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치고나가는데 …'실탄' 없는 韓대학들 뒷걸음만

서정원 기자(jungwon.seo@mk.co.kr) 2024. 5. 1. 03:03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THE 아시아 대학 평가 2024
거침없는 中 톱10 절반 차지
서울대 작년 11위서 14위로
연세대·KAIST도 소폭 하락
톱10에 韓대학 하나도 없어
연구·교육환경 부문서 '발목'
"R&D예산 삭감 등 지원 부족
세계적 대학과 경쟁 힘들어"

올해 영국 대학 평가기관 타임스고등교육(THE)의 아시아 대학 평가에서 한국 최상위 대학들 순위가 일제히 떨어졌다. 반면 중국과 일본 대학들은 약진했다. 우리나라는 특히 연구와 교육 부문에서 뒤처졌다.

30일(현지시간) THE가 발표한 'THE 아시아 대학 평가 2024'를 보면 지난해 국내 최상위 대학 3곳인 서울대, 연세대, KAIST 순위가 모두 전년 대비 낮아졌다. 작년 11위였던 서울대는 이번에 14위로 떨어지며 2년 연속 하락했다.

서울대는 2022년 8위를 기록한 뒤 줄곧 순위가 떨어지며 10위권 재진입에 실패하고 있다. 2023년 13위로 2022년(21위)보다 8위가 올랐던 연세대도 올해는 17위로 4계단 미끄러졌다. KAIST는 3년 연속 하락하고 있다. 2021년 13위, 2022년 14위, 2023년 17위였던 KAIST는 올해 18위로 나타났다.

중국과 일본 최상위 대학들은 순위가 상승했다. 지난해 공동 9위를 기록했던 중국 상하이교통대와 푸단대는 각각 7·8위로 올라섰다. 12위였던 중국 저장대도 올해는 9위에 안착하며 10위권 내로 진입했다. 이로써 수년째 1·2위인 칭화대, 베이징대를 비롯해 상위 10위권 내에 자리한 중국 대학은 5곳으로 절반에 달했다. 일본 도쿄대도 지난해 8위에서 올해 5위로 3계단 뛰어올랐다. THE는 12년째 아시아 대학 평가를 발표하고 있다. 올해는 739개 아시아 대학을 대상으로 순위를 매겼다.

한국 대학들은 연구환경과 교육환경에서 중국·일본 대학들과 차이가 크게 벌어졌다. 연구환경 부문에서 이들 대학은 60~70점대를 기록하며 90점대인 중·일 대학과 많게는 30점 가까이까지도 차이가 났다.

교육환경에서도 한국은 70점대, 중·일은 90점대를 기록해 점수가 20점가량 낮았다. 연구환경 부문은 학계 내 연구 평판·연구비 투자·우수한 논문 수, 교육환경은 교육 평판, 학생 대비 교직원 비율, 박사 학위 취득자 비율 등을 포함한다.

대학들은 경쟁력 향상을 위해 정부 지원이 더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박상규 한국대학교육협의회 회장(중앙대 총장)은 매일경제와의 통화에서 "교육과 연구 여건이 불비해 한국 대학이 세계적인 대학들과 경쟁하기 쉽지 않다"며 "어려운 상황에서 이 정도 성과를 내는 것도 많은 연구자가 헌신한 덕분"이라고 했다. 그는 "올해는 연구개발(R&D) 예산이 4조6000억원 삭감되고 의과대학으로 이공계 인재 쏠림 현상까지 일어나고 있다"며 "현재 순위를 유지하는 것도 쉽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특히 산학협력 등 일부 평가 지표가 한국 대학에 유리하게 바뀌었는데도 이런 결과가 나온 데 대해 순위가 하락한 대학들은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THE는 이번 대학 평가에서 산학협력 가중치를 10%로 정하며 지난해 대비 2.5%포인트나 올렸다. 특히 기존 '산업계의 연구비 지원' 외에 신규 하위 지표로 '특허'를 도입했다. 대학 연구가 특허 출원에 얼마나 많이 인용되는지를 본다. 이 지표에서 한국이 크게 유리한 고지를 차지한 데 힘입어 산학협력 부문에서 서울대와 KAIST는 100점, 연세대는 99.9점을 받아 중·일 대학에 앞섰다.

필 베이티 THE 최고글로벌업무책임자(CGAO)는 "대학 경쟁이 치열해지고 연구와 교육 투자가 늘어나면서 아시아 전역에서 대학 경쟁력이 향상되고 있다"며 "고등교육 중심축이 서양에서 동양으로 움직이고 있다고 볼 수 있을 정도"라고 총평했다. 한국에 대해서도 그는 "중국과의 치열한 경쟁으로 인해 일부 최상위 대학 순위가 하락했을 뿐"이라며 "전반적으로 한국 대학들은 매우 강력한 성취를 보여줬다"고 했다. 실제로 서울대·연세대·KAIST도 점수 자체는 지난해 대비 소폭 상승했다.

[서정원 기자]

Copyright © 매일경제 & mk.co.kr.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