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정부, 의대 2000명 증원 과학적 근거 내라”
의대 증원을 두고 정부와 의료계의 갈등이 풀리지 않는 가운데, 사법부까지 의대 증원의 근거를 따져보겠다고 나섰다. 법원이 정부에 의대 증원 관련 자료를 제출하고 의대 모집 정원 최종 승인을 보류해 달라고 요청한 것이다. 의대 증원을 둘러싼 논란과 혼선이 더 격화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서울고법 행정7부(재판장 구회근)는 30일 의대교수, 전공의, 의대생, 의대 입시 준비생 등 18명이 보건복지부·교육부 장관을 상대로 낸 의대 증원 집행정지 신청 항고심 심문에서 “5월 중순까지 (항고심 판단을) 결정하겠다”며 “그전까지 의대 모집 정원을 최종 승인하지 말아 달라”고 했다. 정부에 의대 증원 규모로 2000명을 정했던 과학적 근거 자료도 제출하라고 요청했다. 재판부는 2009년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 제도가 시행되기 전 엄격한 현장 실사가 있었다는 점을 언급하며 “인적·물적 시설 조사를 제대로 하고 의대 증원분을 배정한 것인지, 어떻게 지원할 것인지, 예산이 있는지 등 현장 실사 자료와 관련 회의록을 제출하라”고 했다.
재판부가 집행정지 신청 심문 중 내린 요구 사항에 강제성은 없다. 하지만 정부는 지금껏 사법부 판단을 존중해 대부분 요구 사항을 받아들였다. 교육부 역시 “복지부와 협의해 재판부가 요구한 자료 등을 충실히 준비하겠다”고 입장을 밝혔다.
재판부가 5월 중순 집행정지 신청을 받아들이지 않으면 진행되고 있는 의대 증원 절차에는 별문제가 없을 것으로 보인다. 대부분 대학은 내년도 의대 정원 확정안 등을 담은 대입 전형 시행 계획을 한국대학교육협의회(대교협)에 30일 제출했다. 대교협이 이를 5월 말까지 심사해 확정하면, 각 대학이 수험생과 학부모에게 공고한다. 교육부 관계자는 “5월 말까지 심사할 시간이 아직 충분하기 때문에 입시 절차에는 영향이 없을 것”이라고 했다.
만약 재판부가 집행정지 신청을 받아들이면 얘기가 달라진다. 이 경우 현재 서울행정법원에서 1심 심리를 진행 중인 본안 판결이 이루어질 때까지 정부는 의대 모집 정원 최종 승인을 하지 못 하게 되기 때문이다. 한 법조계 관계자는 “가능성이 커 보이진 않으나 인용될 경우 정부의 2000명 증원 결정에 사법부가 제동을 걸게 되는 것”이라고 했다.
앞서 1심을 맡았던 서울행정법원 행정4부(재판장 김정중)는 3일 “의대 교수와 학생 등은 이 사건의 직접적 이해 당사자가 아니다”라는 이유로 집행정지 신청을 각하한 바 있다. 그러나 이날 재판부는 1심 판단에 대해 “정원이 늘면 처분의 직접 대상자인 대학총장이 법적 다툼을 할 가능성이 없어 보인다”면서 “그럼 국가가 의대 정원을 늘리는 경우 다툴 사람이 아무도 없다는 건데 그런 결정은 사법적으로 심사·통제할 수 없다는 것인가”라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모든 행정 행위는 사법 통제를 받아야 한다”며 집행정지 신청을 심리하기로 결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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