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중취재M] 데이고, 눈 찔려도 산재 신청은 '나몰라라'‥두 번 우는 이주노동자

고병찬 2024. 4. 30. 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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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데스크]

◀ 앵커 ▶

내일 134번째 노동절을 맞아서 산업 재해로 고통받는 노동자들, 그중에서도 특히, 이주 노동자들의 이야기를 짚어보겠습니다.

산재 취약 업종에서 주로 근무하는 이주 노동자들, 여전히 일터에서 위험을 감수하면서 일을 하고 있는데요.

그렇다 보니 현장에서는 사고가 끊이지 않고 있지만, 정작 산재 신청조차 어려워서, 이중으로 고통을 받고 있습니다.

고병찬 기자가 집중취재했습니다.

◀ 기자 ▶

방글라데시인 33살 팔라바 씨는 오른쪽 눈이 거의 보이지 않습니다.

2년 전, 공장에서 일하다 날아온 철판 조각에 눈을 맞은 뒤부터입니다.

[팔라바/방글라데시 이주노동자 (음성변조)] "오른쪽만 안 돼요. 양쪽(으로 보면) 오른쪽 (보다) 조금 좋아요. 오른쪽 안 돼요."

사장은 싸늘했습니다.

[팔라바/방글라데시 이주노동자 (음성변조)] "(사장님이) 산재 왜 산재했어 신청했어. 산재 나 사고 났어‥그다음 날에 종이 하나 뭐 사모님 줬어요."

산재 신청을 하면 집으로 돌아가야 한다더니, 그래도 하겠다니까, 신청서에 자신의 실수로 다쳤다고 쓰라고 종용했습니다.

[팔라바/방글라데시 이주노동자 (음성변조)] "사장님과 사모님 회사에서 안 도와줬어요. 이거 많이 많이 마음이 아파요."

결국 지역 이주노동자 센터의 도움을 받고서야 산재를 인정받을 수 있었습니다.

지난 2017년 미얀마에서 한국에 온 '표'씨는 6년 전 주물공장에서 변변한 보호장구도 없이 일하다 화상을 입었습니다.

[표/미얀마 이주노동자] "불 타도 잘 피부 안 다치는 옷 그렇게 회사에서 챙겨주시면 좋은데, 회사에서 뭐 그런 우리가 뭐 바지가 찢어졌으니까 얘기해도 안 주는 기가(안 주니까) 힘들어요."

온몸의 3분의 2 이상이 2도 화상이었습니다.

[표/미얀마 이주노동자] "관절이 잘렸으니까 다 일 안 하고 여기 관절 잘렸으니까 여기 손도 아무것도 못 잡고‥"

산재는 인정됐는데 문제는 체류자격 심사였습니다.

1년4개월 동안 입원을 했는데, 계속 한국에서 치료받으려면 두 달에 한 번씩 출입국 사무소에 와서 비자를 갱신하라는 거였습니다.

[표/미얀마 이주노동자] "영등포(화상전문병원)에서 인천 출입국(사무소)까지 가서 비자 연장해야 하니까 너무 어려웠어요‥ 불났을 때 죽었으면 좋겠다 그렇게 또 생각했어요."

정부가 파악한 이주 노동자들의 산업재해자수는 매년 늘어 지난 2022년 8천 명대를 훌쩍 넘겼습니다.

이게 다가 아니라는 게 이주노동자 단체들의 주장입니다.

[김달성/포천이주노동자센터 대표] "(산재가) 많은 것도 참 문제인데 산재 은폐율이 저희 센터가 추정하기로 80%가 넘는 것으로 그렇게 추산하고‥"

현재 전체 임금노동자들 가운데 이주노동자는 3.25%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산재로 인한 사망 사고를 놓고 보면 이주노동자가 10.2%를 차지합니다.

이들 대부분 50인 미만에 위험하고 열악한 작업환경, 이른바 산재 사각지대에 방치된 결과라는 분석입니다.

MBC뉴스 고병찬입니다.

◀ 앵커 ▶

이 사안 취재한 사회팀 고병찬 기자 나와 있는데요.

조금 더 이야기 나눠 보겠습니다.

제도만 놓고 보면요. 이주 노동자들도 만약에 산업 재해를 당하게 되면, 치료비나 휴업 급여를 받을 수 있는 거잖아요? (네, 그렇습니다.)

그런데 실제 현장에서는 산재 처리가 이렇게 쉽지 않은 이유가 뭔가요?

◀ 기자 ▶

네, 이들이 일하는 곳이 대부분 50인 미만 영세사업장입니다.

그런데 산업재해가 인정이 되면 향후 이주노동자 채용에 불이익을 받게 됩니다.

또 산재보험률이 오르기도 하고요, 산재 사고가 발생해도 덮어두고 사업주가 쉬쉬하는 경우가 많은 겁니다.

◀ 앵커 ▶

사업주, 그러니까 사장이 원하지 않더라도, 이주 노동자가 직접 신고를 할 수도 있고, 또 도움을 주는 단체나 기관도 있잖아요.

그런데도 산재 은폐율이 80퍼센트나 된다는 건, 좀 더 근본적인 원인이 있다고 볼 수 있을 것 같거든요?

◀ 기자 ▶

산업재해나 임금체불 등을 당하면 말씀하신 대로 당국에 신고할 수 있습니다.

일터도 옮길 수 있고요.

그런데 그 입증을 이주노동자가 해야 합니다.

사업주의 협조를 기대하기는 어려운 상황이겠죠.

그러니 치료비나 받으면 다행이다 싶어 넘어가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고 합니다.

전문가 얘기 들어보시죠.

[이주연/서울대학교 사회건강연구소 연구위원] "치료를 받을 때에도 여러 가지 체류 문제라든가 아니면 산재보상보험에 대해서 잘 알지 못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어려움을 겪기도 합니다."

◀ 앵커 ▶

지금도 이런 상황인데, 정부가 올해부터 외국인 인력을 16만 5천 명까지 대폭 늘리겠다고 했잖아요?

혹시 산재 피해도 같이 느는 건 아닌지 걱정이 되거든요?

◀ 기자 ▶

전문가들은 이주노동자들에게 일방적으로 불리한 고용허가제라는 고용구조를 바꿔야 한다고 말합니다.

보통 외국인 노동자는 최대 4년 10개월 한국에서 일할 수 있는데요, 그런데 일터가 위험해서 직장을 옮기고 싶어도 원칙적으로 사업주가 동의하지 않으면 불가능합니다.

본국으로 돌아가는 수밖에 없는 거죠.

결국 노동자들이 사업장을 좀 더 자유롭게 옮기게만 해줘도, 산재도 줄고 비닐하우스 숙소 같은 열악한 환경도 자연스럽게 개선될 거라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입니다.

◀ 앵커 ▶

중소 제조 건설 업체들의 인력난도 감안을 해야겠지만, 이주노동자들의 산업재해를 줄일 수 있도록 제도 개선이 필요해 보입니다.

고병찬 기자 잘 들었습니다.

영상 취재 : 김희건, 전인제 / 영상 편집 : 임혜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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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상 취재 : 김희건, 전인제 / 영상 편집 : 임혜민

고병찬 기자(kick@mbc.co.kr)

기사 원문 - https://imnews.imbc.com/replay/2024/nwdesk/article/6594014_36515.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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