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원 발언 시간까지 류희림이 정한다? 방심위 규칙 개정 본격화

박재령 기자 2024. 4. 30. 20: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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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심위 기본규칙 개정 추진 6월14일 시행 예고
위원장이 '위원 발언 형평성 고려', '질서 훼손 시 제지 가능'
"류희림 체제 방심위 '폭압성' 보여주는 상징적 사건"

[미디어오늘 박재령 기자]

▲류희림 방송통신심의위원장. ⓒ연합뉴스

'민원사주', '정치심의' 등 의혹 제기가 나올 때마다 회의를 정회하거나 종료해온 류희림 체제 방송통신심의위원회(방심위)가 방심위원 발언 제한을 골자로 한 규칙 개정을 본격화한다. 야권 추천 위원들은 절차적 정당성을 잃은 규칙 개정이라며 폭압적인 류희림 방심위의 상징적 사건이라고 반발했다.

방심위는 지난 29일 '방송통신심의위원회 기본규칙 일부개정규칙안', '소위원회 구성 및 운영에 관한 규칙 일부개정규칙안' 등을 보고 안건으로 올렸다. 방심위는 오는 5월3일부터 5월22일까지 입안예고 기간을 거쳐 5월29일 상임위원회 보고, 6월10일 전체회의 의결을 통해 6월14일 개정규칙안을 시행한다.

방심위 상임위원회는 야권 추천이 임명되지 않아 여권 추천 2인(류희림·황성욱)만으로 구성돼 있다. 전체회의 역시 여야 6대2로 과반 의결할 수 있는 구조라 개정안 통과가 예상된다.

내용을 따져보면 류희림 위원장의 권한을 강화하는 것이 골자다. 미디어오늘이 입수한 '방송통신심의위원회 기본규칙 일부개정규칙안'에 따르면 소위원장과 위원장의 권한으로 △위원 간 발언시간을 균등하게 정할 수 있고 △위원이 회의장에서 규칙을 위반해 회의장 질서를 어지렵혔을 때는 경고나 제지할 수 있고 △회의장이 소란해 질서를 유지하기 곤란하다고 인정할 때는 회의를 중지하거나 폐회를 선포할 수 있게 하는 조항이 신설된다.

소위원회 의사 결정 정족수를 바꾸려는 시도도 공식화된다. '소위원회 구성 및 운영에 관한 규칙 일부개정규칙안'에 따르면 방심위는 현재 소위 위원이 5인일 경우에는 '과반 출석-과반 찬성', 5인 미만일 경우는 '3분의 2 이상 출석-전원 찬성'의 의결 방식인데 '전원 찬성' 의결이 필요한 구성을 '5인 미만'에서 '3인 이하'로 완화한다.

이는 모두 류희림 체제 방심위의 회의 파행과 관련돼 있다. 류희림 위원장은 가족, 지인 등을 동원해 방심위 심의 민원을 넣었다는 '민원사주' 의혹이 지난해 12월 불거지자 회의를 거듭 파행시켰다. 야권 추천 위원들이 방심위 공정성을 위해 해명해야 한다고 문제를 제기하면 답변을 피하다 회의장을 나가버리는 식이다.

하지만 이번 규칙 개정으로 야권 추천 위원들이 위원장 의혹에 대해 문제를 제기해도 위원장 혹은 소위원장 권한으로 야권 추천 위원의 발언을 막을 수 있게 된다. 또 류희림 위원장이 대답을 회피하다 회의장을 나가도 규정에 근거해 폐회를 선포했다고 주장할 수 있게 된 것이다. 현재 방심위는 위원장과 소위원장 모두 여권 추천 위원이 맡고 있다.

소위원회 의사 결정 규칙 개정은 뉴스타파 '김만배-신학림' 녹취록 보도 정족수 논란과 관련된 것으로 보인다. 통상 5인으로 운영되는 방심위 방송심의소위원회(방송소위)는 2023년 9월5일 여권 추천 위원 2인(황성욱·허연회)과 야권 추천 위원 1인(김유진) 등 총 3인만 참석해 뉴스타파 녹취록 인용 방송사들에 대한 긴급심의를 결정했는데 당시 김유진 위원이 퇴장으로 의결에 참여하지 않아 '전체합의'가 아닌 '다수결'로 결정한 것이라며 야권 추천 위원들은 '무효'를 주장했다.

'소위원회 구성 및 운영에 관한 규칙' 4조 2항에 따르면 5인 미만으로 구성된 소위원회의 회의는 재적위원 3분의2 이상의 출석으로 개의하고, 출석위원 전원찬성으로 의결한다고 명시돼 있다. 하지만 이번 규칙개정으로 야권 추천 위원들이 '무효'를 주장한 근거 '5인 미만'이 '3인 이하'로 바뀌면 야권 추천 위원들이 제기한 문제 소지를 없앤 결과가 된다.

'위원장이 회의 당일 자정까지 폐회를 선포하지 못한 때에는 회의가 자동으로 종료된 것으로 본다'는 조항도 생긴다. 이 조항 역시 '민원사주' 의혹과 관련됐다. 지난 1월8일 야권 추천 위원들 요구로 '민원사주' 진상규명 안건이 상정된 회의에서 류희림 위원장이 퇴장해 회의가 정회됐는데 방심위 법무팀은 '안건이 자동 폐기된 것으로 본다'는 해석을 내놨기 때문이다. 이번 신설 조항은 이러한 해석에 대한 근거를 마련해준다.

야권 추천 위원들은 해당 내용이 안건으로 올라온 전체회의에서 '폭압적 운영'이라고 반발했다. 윤성옥 위원은 “그동안 위원회가 한 위법적 행위에 대해 인정하거나 위법한 행위를 정당화하기 위한 개정안 아닌가”라며 “류희림 위원장은 개정하기 전에 민원사주 안건을 자의적 폐기하신 것부터 사과하셔라. 위원장이 불편한 내용 나올 때마다 계속 퇴장하면 안건 심의할 수 없다”고 말했다.

김유진 위원은 “지금 현재 5기 위원들 임기 석 달도 남지 않았다. 그런 상황에서 개정안을 추진하는 건 류희림 체제 방심위의 '폭압성', '반민주성'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상징적 사건이라 본다”며 “개정 취지 보면 합의제 기구를 살리겠다고 하는데 도대체 어떤 부분이 합의제인가. 문제점이 너무 많아 하나하나 말하지 못할 정도”라고 말했다.

이어 김 위원은 “특히 형평성이라는 빈약한 근거를 가지고 위원 발언을 조정한다는 게 말이 되나. 다른 여권 추천 위원들이 아무 말 안 하면 저랑 윤성옥 위원도 형평성을 위해 말을 하지 않아야 하는 건가. 이건 독임제도 아니고 위원장 독재 체제”라고 말했다.

류희림 위원장은 “최근 여러 차례 회의 진행 과정에서 모욕적 발언, 심지어 폭력 행위까지 있었다. 그런 상황에서 내부에서부터 조치가 있어야 하지 않겠나 의견이 있었던 것”이라며 “제가 지시한 것이 아니라 실무자들이 여러 상황 거치면서 필요성을 제기했다. 여기서 말고 따로 예고기간 중에 사무처 통해 의견을 달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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