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 스타트업 코스닥 상장 '러시'…기술특례상장 높아진 문턱 넘어라

이채린 기자 2024. 5. 1.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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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계 "글로벌 시장 타깃 해외 매출 가능성 보여야"
지난해 3월 브라질 알칸타라 우주센터에서 이노스페이스의 하이브리드 로켓 엔진을 적용한 발사체 '한빛-TLV'가 시험 발사되고 있다. 이노스페이스 제공

지난달 28일 우주발사체 스타트업 '이노스페이스'가 코스닥 상장 예비 심사 승인 소식을 알렸다. 국내 다른 우주 스타트업들도 상장 준비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30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이들 스타트업들이 노리는 기술특례상장 심사가 까다로워지며 사업성을 제대로 증명해야 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특히 우주산업의 특성상 내수만으로 그치지 않고 글로벌 시장을 타깃으로 해외 매출 발생 가능성 등이 관건이라는 지적이다.

기술특례상장이란 성장성과 기술력이 있지만 지금 당장 이익을 내지 못하는 혁신 기업을 발굴하고자 2005년 도입한 제도다. 한국거래소가 지정한 전문평가기관 중 2개의 기관으로부터 기술성평가에서 ‘A’와 ‘BBB’ 이상 등급을 받으면 경영 성과나 시장 평가 등 재무요건을 면제받고 바로 상장 예비심사를 청구할 수 있다. 재무 상태가 현재 적자이지만 미래 가치로 평가받아야 하는 대부분의 민간 우주기업이 도전하는 제도다. 

이노스페이스는 기술특례상장으로 한국거래소로부터 코스닥 상장을 위한 상장예비심사 승인을 받았다고 28일 밝혔다. 김정희 이노스페이스 커뮤니케이션팀 책임매니저는 "상장 추진 과정에서 상장예비심사를 가장 큰 통과의례로 보고 있었다"면서 "가까운 시일 내에 로드쇼를 진행하고 증권신고서를 제출해 상반기 내에 상장을 마무리 지을 예정"이라고 밝혔다. 로드쇼는 유가증권 발행을 위해 발행회사가 투자자를 대상으로 벌이는 설명회를 가리킨다.

민간 우주스타트업 중 현재 위성 데이터 분석 기업 '컨텍', 위성 체계 개발·수출 기업 '쎄트렉아이'와 'AP위성', '인텔리안테크' 등 주력 사업이 위성 통신인 기업들이 이미 상장했다. 쎄트렉아이는 대기업인 한화에어로스페이스에 2021년 인수됐다는 점을 감안하면 사실상 우주 스타트업 중 단계별로 상장 절차를 밟아온 기업은 컨텍이 유일하다. 컨텍이 국내 우주 스타트업 1호 상장 기업으로 불리는 이유다. 컨텍도 기술특례상장 절차를 밟았다. 

위성 기술 개발 기업 '루미르'와 초소형 위성 제작 업체 '나라스페이스테크놀로지'(나라스페이스)도 올해 상장을 목표로 하고 있다. 가장 속도가 빠른 기업은 루미르다. 지난달 한국거래소에 상장 예비심사를 청구하고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

2009년 설립된 루미르는 중형위성부터 영상자료 처리장치, 초소형 인공위성을 제조하는 기술로 인정받아 지난해 기술특례상장을 위한 기술성평가를 통과했다. 2025년 말~2026년 초 초고해상도 초소형 영상 레이더(SAR) 위성인 'Lumir-X'를 발사해 수익을 극대화할 예정이다. 

나라스페이스는 올 7, 8월에 기술성평가를 신청할 계획이다. 박재필 나라스페이스 대표는 "예비기술성평가는 끝낸 상태로 5월에 시리즈B 투자 유치를 마무리 짓고 올해 여름에 기술성평가를 받을 예정"이라며 "이를 통과하고 상장예비심사를 가을쯤 승인 받아 올해 말 상장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말했다. 예비기술성평가는 실제 기술성평가를 받기 전에 전문평가기관에 동일한 평가를 받아보는 것으로 기술성평가의 모의고사라 볼 수 있다. 

우주발사체 기업 '페리지에어로스페이스'(페리지)도 5~6월 예정된 소형로켓 '블루웨일' 시험 발사 성공을 동력으로 올해 말에서 내년 초 상장하겠다는 전략을 세우고 있다. 

문제는 다수의 우주 스타트업이 겨냥하는 기술특례상장 제도가 최근 논란이 되며 심사가 까다로워진 점이다. 지난해 반도체 기업 '파두', 올해는 사이버보안 기업 '시큐레터'가 기술특례상장 제도로 상장했지만 실적 급감으로 상장폐지에 몰리며 제도에 대한 신뢰도가 떨어졌다. 이런 상황에서 기술특례상장심사 기준이 깐깐해졌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이노스페이스도 상장 절차가 예상보다 1~2개월 느리게 진행되는 것으로 보고 있다. 이노스페이스 측은 "대표 인터뷰, 기업 실사 등의 심사 과정이 엄격하고 전문적으로 진행됐다"고 했다.

우주스타트업들은 해외 시장 개척을 통해 탄탄한 수익성을 내겠다는 목표로 심사를 통과하겠다는 계획이다. 컨텍과 이노스페이스가 세운 전략도 비슷하다. 우주산업의 규모가 상대적으로 크지 않아 국내 수요로 높은 수익을 담보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이노스페이스는 설립 초기부터 수요의 90%는 해외에 있다고 보고 해외 시장 개척에 총력을 다해왔다. 해외 위성사, 대학교 등 총 4곳과 자사 발사체 '한빛'으로 다중 발사 서비스 계약을 체결해 국내 민간 우주 발사체 기업으로 첫 수주 사례를 기록했다. 

박재필 나라스페이스 대표도 "지난해 11월 초소형위성을 성공적으로 발사하며 얻은 '스페이스 헤리티지(우주 발사 성공 경험)'을 바탕으로 글로벌 시장을 공략해 매출을 내겠다는 목표를 갖고 있다"고 했다. 아직 스페이스 헤리티지가 없는 페리지는 최근 기술특례상장사의 위기 사례를 타산지석 삼아 안정적인 매출 계획을 마련한 뒤 속도를 조절하며 상장에 나설 계획이다. 

[이채린 기자 rini11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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