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지방 소멸 막으려면, 인구 500만의 ‘초광역 정부’로 지자체 통폐합을

김성호 자치법연구원 부원장.前 전국시도지사협의회 정책연구실장 2024. 4. 30. 23: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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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는 지난 70여 년 동안 중앙집권체제를 공고히 유지한 결과, 지방은 소멸 위기를 맞고 있다. 지방균형발전정책을 정권마다 외쳤지만 수도권 인구 집중은 가속화되었고, 저출생 문제는 갈수록 악화일로를 걷고 있다. 세종시로 행정기능을 이전한 이후에도 여전하다. 왜 그럴까? 중앙정부가 지방정부를 하청기관처럼 운영한 결과다. 지방정부는 사생결단으로 지역 소멸을 스스로 막아 내어야 할 텐데 정책결정권과 재정권이 없다 보니 자포자기에 빠져 자멸의 길로 가고 있다. 재정력이 있는 지방정부는 먼 미래의 출생률보다 현재의 권력을 누리기에 바쁘다.

국민 소득 5만달러 이상인 국가는 모두 자유시장경제, 지방분권국가라고 하는 역사적·경험적 증거가 널려 있음에도 우리나라의 국가권력은 지방착취적이다. 해외 언론조차 대한민국은 국가 자멸 시대로 들어섰다고 평가하고 있다. 새로 출범하는 22대 국회와 중앙정부는 국가 자멸 시대 종식을 선포하고 이제라도 지방을 살려 국가발전의 동력으로 만드는 국가대개조를 추진해야 한다. 시기적으로는 지금도 늦었다. 그래도 시작해야 한다.

첫째, 세종시에 있는 중앙정부가 지방정부를 하청기관이 아니라 파트너로 인정해야 한다. 둘째, 시·도 통합 논의는 지방 경쟁력 강화와 지역 소멸 대책 추진체에 힘을 싣는 주체가 될 것이다. 지역 핵심지와 비핵심지를 분리해 비핵심지를 더욱 사막화하는 17개 광역지방정부로는 경험적으로 지방 소멸을 가속화시킬 뿐이다.

선진국에서는 수십년 전부터 광역지방정부의 통폐합을 정부 경쟁력 강화 방안으로 추진해 왔다. 무늬만의 특별자치도보다는 17개 광역정부를 인구 500만 전후로 역사적·문화적 동질성을 가진 초광역 지역정부로 통합한 후, 자치법률제정권을 부여해야 한다. 외교·국방·통상·국가치안을 제외한 지역에 맞는 지방선거, 조직인사권, 과세권, 지역개발, 교육, 민생치안, 형벌권, 검찰·법원·경찰 등 지방권력기관 관장 여부에 대해 국민적 합의를 거치면 된다. 이를 위해 중앙정부가 정부 조직 진단을 통해서 지방이 더 잘할 수 있는 기능을 지방정부로 이관해야 한다.

셋째, 지방정부의 생명력은 자기결정권, 즉 조례입법권에 있다. 헌법상 입법기관인 국회와 지방의회 간 입법권을 분담해야 한다. 윤석열 정부는 인수위원회 시절, 획기적으로 초광역 단위 지방정부에 자치법률제정권을 부여할 것을 국민에게 약속하였지만 논의조차 되지 않고 있다. 해방 이후 어떤 정부도 생각하지 못한 발상이다.

지방 소멸·국가 자멸에 대한 해답은 자치법률제정권을 초광역정부에 부여해 문제 해결을 위한 권한을 부여하고 책임을 지게 하는 것이다. 지방시대위원회가 지방에 교육특구를 만드는 것조차 21대 국회에서 막혔다니, 코미디다. 정권마다 규제 완화를 외쳐왔지만, 실패했다. 지방의회와 지방정부 주도로 자치법률제정권으로 법을 제정하면 지방정부 주도로 지역 실정에 맞는 법질서를 구축해 나가게 될 것이다.

현재 지방자치가 중앙정치에 종속되어 그 폐해와 갈등이 지방의회에까지 확산해 주민과 유리된 지방자치라는 비판이 나온다. 심지어 지방의회 폐지 여론까지 비등하고 있다. 시·도 통합과 자치법률제정권 부여는 지역 경제 활성화, 국가 잠재성장률 제고를 통해 지방이 국가발전 원동력으로 자리매김하게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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