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 안마소 테라피로 ‘둔갑’… 일자리 빼앗긴 맹인들 [현장, 그곳&]

김은진 기자 2024. 5. 1. 0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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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각장애인만 안마사 자격 인정
이름 바꾼 퇴폐 안마 업소 급증
유관기관, 현장 적발 난항… 뒷짐
행정·수사기관 철저한 단속 절실
기사와 관련 없음.이미지투데이

 

“시각장애인을 고용하지 않고 이름만 바꿔서 안마 업소를 운영하니, 우리가 더 이상 설자리는 없습니다.”

30일 오전 10시께 안양시 동안구 호계동의 한 태국 마사지 가게. 이곳은 안마업소로 등록돼 있었지만 가게 입구부터 ‘타이 마사지’, ‘발+손 안마’ 등을 내세운 입간판이 즐비해 있었다. 현행법상 시각장애인만 안마 업을 할 수 있지만 이곳의 안마사 4명 모두 비장애인인 태국인들이었다. 여느 안마 업소와는 다르게 태국 전통 마사지 기술로 운영을 한다는 것이 이곳 관계자의 설명이었다.

같은 날 수원특례시 팔달구 인계동도 비슷한 상황이었다. ‘풋샵’, ‘바디케어’, ‘테라피’ 등으로 된 간판의 안마 업소가 쉽게 눈에 띄었다. 이날 취재진이 본 10개 업소 모두 안마 업소로 등록돼 있었지만 시각장애인이 운영하거나 시각장애인을 안마사로 고용한 업소는 한 곳도 없었다.

경기지역 불법 안마 업소들이 ‘테라피’, ‘풋샵’ 등 교묘하게 이름을 바꿔 안마 업을 운영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더욱이 경찰과 지자체는 현장 적발이 어렵다는 이유 등으로 단속에 손을 놓고 있어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이날 대한안마사협회 경기지부에 따르면 도내 안마 업소는 총 208곳이다. 이들 업소는 시각장애인들이 직접 운영하거나 시각장애인을 고용한 곳들로 시각장애인 안마사는 총 1천800여명이다.

의료법상 안마사는 시각장애인만 자격이 인정된다. 이를 위반하면 3년 이하의 징역이나 3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진다. 시각장애인이 아닌 비장애인이 운영하고 시술하는 안마 업소는 모두 불법이라는 의미다. 지난 2006년 ‘직업 선택의 자유’ 등을 이유로 시각장애인의 안마 업 독점권에 문제를 제기한 헌법소원과 위헌법률 심판제청이 있었지만 합헌 결정이 나오기도 했다.

하지만 시각장애인에게만 독점적으로 허용된 일자리는 현실에서 유명무실해진 지 오래다. 이름을 바꾼 불법 안마 업소는 셀 수 없이 급격히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최인식 대한안마사협회 경기지부 사무국장은 “이름을 바꿔 영업하는 안마 업소가 많아 안마사인 시각장애인들이 일자리를 잃고 있는 실정”이라며 “과거엔 시각장애인들이 자체적으로 단속을 하기도 했지만 현재는 너무 많아 단속을 할 수도 없다. 행정기관과 수사기관의 철저한 단속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경기도 관계자는 “퇴폐 마사지 업소에 대한 단속을 하고 있지만 시각장애인 고용 여부에 대한 것은 단속에 나서지 않고 있다”면서도 “다만 민원이 들어오면 현장 점검을 통해 단속하고 있다”고 전했다.

김은진 기자 kimej@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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