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해’ 같은 천재 작곡가 아내의 삶과 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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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곡가 차이콥스키(1840∼1893)의 인생을 얘기할 때는 주로 성 정체성, 후원자 나데주다 폰 메크 부인과의 이상하고도 오랜 관계가 주목받는다.
1일 개봉하는 영화 '차이콥스키의 아내'(사진)는 천재 작곡가가 아닌 그의 아내에게 시선을 돌린 작품이다.
아내 안토니나는 차이콥스키를 만난 후 복잡하고 고통스러운 삶을 살았다.
동성애자였던 차이콥스키와 결혼생활이 제대로 될 리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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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일 개봉하는 영화 ‘차이콥스키의 아내’(사진)는 천재 작곡가가 아닌 그의 아내에게 시선을 돌린 작품이다. 아내 안토니나는 차이콥스키를 만난 후 복잡하고 고통스러운 삶을 살았다.
차이콥스키에게 첫눈에 반한 안토니나는 적극적이고 반짝이는 여성이었다. 차이콥스키를 편지로 불러낸 뒤 “처음 뵌 날부터 바란 건 한 가지, 선생님을 안고 키스하는 것, 그리고 평생 함께하는 것”이라고 당차게 고백한다. 일방적 구애 끝에 안토니나는 1877년 28세에 결혼한다. 동성애자였던 차이콥스키와 결혼생활이 제대로 될 리 없다. 잘 알려졌듯 차이콥스키는 아내에게서 도망치듯 떠나버린다.
러시아 감독 키릴 세레브렌니코프가 연출한 이 영화는 안토니나의 사랑을 복잡다단하게 그린다. 처음에 지고지순해 보이던 사랑은 갈수록 집착과 광기로 변질된다. 그의 맹목적 감정이 과연 사랑일까 싶을 만큼 극단으로 내달린다.
다른 면으로 보면, 안토니나의 삶은 천재의 거대한 발자국이 짓이기고 간 잔해이기도 하다. 영화는 세상이 차이콥스키의 아름다운 음악을 기억하는 사이, 천재에게 생채기를 입고 망가진 주변인이 있다고 말하는 듯하다. “바로 옆에 거대한 태양이 있다면, 화상을 입는 것이 당연하지 않은가”라는 것이 감독의 생각이다.
음악가의 삶을 다뤘지만 영화에서는 음악보다 영상미가 더 기억에 남는다. 한 폭의 그림 같은 장면이 종종 나온다. 차갑고 어두운 배경에 촛불이나 어슴푸레한 빛으로 인물을 부각함으로써 섬세한 감정을 드러낸다. 19세기 여성의 취약한 지위를 반영하듯, 안토니나가 남성들에게 포위되거나 서로 대치하는 구도도 많이 쓰인다.
세레브렌니코프 감독은 “여러 그림들로부터 영감을 얻었다”며 “당시 러시아는 유럽의 일부이기도 했기에, 유럽의 그림들을 감상하는 것 같은 기분이 들게끔 만들고 싶었다”고 밝혔다. 감독은 안토니나의 삶을 가능한 한 그대로 보여주려 했다. 영화 속 상당수 대사는 안토니나가 남긴 기록을 기반으로 썼고, 약간의 상상을 가미했다.
세레브렌니코프 감독은 이 작품과 ‘레토’(2019), ‘페트로프의 감기’(2021), ‘리모노프: 더 발라드’(2024)로 칸국제영화제 경쟁 부문에 네 번 초청받았다.
송은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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