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구한' 캡틴 기성용"韓축구 퇴보 아냐...올림픽 후배들 좌절 말고 성장하길"[현장인터뷰]

전영지 2024. 4. 30. 23: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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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원=스포츠조선 전영지 기자]베테랑은 위기에서 빛난다. 'FC서울의 정신적 지주' 캡틴 기성용이 위기의 서울을 구했다. 김기동 감독의 FC가 수원FC의 4연승을 저지하며 3연패 늪에서 탈출, 리그 5위로 점프했다.

서울은 30일 오후 7시30분 수원종합운동장에서 펼쳐진 하나은행 K리그1 2024 10라운드 수원과의 홈경기에서 전반 43분 김신진의 선제골, 후반 20분 기성용의 쐐기골에 힘입어 2대0으로 승리했다.

포항(2대4패), 전북(2대3패), 대전(1대3패)에 3연패한 서울은 수원 원정 반전이 절실했다. "3경기에서 10실점은 선수 때도 안해본 것같다. 감독으로서 자존심이 상한다"던 김기동 감독은 반전스쿼드를 내세웠다. 올림픽대표팀에서 돌아온 이태석, 2003년생 박성훈, 황도윤, 강성진, 2004년생 이승준 등 영건들이 총출동했다. 영건들 사이에서 캡틴 기성용, 임상협 등 베테랑들이 묵직하게 중심을 잡았다. 베테랑 기성용 기용에 대해 김 감독은 "올시즌 전경기를 뛰라고 꼬시고 있다. 팀이 어렵다 보니 성용이까지 쉬라고 하면 중앙이 헐거워지고 팀을 리드할 선수가 없다"고 설명했다.

전반 막판 김신진의 선제골 후 후반 만회골을 노리는 수원의 공세가 뜨거웠다. 후반 20분 임상협의 패스에 이은 기성용의 전매특허, 중거리포 한방이 골망을 갈랐다. 완승을 결정 짓는 쐐기포가 됐다. 제주전에 이은 시즌 2호골. 무엇보다 일촉즉발 위기의 서울에서 베테랑의 힘을 유감없이 보여줬다.

기성용은 경기 후 인터뷰에서 "공격적인 부분에서 서두르다보니 실수가 있었고 오늘은 수비적인 부분에 집중하자고 했다. 실점하지 않고 승리했다"며 클린시트 승리에 기쁨을 표했다.

"지난 3경기를 돌아볼 때 포항, 전북전은 너무 아쉬웠다. 무게중심을 앞에 두다보니까 수비 간격에 문제가 생겼다. 대전전 때는 2연패 후 부담감으로 인해서 골을 먹지 않고 좋은 모습을 보여야하는데 그런 상황이 벌어지다 보니 체력적으로 힘들었다. 상대가 잘했다기보다 우리가 공간을 너무 많이 내줬다"고 돌아봤다. "대전전 후 부족한 부분을 비디오 보면서 논의했다. 감독님은 공수 간격을 요구하셨고 수비적 부분에 있어서 아스널-토트넘 경기를 보며 선수들에게 이야기했다. 세계적인 선수들이 얼마나 수비 집중력과 간격이 뛰어난지 선수들끼리 이야기를 나눴다"고 설명했다. 기성용은 "그런 부분이 오늘 경기에서 잘 이뤄졌다. 공격수들은 희생하면서 수비에도 적극 나섰고, 수비수들은 집중력을 잃지 않았다. 오늘 하루만 그래야 하는 게 아니라 매경기 희생과 집중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세계적인 선수들도 90분 동안 체력적 부담에도 불구하고 멈추지 않는 활동량을 보여주고 있다. 저희가 좋은 성적을 내려고 하면 수비를 강화해야 하고, 그러다보면 찬스는 온다. 더 다듬어서 오늘 같은 모습을 계속 보여드리겠다"고 다짐했다.

기성용은 이날 골 장면에 대한 질문에 "수원만 들어오면 골이 나온다, 여기서 작년에 2골을 넣었다"며 미소지었다. "(임)상협이가 좋은 타이밍에 패스를 잘 줬고 수비 터치가 있었지만 슈팅을 때릴 기회가 됐다. 공격적인 찬스에서 늘 과감하게 슈팅을 때리려고 노력한다. 기회가 된다면 상대 수비진영에서 중거리 슈팅을 더 때리려고 한다"며 골 욕심을 감추지 않았다. "FC서울에 와서 3골이 한시즌 최다기록인데 그 기록을 넘어보겠다"며 눈을 빛냈다.

김기동 감독의 전경기 출전 제안에 대해 기성용은 "감독님이 제 기량을 저하시키시려는 것이 아닌가 한다. 농담이다"라며 웃었다. "감독님께서 기회를 주셔서 감사하다. 개인적인 욕심은 없다. 감독님께서 준비하라고 하면 하고, 교체해야 하면 교체해아 한다. 선발 명단 밖에서 준비해야한면 그래야 하는 게 제 역할이다. 매순간 최선을 다하는 게 제가 할 일이고 팀주장으로서 버팀목 역할 하는 게 할 일"이라고 말했다. "물론 쉽지 않다. 만 35세인데 경기 하고 나면 쉽지 않다. 내게도 도전이다. 하지만 힘 닿는데까지 팀에 힘이 되려 노력하겠다. 지금까지 부상없이 잘해온 만큼 앞으로도 최선을 다할 것"이라는 각오를 전했다. 기성용은 위기에서 빛난 고참의 역할에 대해 '소통'을 강조했다. "대화를 많이 하려고 한다. 나이 차이가 15~16살 난다. 먼저 다가가려고 한다. 어려워하는 후배도 있다. 나이 차이가 너무 많이 나서 어려울 때도 있지만 계속 교감하려고 하고 알려주려고 노력한다.축구적인 얘기를 많이 나눈다. 뭐가 안되는지 이렇게 하면 좋지 않을까 서로 논의를 많이 한다."

이날 기성용은 잉글랜드, 대표팀 시절 절친이자 지난 시즌까지 서울에서 함께 뛰었던 수원FC 공격수 지동원과 K리그1에서 처음 상대팀으로 만났다. 기성용과 지동원은 지난 겨울 따로 호주에서 개인 동계훈련도 함께하며 몸을 만들었다. 기성용은 "지동원 선수가 경기 앞두고 자꾸 연락이 오더라. 본인도 내심 기대를 많이 했다. 저도 오랫동안 동원이와 함께해서 오늘 상대로 만나니까 상당히 낯설었다"고 털어놨다. "동원이가 수원FC에서 더 많은 출전시간을 갖고 있다. 자주 연락하면서 서로 격려를 많이 하고 있다. 과거 대표팀, 해외에서 함께 뛰었던 선수들을 K리그에서 만나면 기분이 색다른 건 사실이다. 건강한 경쟁을통해 각자 위치에서 노력하면 팬들에게 좋은 볼거리를 줄 수있다. 이름 있고 경험 있는 선수들이 팬들을 위해 K리그 발전을 위해 도움이 되는 선수들이 됐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고 힘주어 말했다.

12년전 런던올림픽에서 사상 첫 동메달을 목에 걸었던 기성용은 후배들의 10회 연속 올림픽행 무산에 대해 격려의 메시지를 전했다. "한국 축구의 퇴보"라는 말에 "퇴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분명히 말했다."FC서울에도 올림픽대표팀을 다녀온 선수들이 있다"면서 "선수들의 입장에서 이야기하고 싶다"고 했다. "결과에 대해 여러 감정이 있을 것인다. 나도 많은 실패를 했다. 월드컵에서도 아쉬운 시절이 있었다"면서 "실망하지 말고 좌절하지 않았으면 한다. 올림픽의 기회는 놓쳤지만 이 시간을 발전의 시간 삼아 부족한 부분으 채워나가면 실패가 성공의 디딤돌이 될 것"이라고 응원했다.

이어 그는 "한국축구가 퇴보했다 생각 안한다"고 단언했다. "손흥민, 이강인, 김민재, 황희찬, 황인범 등 많은 선수들이 해외에서 좋은 활약을 하고 있다. 패배나 퇴보라기보다는 조금 더 체계적이고 계획적인 준비가 필요하다. 한 사람의 노력이 아닌 축구인들의 노력이 필요하고 현장에 있는 분, 밖에 있는 분, 선수들 모두가 하나가 돼 한국축구가 장기적으로 발전할 수 있게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카타르월드컵(16강) 끝난 지 얼마 안됐다. 세계적인 경쟁력을 가진 선수들이 건재하기 때문에 대표팀도 그렇고, 실패를 자양분 삼아서 다음 월드컵 준비에 좀더 신경쓴다면 충분히 선수들 능력 있기 때문에 잘할 수 있다. 저도 한국축구 발전에 도움이 되고 싶다 선배로서 도움이 되고 싶다"고 말했다. "올림픽대표팀 선수들이 실망, 좌절하지 않고 아쉬움을 다시 채찍질 해서 앞으로 좋은 기회를 살리는 시간이 됐으면 한다"고 거듭 바랐다.
수원=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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