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동 노점은 합법인데… 한강공원 노점은 왜 불법인가요? [추적+]

홍승주 기자 2024. 5. 1. 09:36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더스쿠프 심층취재 추적+
한강공원 노점 불편한 현주소
법망 안으로 들어온 명동 노점
반면 한강공원 노점들은 불법
적용 법률ㆍ단속 주체 다른 탓
제도권 들어가도록 대응 필요

봄바람이 일렁이는 4월이면 한강공원을 찾는 이들이 늘어난다. 그때마다 수면 위로 떠오르는 문제가 하나 있다. 한강공원 내 불법 노점 문제다. 명동 노점은 합법이 된 지 오래인데, 한강공원 내 노점이 아직도 불법인 까닭은 뭘까. 혹시 명동 노점과 한강공원 내 노점을 다루는 법이 다른 건 아닐까.

'여의도 한강공원 내 불법 노점상을 이용하지 맙시다'란 문구가 쓰여있는 현수막 옆에서 노점상이 장사를 하고 있다.[사진=더스쿠프 포토]

4월 17일 오후 6시. 5호선 여의나루역 2번 출구 앞 여의도 한강공원으로 내려가는 길과 자전거 도로 옆에는 10여개의 노점상이 둥지를 틀고 있다. 닭꼬치, 회오리 감자, 삼겹살 등 메뉴도 다양하다. 시민들은 자연스럽게 노점상에서 음식을 사고 한강의 풍경을 즐긴다. 공교롭게도 바로 옆엔 낯선 현수막 4~5개가 걸려 있다. "여의도 한강공원 내 불법 노점상을 이용하지 맙시다." 사실일까.

결론부터 말하면 그렇다. 한강공원에 있는 모든 노점상은 불법이다. 한강공원 노점 과태료 건수는 지난해 2892건에 달했다. 팬데믹 기간이긴 하지만 2020년(518건)과 비교하면 458.3% 증가했다. 올해 4월 15일까지 노점에 부과한 과태료 건수도 552건이나 된다.

이곳에서 노점상을 운영하고 있는 상인 김성호(53)씨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이곳은 제 삶의 터전이고, 가족 생계가 달려있는 곳이에요. 일주일에 2번씩, 한달에 8번씩 과태료를 물리는 건 정상이 아니에요. 과태료보단 세금을 똑바로 내고 싶어요. 원하는 것은 '양성화'예요. 이젠 합법화한 명동 노점이 진심으로 부럽습니다."

이젠 법망 안으로 들어온 명동 노점과 달리, 한강공원 노점은 왜 여전히 불법인 걸까. 불편한 간극의 답은 '근거법'에 있다. 도로 노점과 한강공원 노점의 근거법은 각각 도로법, 하천법으로 다르다. 그러니 도로 노점은 관할 지자체, 한강공원 노점은 서울시 미래한강본부가 단속한다. 같은 노점이지만 어디에 있느냐에 따라 적용 법률과 단속 주체가 다르단 얘기다.

여기가 끝이 아니다. 도로법에는 '노점 점용허가 기준'이 있다. 이를 근거로 서울시는 2019년부터 '거리가게 허가제'를 시행하고 있다. 허가를 받은 노점상들은 도로 점용료를 내고 가게를 합법적으로 운영한다. 도로 점용 면적은 최대 3m×2.5m로 제한돼 있어 시민들의 보행권도 침해하지 않는다.

반면, 하천법에는 노점 점용허가 기준이 없다. 이 때문에 한강공원 노점상들은 세금을 내고 장사를 하고 싶어도 그럴 수 없다. 한강공원 내 노점상들이 불법이란 오명을 뒤집어쓴 채 때만 되면 '과태료 통지서'를 받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한강공원 노점상들은 비용을 내고 장사를 하고 싶어도 그럴 수 없다.[사진=더스쿠프 포토]

서울시 미래한강본부 측은 "한강공원 노점은 불법이다"면서 "그래서 하천법 46조 '취식 금지'를 근거로 과태료를 매기고 있다"고 말했다.

그럼 어떻게 해야 할까. 절차가 쉽지 않다. 언급했듯 도로법엔 '노점 점용허가'를 내줄 수 있는 근거 규정이 있었다.

서울 중구청은 2016년 이를 근거로 노점에 '도로점용 허가'를 내줬다. 명동에 불법 노점이 난립하자 법을 발판으로 이를 '양성화'했던 거다. 강북구ㆍ금천구ㆍ양천구를 제외한 서울시 22개 자치구도 같은 방식으로 노점을 합법화했다.

하지만 한강공원 노점을 합법화하려면 하천법을 개정해야 한다. 김재진 서울시의원은 지난해 미래한강본부의 행정사무감사에서 "시민의 이용이 있다면 이젠 다른 시각으로 접근이 필요하다"며 "위생적이고 안전한 영업과 이용을 위해서라도 합법화 방안이 필요하다"고 말하면서 하천법의 개정을 촉구했다.

그런데도 국회는 어떠한 관심도 기울이지 않았다. 21대 국회에서 하천법 개정안은 총 31건 발의됐지만, 생존 위기에 놓인 노점상을 어떻게 다룰지를 고민한 법안은 전무했다. 그러는 사이 한강공원 노점을 둘러싼 갈등이 격화할 조짐이 보이고 있다.

서울시 미래한강본부는 지난 10일부터 '한강 노점상과의 총력전'을 펼치고 있다. 영업단속을 주 2회에서 4회로 확대하고, 1회 과태료를 5만6000원에서 7만원으로 높였다. 그럼에도 한강공원 노점이 영업을 계속하면 과태료 100만원을 추가로 부과할 계획이다. 서울시 미래한강본부 관계자는 "현재 시민들의 불편함을 해결하기 위해 단속을 최대한 강화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그러자 한강공원 노점들이 격하게 반발하고 있다. 민주노점상전국연합은 "일주일에 4번 과태료를 물리는 등의 막무가내식의 단속을 납득할 수 없다"며 대규모 투쟁 시위를 계획하고 있다. 노점상 상인 송지영(가명ㆍ41)씨는 "대다수의 시민이 노점상을 실제로 이용하는 만큼, 합법적으로 활성화할 수 있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양쪽의 충돌을 막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김준모 건국대(행정학) 교수는 이렇게 조언했다. "시민들의 수요가 있으니 노점이 들어오는 것이다. 과태료만 부과할 게 아니라 주변에 노점이 들어갈 공간을 만들어 상인들을 이동시키고 위생 등 관리를 철저히 하는 작업이 필요하다. 중장기적으로 한강 고수부지를 어떤 모습으로 발전시키고 유지할지 상인들에게도 알려줘야 한다."

서종국 인천대(도시행정학) 교수도 "노점상은 시장에 빠르게 대응하고 새로운 문화를 창출할 수 있다"며 "서울시가 신속하게 수요를 파악해 제도권에 들어갈 수 있게끔 대응할 필요가 있다"고 꼬집었다. 국회가 아예 손을 놓은 사이 한강공원 내 노점 문제가 갈등의 도마에 올랐다. 21대 국회는 이제 얼마 남지 않았다. 22대 국회에선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까.

홍승주 더스쿠프 기자
hongsam@thescoop.co.kr

Copyright © 더스쿠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