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성 중 강성' 임현택 의협 출범…의-정 갈등 더 꼬이나

천선휴 기자 2024. 5. 1.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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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와 1대1 대화 위한 범의료계 협의체 구성…"'원점 재검토' 전제"
원점 재검토 넘어 '증원 축소' 주장…의료계 "전략 세워 해결에 힘써야"
제42대 대한의사협회를 이끌 임현택 회장이 지난달 26일 당선증을 들고 있는 모습. 2024.3.26/뉴스1 ⓒ News1 박지혜 기자

(서울=뉴스1) 천선휴 기자 = '강경파 중 강경파'로 알려진 임현택 대한의사협회(의협) 회장 당선인이 1일 정식 회장으로 취임하고 3년간 의협을 이끌어간다.

임 회장의 취임은 의료계가 의대 증원 문제를 두고 정부와 두 달이 넘도록 '강대강 대치'를 벌이고 있는 와중에 이뤄지는 것이어서 향후 의정 관계가 어떻게 설정될지 관심이 쏠린다.

1일 의협에 따르면 제42대 의협 회장으로 당선된 임 회장의 임기가 이날부터 시작된다. 다만 근로자의 날을 맞아 취임식은 2일 비공개로 열릴 예정이다.

회장직 인수위원회도 지난 29일 임 회장을 필두로 한 새 집행부 인선을 끝마쳤다. 42대 집행부에는 강대식 상근부회장을 포함한 8명이 부회장을 맡았고, 회원 대상 법률서비스를 로펌 수준으로 강화하고자 그동안 2명 수준이던 변호사 출신 법조이사를 이번에 4명으로 늘렸다.

또 이번 의대 증원 문제에 핵심 직역을 이끌고 있는 박단 대한전공의협의회 비상대책위원장과 이성환 대한공중보건의사협의회 회장이 당연직 정책이사를 맡는 등 총 27명의 이사가 선임됐다.

인수위는 또 집행부 출범과 동시에 범의료계 협의체를 구성하겠다는 뜻을 밝히기도 했다. 정부와의 1대1 대화를 위해 의협, 의학회, 의대 교수, 전공의, 의대생 등으로 구성된 범의료계 협의체를 구성한다는 것이다.

인수위의 이 같은 움직임은 지난 23일 장상윤 대통령사회수석비서관의 발언에 대한 화답으로 보인다. 장 비서관은 당시 "(의료계에) 5+4 의정협의체를 비공개로 제안했지만 이마저도 거부하고 있다"며 "의정갈등을 해결하기 위해 의협, 전공의, 의대생, 의대교수 단체에 의료계-정부로만 구성된 협의체를 제안했지만 의료계는 원점 재논의만 주장하며 1대1 대화도 거부하고 있다"고 말한 바 있다.

이에 인수위는 "정부가 비공식적으로 '5+4 의정협의체'를 제안한 것에 대해 집행부 출범 직후 범의료계 협의체를 구성해 정부와의 1대1 대화를 언제든지 즉각 시작할 수 있도록 대비할 계획"이라고 했다.

제42대 임현택 제42대 대한의사협회장이 지난 달 윤 대통령 참석 행사에서 경호처 직원들에게 '입틀막'(입을 틀어막힘) 당한 채 끌려 나가는 모습.(임현택 회장 제공) 2024.3.27/뉴스1

하지만 범의료계 협의체가 구성됐다고 하더라도 당장 정부와 대화의 장이 펼쳐질 가능성은 없어 보인다.

성혜영 의협 인수위 대변인은 "정부가 1대1 채널을 열겠다는 식의 언론 보도는 많이 했지만 의협에 제안을 한 건 없다. 그래서 정부가 제안을 하면 의료계도 하나의 목소리를 내는 것이 대화에 유리하기 때문에 협의체를 만든 것"이라며 "단일화된 목소리를 내기 위해 의견을 종합하고 있겠다는 것이지 여전히 정부와의 대화의 전제는 '원점 재논의'"라고 일축했다.

그러면서 "과학적인 검토를 해야 하는 상황인데 현재 정부의 모습은 스스로 논리적인 근거를 갖지 않고 정책을 만들었다는 반증"이라며 "다시 원점부터 시작해서 정확하게 논의를 하자는 얘기"라고 덧붙였다.

이에 따라 범의료계 협의체가 구성되더라도 꼬일대로 꼬인 의-정 갈등이 빠르게 실타래를 풀어나가진 못할 것으로 보인다. 오히려 '강경파 중 강경파'로 유명한 임 회장이 전면에 나서게 되면서 갈등이 격화할 거란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실제로 임 회장은 이번 의대 증원 정책과 관련해 의료계 최초로 "저출생을 고려해 정원을 500~1000명 줄여야 한다"는 주장을 공식적으로 하기도 했다.

또 지난 28일 정기 대의원회 총회에서 이번 사태를 '의료 농단'으로 규정하며 "의대정원 증원과 필수의료 패키지 정책을 강행한 것은 의료계와 정부의 갈등 문제가 아니다"라고 비판했다.

지난 25일에는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여전히 대통령실 십상시들은 대통령에게 부산엑스포 때처럼 허위 보고로 일관하고 있다고 한다"며 "이 사태를 제대로 해결하려면 바로 그 십상시들과 박민수 보건복지부 차관 척결이 최우선"이라는 글을 남기며 거세게 비판했다.

임 회장은 지난 29일 윤석열 대통령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영수회담에 대해서도 "십상시들의 의견이 반영된 것"이라고 평가하기도 했다.

정부도 임 회장을 압박하고 있다. 지난 26일엔 서울경찰청 공공범죄수사대가 임 회장에 대한 긴급 압수수색을 진행하기도 했다. 앞서 보건복지부는 임 회장을 의료법상 업무개시명령 위반, 업무방해 교사·방조 등의 혐의로 임 회장을 고발한 바 있다.

이에 의협은 "정부가 의료계에 대화를 요구한다고 연일 브리핑을 하면서 뒤로는 압수수색을 자행하는 것은 매우 치졸한 행위"라며 "임기가 공식 시작하기도 전에 겁박을 하는 것"이라고 거세게 반발했다.

이 같은 정부와의 대치에 의료계에서도 우려의 반응이 흘러나오고 있다.

서울의 한 대학병원 교수는 "어떻게든 5월 전에 사태가 마무리됐으면 했지만 결국 초강성 회장이 의협을 이끌게 됐다"며 "그래도 범의료계 협의체를 만들고 한목소리를 낼 수 있도록 하겠다는 신호에 희망을 걸어보려고 한다. 거친 발언도 좋지만 국민을 설득할 수 있는 쪽으로 전략을 세워야 하지 않겠나 싶다"고 말했다.

반면 익명을 요구한 한 전문의는 "결국 자리는 만들어 준 사람의 뜻을 반영하게 되는 게 아니겠느냐. 많은 의사들이 임 회장을 지지한 이유는 임 회장이 우리 의사들의 뜻을 대변하기 때문"이라며 "다만 너무 거침없는 점이 걱정되긴 한다. 강경하게 나가더라도 우리의 뜻이 잘 관철될 수 있도록 눅일 부분은 눅여서 1분 1초라도 빨리 이 사태가 해결되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sssunhue@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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