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표를 없앨 수 있을까요[편집실에서]

2024. 5. 1.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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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진수 편집장



최근 유명 가수들이 ‘암표와의 전쟁’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암표가격이 수백만원대에 이르러 지난해 국정감사에서도 거론된 가수 임영웅씨는 불법 거래로 보이는 예매 건은 사전 안내 없이 바로 취소하는 등 강력하게 대응했습니다. 지난해 연말 소극장 공연을 하려던 장범준씨는 암표가 기승을 부리자 예매분 전체를 취소했습니다. 가수 아이유씨는 콘서트 티켓 불법 거래 신고자를 포상하는 ‘암행어사 제도’를 시행했습니다.

흔히 암표로 불리는 ‘티켓 재판매’는 콘서트장을 가보지 않은 사람들에게도 익숙합니다. 인터넷 예매가 없던 시절에는 인기 영화를 상영하는 극장 앞에서 쉽게 암표상을 만날 수 있었습니다. 지금도 주말에 프로야구 경기가 열리는 야구장에 가면 은밀하게 접근하는 암표상이 있습니다. 좌석이 한정된 문화 시장에는 항상 암표가 등장한다고 해도 틀리지 않을 겁니다.

‘직접 티켓을 산 사람’에게만 공연장 입장을 허용하는 방법도 나왔지만 아직 큰 효과를 보지 못한 듯합니다. 암표 판매자와 구매자들이 ‘아옮’으로 대응을 했기 때문입니다. 아옮은 ‘아이디 옮기기’의 줄임말입니다. 온라인에서 구매한 티켓을 양도할 때 티켓만 넘기는 것이 아니라 양도를 받는 사람이 직접 티켓을 산 것처럼 만들어주는 것을 말합니다.

암표 문제는 해결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기본적으로 개인과 개인 간의 거래를 막을 근거가 부족합니다. 이를테면 내가 힘들게 예매한 표를 사정이 있어 친구에게 넘길 때 웃돈을 조금 받는다면 문제가 될까요. 암표 역시 거래 행태 자체는 개인과 개인의 거래로 볼 수 있습니다.

이런 재판매를 법으로 규제할 수는 있을까요. 지난 3월 22일부터 암표 판매에 대한 처벌을 강화하는 ‘개정 공연법’이 시행됐는데, 이 역시 온라인상 매크로를 이용한 입장권 판매자를 처벌할 수 있을 뿐입니다. 개정 공연법은 매크로를 이용하지 않고, 입장권을 구매해 당근, 티켓베이 등에 판매한 사람도 ‘부정판매’로 규정하긴 했지만 처벌 조항을 두지는 않았습니다. 즉 매크로만 이용하지 않는다면 당장 인터넷서 입장권을 구매해서 얼마에 팔든 법적으로 처벌할 근거도 없고, 실제로 처벌도 받지 않는다는 겁니다.

팬들은 속이 터집니다. 좋아하는 가수나 공연을 보러 가는 것이 하늘의 별 따기가 됐습니다. 공연을 마련한 가수와 기획사도 마찬가지입니다. 암표 거래 과정에서 상승한 가격은 이들에게 돌아가지 않습니다.

가장 확실한 해결책은 아무도 암표를 사지 않는 것입니다. 공정한 절차를 거쳐 티켓을 산 사람만이 공연을 볼 수 있다는 인식이 사회 전체에 퍼진다면 불가능하지는 않을 겁니다. 물론 그렇다고 쉬운 일은 아닙니다.

주간경향 이 번호는 과도한 티켓팅 경쟁이 만든 공연 입장권 재판매 시장을 심층적으로 취재해 전합니다. 개인 간 거래의 자유가 제한될 수 있는지 등 기본 논점부터 하나하나 짚어봅니다. 또 공연문화가 발달한 미국과 유럽, 일본 등에서는 이 문제를 어떻게 해결하고 있는지도 살펴봤습니다. 암표 문제, 이번에는 해결책을 찾을 수 있을까요.

홍진수 편집장 soo43@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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