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철도지하화 사업, 실현 가능성 있긴 한가

경기일보 2024. 5. 1. 0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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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0 총선에서 여야가 경쟁하듯 철도 지하화 공약을 내걸었다. 지역구 후보 696명 가운데 181명(26%)이 공약했다. 전국 8개 시·도에서 시행될 철도 지하화 길이는 총 537㎞에 달한다. 지역별로는 경기도 규모가 가장 크다. 경부, 경인, 경의, 경원, 경춘, 중앙, 경강, 안산선 등 8개 노선 360㎞에 이른다.

전국의 철도 지하화 사업이 실행 가능할지 미지수다. 사업 구상 단계부터 실현 가능성을 정확히 따지지 않고, 표를 의식해 마구 쏟아낸 선심성 공약이기 때문이다.

우선 예산이 어마어마하다. 철도 전문가들은 1㎞당 지상철도의 경우 순수 공사비가 250억원, 지하철도는 40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했다. 정부가 철도와 도로 지하화 사업에 65조2천억원을 투입하겠다고 밝혔다. 민주당은 80조원이 소요될 것으로 분석했다. 건설업계에선 100조원이 넘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전 세계적으로 금융위기 가능성이 확대되고, 국가부채까지 폭증하는 상황에서 대형 SOC 사업을 추진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지난해 말 기준 정부의 국가채무는 1천126조7천억원으로 국내총생산(GDP) 대비 50.4%를 기록했다. 지난해 국세 수입도 목표보다 56조원 덜 걷혀 역대 최대 세수 펑크가 났다.

도시를 가로지르는 철도는 시민의 생활권이 단절되고 소음·분진 등 문제가 있다. 그래서 지하화 주장이 오래전부터 나왔다. 문제는 여기에 들어가는 천문학적인 비용이다. 역대 정부가 모두 철도 지하화를 검토했지만 결국 중단한 것도 막대한 비용 대비 효과가 불분명해서다. 그럼에도 엄청난 비용이 드는 SOC 사업을 너도나도 총선 공약으로 내지른 것은 경솔했다는 비판이다.

지난 1월 ‘철도 지하화 및 철도부지 통합개발에 관한 특별법’이 국회를 통과했다. 철도 지하화 특별법은 철도로 인해 단절된 도시를 연결하고, 철도부지 상부와 슬럼화된 주변 지역까지 종합개발(상업·주거·문화공간 등 조성)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경기도가 도내 지자체의 철도 지하화 및 통합 개발 방향성 등의 자문을 위해 정책기술자문단을 꾸렸다. 12월까지 경기연구원 용역을 통해 도내 지자체에서 구상 중인 지하화 사업계획안을 검토, 국토부 선도사업에 선정될 수 있도록 건의할 계획이다.

철도 지하화 사업은 전체가 아니어도 추진은 될 것이다. 일단 시범사업을 선정해 개발 모델을 만드는 게 좋겠다. 성공적인 철도 지하화를 위해서는 정부, 지자체, 기업, 공공기관, 시민이 함께해야 한다. 정부와 지자체는 재정 지원뿐만 아니라 법적 규제 완화와 토지 사용 허가, 투명한 정보 공유와 소통으로 시민의 이해를 구해야 한다. 기업은 혁신적인 기술과 투자로 공사 비용과 기간 절감을 위한 노력을 해야 한다. 갈 길이 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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