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는 지금] 영국의 문화적 특성과 기후의 영향

경기일보 2024. 5. 1. 0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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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민주 영국 유학

하나의 문화와 민족의 성격에 영향을 끼치는 많은 것들 중에서 날씨를 무시할 수 없다. 문화라는 것은 언어, 예술, 의복 등 인간이 만들어온 다양한 산물이다. 이러한 문화는 각 나라의 지형과 날씨로 인해 많이 달라진다. 달라지는 것은 문화뿐만이 아니다. 날씨의 영향으로 기분이 좋아지거나 나빠지는 일 또한 경험했을 것이다. 그렇기에 날씨와 문화의 관련성에 관해 다양한 방면으로 연구가 진행돼 왔고 여러 연구에서 온도가 아주 높은 환경에서 범죄율과 범죄의 수위가 올라간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고도 한다. 기후와 인간의 관계성은 이렇게 중요하다.

영국의 경우는 어떨까. 영국은 잘 알려져 있다시피 날씨가 흐리고 비가 많이 온다. 지형적으로 위도가 높지만 난류의 영향으로 추운 편은 아니다. 하지만 이 난류의 따뜻한 공기와 북유럽의 찬 공기가 만났을 때 생기는 기온차로 안개가 발생한다. 이러한 이유로 영국에서는 해를 보기가 힘들고 특히 가을과 겨울이 되면 하늘은 회색빛에 항상 비가 온다. 하지만 비가 많이 온다고 해서 모두 우산을 쓰지는 않는다. 대부분의 경우 부슬비이거나 안개비이며 바람이 함께 불기 때문에 우산을 쓰는 것보다는 비를 막아주는 바람막이를 입는 것이 편하기 때문이다. 가장 날씨가 좋은 여름이라도 갑자기 추워지거나 비가 올 수 있기 때문에 관광객에게는 꼭 따뜻한 옷과 우산을 가지고 다닐 것을 추천한다.

‘날씨’라는 주제는 우리가 예상하는 것보다 영국인들에게 중요하며 문화적으로 매우 큰 지분을 차지한다. 이런 기후적 환경을 가지고 있는 영국에서 외국인으로서 살다 보면 몇 가지 재밌는 문화적인 특징을 발견할 수 있다.

영국인들은 항상 날씨에 대한 불평을 하는 것으로 잘 알려져 있다. 또 그날의 날씨 이야기로 대화를 시작하는 것이 보편적이다. 2004년 영국에서 베스트셀러였던 인류학자 케이트 폭스의 책 ‘영국인 발견’은 영국인에 대한 인류학적 연구다. 그녀는 책의 첫 번째 챕터에서 영국인의 대화 패턴에 대해 이야기하는데 그녀에 따르면 영국인에게 날씨는 너무나도 관례적인 대화 주제이며 하루도 불평하지 않을 수 없는 주제라고 설명한다. 그들은 왜 이렇게 날씨를 좋아할까? 기후학자이자 인류학자인 마이크 흄 케임브리지 교수는 이러한 영국인의 날씨에 관한 대화가 변덕스러운 날씨에 대한 낯섦을 극복하고자 하는 관습적 형식의 상호작용 방식이라고 분석한다. 영국인과 스몰토크를 하고 싶다면 오늘의 날씨 이야기를 꺼내면 된다.

영국 음식은 옛날부터 맛없기로 유명하다. 예상 가능하겠지만 기후환경이 큰 영향을 끼쳤다. 열악한 기후조건으로 다양한 농산물과 향신료를 키우기가 매우 어렵기 때문에 좋은 음식 문화를 만들기가 힘든 환경이었을 것이다. 현재 영국에서 사람들이 보통 즐겨 먹는 음식들은 대부분 제국 시절 식민지 국가에서 들여온 음식 문화들이다. 대영제국이 식문화를 개선하기 위해 다른 나라를 침범하고 플랜테이션 농업을 강행했다고 생각될 정도다. 그 정도로 영국에서는 내놓을 만한 전통음식이 별로 존재하지 않는다.

영국에서 최근 출판된 알렉스 존슨의 ‘100 Words for Rain’이라는 책이 있다. ‘비에 대한 100가지 단어’라고 번역될 수 있는 제목의 이 책은 비와 날씨에 관련된 영국의 문화적 연구를 담는다. 영어에는 비를 표현하는 단어가 굉장히 많다. 그중에서 예를 하나 들면 영국에서 자주 쓰이는 은어 중에 ‘spitting’이라는 표현이 있다. 직역하면 ‘침을 뱉는’다는 뜻이다. 빗줄기가 굵진 않지만 얼굴에 부슬부슬 내리는 부슬비를 말할 때 쓰는 표현이다. 이 책의 저자는 비에 대한 영어 표현뿐만 아니라 날씨가 투표 결과에 미치는 영향 같은 문화적 기후심리학 등의 내용도 설명한다.

영국의 문화적 민족성은 이렇듯 날씨가 큰 영향을 끼친다. 영국인이 가지고 있는 민족으로서의 회복력과 문화적 특성은 예상하기 힘든 날씨에 대해 매일 불평을 하면서 견뎌냈기에 발전한 능력으로 보인다. 이러한 영국인의 날씨에 대한 재밌는 흥미와 민족의 성격은 필자 같은 외국인 유학생에게는 항상 흥미로운 부분이다. 더 자세하게 알고 싶다면 위에 언급된 책들을 읽어볼 것을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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